가정의 달 편지--- 여동생에게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구나.
기림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잘 다니고 있겠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그 어느 해보다
너희들 형제 생각이 간절히 난다.
6남매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힘들게 살아온 지난 30년이 새삼 눈앞을 가린다.
네가 불의의 남편상을 당한지가 이제 3개월이 다 되어가는구나.
하루아침에 매제의 사별소식을 듣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지금도
가슴이 떨리고 어안이 벙벙하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청천벽력같은 부음이었다.
그때 월요일 아침 7시경에 꿈이 이상해서 뒤척이다가
떼르릉---하고 걸려온 벨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전화를 받았을 때 너의 떨리는 목소리...바로 토요일 저녁에 들러 동네병원에서 암 말기 진단이
나왔다면서 종합병원에 입원하겠다고 얘기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빠는 3일장을 정신 없이 치르고 화장을 한 후 집에 돌아와서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네가 30대 후반의 나이에 생활에 쪼들리며
방황할 때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며 천생 배필를 만났다고 해서 오빠는 얼마나 안심하고 기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겨우 16년을 결혼생활을 하고
이런 변을 당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
김서방은 책을 좋아하는 문학도로 어려운 영문번역을 직업으로 삼고 술을 그리 좋아하던
매제였지. 그리고 우리 처가에 자주 찾아와 성묘도 가고, 집안 경조사에 참석하던 다정다감한 매제였다.
이젠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생계가 막막해서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동사무소에 등록을 했다니 다행이지만,
전세대출을 해서 방을 옮기려고 은행대출을 신청하는데 마땅한 인우보증인이 없어서 대출을 못하고 있다니 내 가슴이 다시 찢어지는 것 같다.
딸
하나를 남기고 간 김서방이 원망스럽고 고약하지만,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
오빠로서 하나 부탁한다.
잘 들어라.
'자력갱생'이라고 하지, 이제는 가족이 힘을 합쳐 어떻게든지 자립을 하여 홀로서기를 실천해야 한다.
그동안 고생하고 산 것도 산 것이지만, 진짜 고생은 이제부터다. 나이도 들어가고 더 힘든 세상이 되었으니 마음 굳게 다잡고 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기 바란다.
네가 늘 입버릇처럼 말한 대로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에 의지해서, 하나님의 은혜로 승리하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두손 모아 빈다.
안녕! 건강하기를 바라며...
2005. 5.12 서울의 큰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