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동성 배낭여행 후기 (4)
항상 버스나 택시의 앞자리를 타고
중국 어디를 가든지 처음 가는 길이다. 중국 사람도 평생을 자기 고향을 못 떠난 사람이 부지기수다. 나는 언제나 버스 기사 뒷자리나 창가에 앉아 밖을 구경한다. 이러면 여기가 중국 어디서 어디로 가는 길--고속도로인지 시내인지 국도인지 알 수 있다. 가다가 이정표가 나타나면 뚫어져라 뒤돌아보고 간다. 나는 중국 어디를 가든지 기차를 타든지 택시를 타든지 가는 곳의 지리를 익힌다. 대개는 갔던 길을 다시 밟는 경우가 많다. 산천, 경개도 구경하고 자연과 나무와 산과 하늘을 유심히 바라본다.
고속도로에 심은 나무도 한국과 비교도 한다. 도시의 가로수 양버즘나무, 향나무, 소나무, 자귀나무, 측백나무, 이태리 포풀러나무 등도 본다. 나는 숲해설가다.
거리의 간판과 플래카드도 읽는다. 큰 건물과 관공서, 마트나 슈퍼는 더욱 눈에 익힌다. 그래야 나중에 쇼핑할 때 찾아가면 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 대개 차를 타면 먹는 것부터 찾고 술이나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경우는 높은 산을 지나면서 사진으로 시가지나 도로, 산정을 찍는다. 그곳이 내가 찾아가는 근처의 풍광이다. 호텔에 가면 아침저녁에 먼저 나가서 근처 은행이나 상점, 버스정류장, 건너는 길, 사거리를 모두 익힌다. 이러다 보면 남들이 한번 간 중국 도시를 나는 세 번은 갔다 오게 된다.
자연히 내 핸드폰은 언제나 산천 사진으로 꽉 찬다. 한 도시에 갔다 하면 사진이 50여장은 나온다. 이것은 내가 50년 전국을 등산하면서 익힌 나대로의 삶의 편린이다. 그래서 어디를 한 번 가면 99% 찾아간다. 가끔 실수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돌아가도 찾는다. 귀신이라고 하지만 나는 동서남북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디가 북쪽이냐를 알면 자연히 남쪽을 알게 되고 동쪽을 알면 서쪽은 그 반대편이니까. 현대문명이 아무리 발전해도 나는 내 육감이 더 낫다고 본다.
내 차에는 <네비>가 없다. <네비>를 찾기보다 내가 여기가 어디고, 어디로 가야 한다고 머릿속에서 말한다. <네비>는 있지만 아예 차에서 떼어버리고 다닌다. 무사고 운전경력 40년이고 전국의 산과 길을 찾아서 수십 바퀴 돌고 돌았다.
나는 알량한 택시기사 면허증과 화물차 운전면허를 가지고 밤낮으로 달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