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국어공부 여행기--5
빗속에 혈투를 벌인 <화산> 4봉 등반
8일째 토요일이다. 아침부터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낙양>역에서 8시 40분 다시 CRH 고속열차를 타고 1시간 만에 <화산북> 역에 도착했다.
<한신국제>호텔에 가서 짐을 풀고 등산복과 우비, 장갑 등 간편하게 준비한 후 택시로 <화산 등반로 입구>까지 갔다. 12시 <화산 유객 중심>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약 3시간이 소요되는 북봉 코스를 선택했다. 나는 혹 가다가 길을 잃를까봐 현지에서 발행하는<주진화산>(그림으로 그린 등산 안내도) 지도를 샀다.
지난 번 <태항산> 종주 때 무리하게 걸어서 혼이 난 4명이 오늘 산행은 포기한다고 한다. 상의를 하여 남자들만 4명이 등반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반대편으로 내려오는 서봉 케이블카 휴게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는 가까운 북봉 입구까지 봉고차를 타고 가서 다시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보니 운무가 잔뜩 끼어 산을 감싸고 있었다. 출발 지점부터 화강암 바위산에 돌계단이 이어진다. <운태산장>이 있는 북봉(해발 1614.9m)을 먼저 정복했다. 등반 기념사진을 박았다. 날이 좋으면 중국 최고의 명산으로 꼽는 하늘 위에 걸린 돌산의 진면목을 구경할 텐데 아쉽다.
중국인 젊은 등산객도 많이 올라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라가는데 1시간을 가도 비는 더 세차게 내리고 바람이 강풍으로 변해 앞을 가린다. 갑자기 일행 한 명이 안보여서 중간에 <왕모궁> 화장실에서 대기하며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다. 이런 악천후에 중국 산에서 실종(?)이라도 되면 어쩌나 겁이 난다. 물에 빠진 오리처럼 온 몸이 다 젖어 추워진다. 그때 여행사 가이드가 망원경을 꺼내서 건너편 능선의 돌계단을 살피더니 저기 올라가는 사람 같다는 것이다. 무려 30분을 기다리고 ‘ 0 형---’소리 지르며 찾다가 하는 수 없이 앞으로 전진하여 찾기로 했다.
여기부터 쉬지 않고 실종된 동료를 찾아 일직선 계단, 천제를 기어 올라갔다. 어찌나 좁은 지 한 사람밖에 못 오르는 아찔한 길이다. 옆에 매달아놓은 쇠줄을 붙잡고 오른다. 다시 <창룡령> 리찌를 거쳐서< 오운봉반점> 화장실 근처에서 우리는 다행히 실종된 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서로 껴안고 한참을 쉬었다. <상마석>, <금쇄관> 문을 지나 <금관산장>에서 잠시 쉬다가 가운데 봉우리인 중봉 정상(해발 2037.8m)에 올랐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동봉(해발 2096,2m)은 보이지 않아 오른편으로 꺾어 <장군수림>을 지나 <남천문>을 거쳐서 화산 최고봉인 남봉(해발 2154.9m)으로 오른다. 너무 숨이 차고 길도 찾기 힘들어서 앞에 가는 동료의 발꿈치만 보고 올랐다. 여기까지 오니까 고산증(?)이 발동한다. 한발을 내딛기가 어렵다. 내가 평소에 담배를 피우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앞서 가는 선배에게 소리를 질러 쉬어 가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여기서 낙오하면 큰일이다. 끝이다 싶어 죽을 힘을 다 해서 맨 뒤에서 따라갔다. 맨날 앞장서던 다람쥐였던 등산대장인 내가 뒤로 자꾸만 쳐지니 이게 무슨 변고인가. 숨이 차서 더 이상 말할 기운도 없었다.
남봉 정상에 있는 <금천궁>은 규모가 워낙 커서 마치 커다란 성과 같았다. 음식점과 매점, 숙소가 있다. 이곳을 잘 아는 선배는 <장공잔도>(하늘위에 걸린 길)를 꼭 가보아야 한단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겁도 없이 천길 절벽에 나무판자를 걸어서 매단 좁디좁은 잔도를 들어갔다. 금방 뒤에서 선배들이 위험하다고 자꾸 ‘빠꾸’하란다. 반대편에서 우비를 뒤집어 쓴 중국 등산객이 돌아와 길이 막혀서 더 갈 수가 없었다. 무시무시하다는 하늘 길을 뒤로 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지난다. 서봉쪽으로 내려가는 <앙천지> 연못과 <화산유객송> 소나무 숲을 지나 <연단로>산장을 거쳐서 일행이 기다리는 서봉(해발 2082.6m)까지 쏜살같이 내려갔다. 총 4시간이나 걸린 산행이 마감되었다. 서봉 삭도에서 우리는 나머지 팀과 극적인 만남을 하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정말로 오늘은 죽었다가 살아났다. 피곤해서 죽겠다(워레이쓸라). 이제 고산등산은 못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히말라야 같은 8000m 이상 고봉은 트레킹을 가지 않기로 했다.
슈퍼 점원과 <태항산, 화산> 정복 무용담
버스를 1시간을 타고 흠뻑 젖은 옷을 말리며 호텔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등산복과 내복을 모두 벗어 세탁을 한 후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저녁 7시에 집합해서가까운 식당 <노 반점>에 들어가 시원한 청도맥주를 마시고 밤 10시경 숙소로 돌아왔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의 악산(돌산) 2개를 등산하는 쾌거를 이룬 이번 중국 여행이 감회가 남다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등산도 하지 못해 허약해진 몸으로 오직 도전정신으로 해낸 것이다.
잠자리에 누우니 잠이 안 온다. 나는 어제 갔던 슈퍼(차오스)가 생각나서 찾아갔다. 마침 문이 열려 있었다. 그 동안 밀짚모자와 애기모자, 식탁 받침, 양면 손거울. 접이우산 등 선물을 사서 여분의 배낭을 하나 사려고 고르는데 맘에 안 든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캔커피를 찾아서 먹으며 여종업원과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 와서 여기까지 온 중국도시와 관광지를 두루 말했더니 자기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깊은 시골에 한국 사람이 왔다고 반긴다. 나는 72살이라고 했더니 자기는 27살이란다. 거꾸로 세면 나와 똑같다. 45살 차이가 나는 손녀 뻘이다. 1시간 대화를 하며 친숙한 관계가 되어 맥주를 시켜서 더 놀다가 돌아와서 골아 떨어졌다. 중국인들은 동아시아 사람이다. 정서가 통하고 남을 이해해주고 친절했다.
11시에 취침. 내일은 8시에 느긋하게 호텔식당에서 식사하고 9시에 집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