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백수--8월 유세장
(인생에세이)
인류의 발전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드넓은 평야, 초원을 찾아 돌아다니던 유목민에서 한 지역에 정착을
시작해서 신석기, 구석기 농경문화를 만들고 집단생활을 하게 된 후 글과
문자를 사용하면서 인류문명은 오늘날 전자과학문명의 시대까지 발달을
거듭하여 왔지만 생명의 한계인 인간수명의 연장은 아직도 불가능하다.
중국 진시황도 우리나라 남해안까지 와서 불로초(죽지 않는 신약)를
찾았지만 어쩔 수 없이 죽고 말았다. 죽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사느냐는 고도로 의학이 발전한 현대까지도 풀지
못 하는 숙제로 남아 있다. 오래 오래 장수하는 것을 갈망했던 우리
조상들은 만수무강, 무병장수, 수복강녕을 기원하며 영원히 살기를
소원했다.
사람은 수명이 도대체 얼마일까? 조선시대에는 평균수명이 30대 밖에 안
되었다고 하고, 20년 전만 해도 80에 돌아가시면 장수한다고 호상이라고 했다.
런데 지금은 100세 이상 고령자가 8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의학의 발전으로
120세 이상까지도 인간 수명이 연장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생명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원래 120살 까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점점 늘어나는 고령인구는 사회구성원의 불균형으로 부양할 책임과 능력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이 요구되는 기현상을 초래한다. 일 할 사람은 적고 노는
사람은 많아져 급기야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므로 미래에 대비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국가 정책의 제1과제로 등장하게
되었고 현대인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노인병이라는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과
슬픔과 분노와 좌절과 같은 새로운 체험을 겪게 된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란 말은 이제는 인생백세고래희(人生百歲
古來稀)라고 고쳐야 할 판이다. 12간지가 한바퀴 돌아온다는 환갑, 회갑 나이는
누구한테도 노인네 취급을 못 받는 시대가 왔다.
나도 내일 모레면 70이 가깝지만 아직도 밖에 나가면 청장년 대우를 받는다.
70은 노인 나이가 아니라 어린애 취급받는 초로(初老), 80은 중늙은이 밖에
안 되는 중로(中老), 90이 되어야 늙기도 많이 늙었다고 대로(大老)라고 비로소
노인 취급을 받는다.
이런 비정한 장수시대, 백세 시대를 어떻게 현명하게 살 것인가?
고도의 기술과 명석한 머리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야 남아있는 여생을
잘 살 수 있다. 아이들에게, 후세에게 신세 안 지고 독자적으로 독립해서 살
수 있는 능력과 재주를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늘 고민 속에서 말년을 쓸쓸
하게 보낸다. 누구는 늙어서 맨 날 방에 콕 박혀있다고 <방콕>이라 하고,
누구는 돈 없이 빈대떡이나 부쳐 먹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백수건달>이라
고 하며, 누구는 장기간 놀고먹어 쌀까지 떨어져 서러운데 <장로>라고 안 하나,
허구한 날 목적 없이 산다고 <목사>님 이라고 놀려대니 어찌 서러워서 살
겠는가? 그것도 모자라서 나에게 9988(구구팔팔)하라고 비웃으며 99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100살에 죽으라고 악담을 하니 말이다.
그래도 사람이 목적도 없이 살면 무엇 하겠는가?
누구처럼 말년에 골프 치러 다니며 친구와 어울려 디너 식사하고 사우나 가서
목욕재개를 즐기면서 사는 화백(화려한 백수)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그게 뜻대로 안 되는 게 세상이치이니 과욕은 접어두고 1234(일이삼사)나 잘
되었으면 하며 오늘도 유세 봉사활동 나갔다 와서 잠시 오수에 젖는다.
일--하루 아침에 아파서
이--이틀만 앓다가
삼--삼일 만에
사-- 조용히 죽는다.
8.29 토론토 일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