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체험 수기---2009
나의 2009 주말농장 체험수기
2009년에 나는 다 늦은 나이에 아직 힘이 조금 남았다고 자만에 바져서 쉽게
생각하고 주말 농장을 만들고 우리 농민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겨우 1년 사철 해보고 그런 소리냐고 하지만. 주변에 놈들이 그러는데
50평만 텃밭을 해도 1년 하면 진저리가 나서 그만 중도 하차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현실이었다....ㅊㅊㅊ.
나는 멋도 모르고 시작한 400평 농사일---땅파기, 고랑 고르기.줄대기에
씨앗,모종 구하기, 파종하기, 물주기, 밟기를 해서 겨우 싹이 올라오면
고 놈의 풀이 자라서 다 덮어버려 뽑아주고 세우고, 묶고 하다가
지쳐서 그냥 놔두면 이게 풀밭인지 채소밭인지 구분이 안 되고 폭염
더위에 그만 다 쓰러지고 마르고 한다...이번엔 물주기다.
몸이 비틀거리며 매달리다가 고사 직전에 휴가도 반납했다.
비가 오면 또 벌레가 극성을 부리고 넘어지고 먹히고 시들하게
바람에 쓰러진다. 받침목을 묶어서 겨우 살리다 보면 홍수에 잠겨
다 망가지고 진흙밭에 나뒹굴게 되니 이거야 ㅊㅊㅊㅊ.
왜 이런 짓을 할까 망설일 새도 없이 이제는 지치고 지친다.
여름 뙤약볕에 얼굴과 팔은 시꺼멓게 타고 엉덩이에 땀띠가 가실 날이 없이
밤이면 잠을 못 자고 다시 1주일 만에 가 본다.....새와 쥐가 와서
먼저 시식을 한 후다.
아파도 병원 갈 시간도 없다. 에라-- 될 대로 되라지 하고 포기 상태.
그러다가 가을이 오면 하나 둘씩 열매가 달리고 신기하게 잘 자라
한움큼 땀의 보람을 주지만, 그후 타작하고 나면 코피가 터진다.
털어서 밟아서 때려서 알맹이만 거두려면 허리 빠지고 머리가
아프고 코가 시큰해진다.....그래도 그 수확의 기쁨에 단번에
고생길을 다 잊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ㅊㅊㅊ.
작년에 심고 거둔 게 뭐냐?
고추, 고구마, 오이, 방울토마토, 홍당무, 옥수수, 호박, 상추, 파,
부추, 가지,시금치,들깨, 녹두, 팥, 동부콩,겨울초, 배추, 무우,열무 등
10개--200개 세어가며 나의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고 한 톨도 다 줏어모으다
보면 밤을 꼬박 센다. 1년 결산을 하니 비료값에 왕복(안성) 교통비에 감기 약값에
자장면 식대는 물론 아이들 나누어주기,교회에 봉사하기 등 돈과 시간을 다 썼다.
무대뽀로 욕심만 많았고 거둔 것은 쥐꼬리니 할 말이 없다....
2010년에도 다시 재도전하려니 정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란 걸 새삼 확인한 2009 한해였다.
<농자천하지대본>이란 글귀를 이제야 알 듯--- 말 듯하다.
나는 이래서 숲맹이에다가 농맹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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