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인연----시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9. 12. 3. 23:19

*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 김현태 -
4 매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5 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6 매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7 매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8 매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9 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10 매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11 매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12 매

잉태할 수 있게 함이



13 매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14 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15 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16 매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17 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18 매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19 매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20 매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21 매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22 매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23 매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