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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김명혜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9. 12. 3. 23:09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

 

겨울 숲은 황량하기까지 합니다.

 

적군처럼 바람이 휩쓸고 가면

 

나무는 새로운 생명을 위해

 

의연히 마르고 잔가지들을 버리고 제자리를 지킵니다.

 

누가 이 외진 곳으로 떠민 것도 아닌데,

 

갑작스런 소외감이 울적하게 만듭니다.

 

은둔 아닌 은둔이 되어버린 산골 생활이 시야를 좁게 해

 

작은 것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을 키운 탓일까요?

 

아님

 

나도 숲을 알아가는 과정일까요?

 

아무튼

 

오늘은 나무마다 달려 있는 벌레집들이

 

일제히 매직아이처럼 눈에 들어왔습니다.

 

놀랍게도,

 

벌거숭이로 다가오는 친구처럼

 

잎이 떨어진 나무를 보고도 나는 그

 

이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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