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관산
2000/03/03 하고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산세가 빼어나면 계곡도 깊고 뭐 아름답지 않은 데가 없다고 하겠다. 노천명의 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의 모습 같다고나 할까. 삼는다 .광주군 퇴촌 하면 천주교인은 금방 천주교 성지인 천진암을 떠올릴 것이고, 식도락가는 분원리의 붕어매운탕을, 예술에 조예가 있는 분은 분원의 도자기 가마를,또 누구는 그 유명한 보신탕집을 떠 올릴 것이다. 앵자봉, 관산, 양자산,무갑산을 들 수 있다. 찾아올 객이 있겠는가 싶다.그러나 어느 산에 가 보아도 유독 자기만이 고집하는 산이 있게 마련, 그렇게 한 사람도 못 만나 슬픈 산인데도 거의 매주 마다 찾는 이들이 있어 위안이 되기도 한다.
관산은 그런 산 중의 제일이라 해도 서글프지 않다. 미련한 듯이 뻣은 능선 길, 수북이 쌓인 낙엽, 잣나무가 무성한 숲, 완만한 경사,그저 생긴대로 서 있다. 있는 산을 대충 섭렵해 보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지 않는다.그 만큼 특징이 따로 없다.
여러해 전 여름에 그 천진암 들머리인 우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연수원에 주차하고,바로 왼쪽 능선을 타고 종주했다.일단 능선에 오르니 사방으로 이어진 연봉들이 보인다. 모두 한 산인 것 같다.계곡쪽으로 하산하니 곧 연수원 계곡, 깨끗한 물이 철철 넘치는 작은 개울 옆에 두줄타기 훈련장이 있었다.. 우회해야 하는데 그냥 내려선 것이었다.그제서야 알았지만, 관산은 그냥 직등할 게 아니고, 계속 돌고 돌아 앵자봉과 양자산까지 종주하면 하루의 산행으로 제격이란 걸 터득하게 되었다. 고요한 산에는 조용한 사람이 찾으면 된다. 벼슬 관자 관산은 저 시골의 선비에게나 맞는 수줍은 산이라는 걸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홀로 고독을 씹으며 걸어가고 싶은 분은 가을이 저무는 낙엽의 계절에 조용히 입산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