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낭만의 독도 여행기=장샘
꿈과 낭만의 독도여행기 4--장현옥
6월10일
이번 여행은 왠지 아주 의미가 있고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 이 시간 남쪽 제주도에는 비가 온단다. 그러나 내가 가는 경상북도는 비가 그치겠지...
11시 40분 서울을 출발, 관광버스는 중부 고속도로를 달린다. 밤 12까지 인솔자(이용민)가 뭐라고 일정과 주의사항과 인사말을 하지만 귀에 안 들어왔다. 그만큼 나의 가슴은 집을 비우고 떠나는 불안과 긴장감에 잠겨 있었다. 오직 내 가슴 속에는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도하는 마음만 있었다.
밤 2시 30분경 길이 막히지 않아 과속으로 달린다 했더니 앞좌석에 앉은 손님이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한다고 한다,.. 곡예운전... 나는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어서 큰소리로 외쳤다.
정말로 운전사는 눈이 충혈 돼 있었다. 휴게소에서 쉬던지 잠을 붙이고 떠나자고 시간을 끌어보았지만 젊은 운전기사는 갈 수 있다고 고집을 피웠다. 여럿이 상의를 한 끝에 내가 간단히 수지침치료를 한 후 출발했다.
6월11일
아침 7시 반에 묵호항에 도착했다.
울릉도 가는 여객선은 이미 정박해 있었다. 오늘은 우리만 가는 게 아니다. 전국의 독도사랑 모임과 산악회 모임, 각종 종교단체까지 합쳐져서 짬뽕으로 섞여가는 것이다.<코리아 독도 녹색운동연합> 인솔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합실은 금방 북새통을 이루고 전국에서 올라온 버스가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호각소리,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무려 400여명이나 승선한다니 그럴 수 밖에.... 8시 정각. 울릉도 행 <씨 플라워호>에 승선완료. 2층 왼편 창가에 자리를 잡고 유리창 밖을 내다보며 이러 저런 생각에 잠긴다.
동해 묵호항을 떠난 지 3시간이 지났다. 사람들이 우--하고 일어나서 반대편을 보니 울릉도의 거대한 섬이 눈앞에 나타났다. 11시에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다. 육지손님을 맞으러 온 섬 아낙네들이 줄 지어서서 숙박하라고 권한다. 우르르--쏟아져 내린 승객들은 순식간에 예약한 숙소와 식당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대망의 독도를 밟다.
잔뜩 기대를 걸고 독도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울릉도에서 2시간이나 걸려서 독도의 동쪽에 우뚝 솟은 동도 섬에 닿았다.
안내방송이 나왔다. 여기서 내려서 가파른 경비대 막사에 올라갈 분은 빨리 갔다 오고, 나머지는 밑에서 구경하다가 30분후에 다시 승선하라는 것이다. 오늘 늦게 출항해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독도경비대가 있는 헬기장으로 올라가려고 뛰어서 경비초소로 오르는 길로 달려갔는데 경비대장이 나와서 오늘은 못 올라간다고 막았다.
독도 사진사생대회도 열리고 한편에서는 고사를 지낸다고 깃발을 세우고 나라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염원하는 각종 행사가 거행되었다. 구경도 하고 경비원들이 끌고 다니는 경비견과 사진도 찍고 해변에서 푸른 바닷물에 손을 씻으면서 독도의 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고 곧바로 <한겨레>호에 승선해서 독도 해상 일주를 했다. 동도를 출발, 갑판 위에 나가니 경비대원들이 독도의 동굴과 봉우리를 설명해준다.
동도의 독립문바위, 악어바위, 촛대바위, 얼굴바위, 한반도 바위(지도처럼 생긴 경사면),숫돌바위, 천장굴, 부채바위와 서도의 탕건봉, 코끼리바위, 물골. 괭이갈매기 서식지 등 주로 바위가 생긴 모양에 따라 붙인 유래와 전설이었고 마지막으로 유일한 독도의 거주민인 김성도 부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데 서도 절벽 아래에 3층집을 짓고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오후 4시 30분에 독도를 떠난 배는 망망대해 바다 가운데로 두둥실 떠서 달렸다.
잔잔한 바다. 훈훈한 바람, 높푸른 하늘이 통쾌하고 상쾌하고 유쾌한 섬여행이었다. 이렇게 쾌적하고 빠른 쾌속선 배를 타고 높은 파도와 운무 하나 없이 순항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그래서 마음대로 접근하기 힘든 섬이라고 한다.
저녁 6시 긴 여정의 피곤함도 잊은 채 다시 울릉도 도동항에 하선했다.
울릉도 성인봉을 오르다.
6월12일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오늘의 바쁜 일정을 짜기 위해 배낭을 가볍게 줄이고 숙소에 맡길 것을 챙겼다. 어제 잠시 둘러본 행남등대 일주코스를 갔다 오기로 했다. 아침 식사 전에 마쳐야 한다. 날이 훤하게 밝은 섬의 아침은 너무나 빨리 해가 떴다. 햇살이 눈을 부시게 한다. 짙푸른 바다... 저 멀리 수평선에 지나가는 어선들이 보였다.
아침 9시 20분 택시 합승을 잡고 KBS중계소까지 가자고 했다. 1인당 5000원을 달라고 해서 합승요금에 대해서 너무 비싸다고 시비를 해보았지만 별 수 없었다. 급경사 포장도로를 지나 가파른 언덕위에 내려주었다. 대망의 성인봉 등산안내도와 산행안전수칙 간판이 서 있었다.
중간지점인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니 까마득히 우리가 올라온 도동항 마을과 방파제가 보인다. 난간에 기대어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심호흡을 하고 등산객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박고 다시 출발,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무거워진다. 포항에서 온 아줌마들이 떼를 지어 내려오면서 인사를 했다. 정상이 얼마나 남았느냐 물으니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한다.
12시 935m 성인봉 정상에 도착하니 여러 명이 올라와서 사진을 박았다. 한참을 기다려서 정상 도전 기념사진을 찍고 황급히 내려왔다. 모두 5시간 만에 종주하였다.
도동마을의 콘크리트 도로에 내려서니 하루에 두 코스를 뛰어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 왔다. 한쪽 다리를 절며 부지런히 모텔에 도착하여 물어보니 중식은 이제 끝나고 종업원들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울릉도 특산품 판매소에서 오징어와 호박엿 등 간단한 쇼핑을 한 후 묵호행 <씨 플라워>를 타고 동해항에 도착했다.
대망의 울릉도, 독도 여행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흥사단의 독도 문화행사 덕분에 1박 2일의 빠듯한 일정이 즐겁고, 아름답고, 안전하게 마무리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