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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산행기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8. 10. 12. 02:27

(초 봄 산행기)
백봉은 우리가 춘천 방향으로 갈때, 꼭 지나치는 산이다. 경기도 미금시와 남양주시 와부면에 걸친 자그마한 590m 산이다. 누가 흰 백자 백봉을 백봉산이라고 격을 높인다고 표지판에 그럴 듯하게 표기해 놓아서 기분이 언짢았다. 봉우리는 봉이지, 산이 될 수가 없다.

나는 지난 4월15일(토)에 천마산의 건너편에 길게 드리운 백봉에 단독으로 입산했다.

청량리에서 1000원 하는 30번버스로 달려, 1시간도 안 걸려서 마치터널을 지나 첫 정류장에 내렸다.경성아파트 단지, 계단을 거슬러 올라 곧 산에 붙었다.산허리서 부터 급경사길이다. 자세히 보니 이 곳 주민들이 뒷산에 산책코스로 많이 다녀서 길이 번질 번질하다, 10여분 힘들여 오르니 안부가 나온다.

여기서 우측으로 꺽어 20여분 오르면 천마산에서 곧바로 이어진 능선줄기에 닿는다. 아직은 진달래가 활짝 피지 않아서 을씨년스런 기분이다. 아직 땅기운에 찬바람이 남아 있고,얼음이 녹아 질퍽거리는 곳도 있다. 바로 뒷편에는 마석 골프장이 산을 온통 파헤친 곳에 숨어 있었다. 나는 골프를 안 치니까,창현리를 수도 없이 지나갔어도 이 곳에 골프장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반대편.숲속에서 '바시락'소리가 나서,보니 60대의 촌로였다. 무슨 산악회 복장을 해 등산객인 줄 알고 길을 물으니,이 건너 마을에 사는 분이다. 건강을 위해 심심하면 올라온단다. 오늘은 공연히 길을 벗어나 샛길로 든 것이 아주 미끄러운 숲을 통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 골프장이 없을때는 4,5월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피고,산나물이 많아 한창때는 산나물 장사도 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오지였던 곳이 이제는 산나물, 밭나물 씨도 구경할 수가 없단다.

그만큼 달라진 백봉이었다.  여기서 하직하고 또 긴 능선을 타고 30여분 달리다보니 안테나가 보인다. 저기가 정상이구나! 하고 좋아서 가보니, 바로 서울리조트 스키장 끝이었다. 조망이 괜찮아 주변 바위에 앉아서 중식을 하고 또 일어섰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하늘이 시꺼멓게 구름이 몰려온다. 후드둑 하며 가랑비가 내린다. 황급히 웃옷을 입고 정상에 닿았다. 589.9m 표지 팻말이 있다.  뒤로 덕소평지가 아련히 내려다 보이고,멀리 적갑산,예봉산,검단산, 남한산성이 줄로 서있고, 동쪽으로는 청계산과 고동산,용문산도 보였다. 비가 오다가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춘다.양수리의 팔당호수도 반짝인다.

이 산은 전망이 아주 좋은 산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종주 산행을 하기로 해 485봉으로 달려가 다시 작은 전망대를 지나 미금시(홍유릉)방향으로 내려섰다. 30여분을 내려가니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궁평 등산로 입구,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이다.

계속 직등해서 언덕을 넘어 커다란 송신탑을 뒤로 하고 바위에 앉으니, 서울의 북한산,도봉산, 수락산이 스카이 라인을 긋고 서 있다. 갈수록 서울 전경이 다 내려다 보였다.

정상에서 1시간 30분 걸려서 홍유릉 뒤 작은 약수터를 지나 ,금곡공고 후문을 통과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총 산행시간 3시간여.... 여유 있게 쉬고, 구경하고, 놀면서 다녀온 백봉은 1주일후면 온통 진달래 산이 될 것이다.

서울 근교에 얼마든지 좋은 코스, 한적하고, 타기 쉬운 육산이 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돈 안 들이고, 간단히 갈 산이 부지기수인데, 왜 주말이면 모두들 북한산, 관악산에 들아가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무엇을 위해 산에 가는가 묻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한번 바꿔 보는 게 어떨까 한다. 그래서 나는 외람되게 백봉을 소개하면서 ' 왕따산'이라고 불러보았다.
                                          2000.5.8        일죽   산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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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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