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봉---고령산
*왕따산 산행기 (3) <<앵무봉 622m>>
(서언)
여류시인 노천명의 시에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에 관한 시가 있지만, 산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프지는 않아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으면 슬픈 산이 있다. 이런 산이 서울 근교에 숨어서 울고 있다.
그 중에ㅡ 하나가 여기 소개하는 앵무봉이다. 흔히 지도에 고령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은데, 그 정상이 앵무봉이다. 사전에 보니 앵무는 앵무새의 준말로 부리가 굵고 두꺼우며 날카롭게 끝이 구부러진 것이 특징이고, 깃털 색깔이 연한 연두색을 띠어 아름답고, 발가락은 앞뒤로 각각 둘씩인 새로서 나무 구멍이나 바위 틈에 산란하는 산새다.
더우기 이 새는 한번 가르쳐주면 말을 흉내내어 어린이에게 사랑를 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의 '벽제와 용미리' 하면 화장터와 공동묘지로 유명한데, 거기서 좀 더 들어가 우뚝 솟은 600m가 넘는 봉우리가 바로 앵무봉이다.
왜 이름이 앵무봉인지는 잘 모르지만, 예전에는 이 산이 하도 깊어서 앵무새나 놀던 그런 오지였던 게 틀림없다. 지금은 인접한' 장흥'유원지가 주말이면 인파로 붐비지만, 아직도 '왕따 당하
는 산'이며,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의 슬픈 산이 앵무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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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겨울 산행기)
나는 2000년 1월23일(일)에 동네 친목계 회원들이 온천에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가 온천은 안하고, 단독으로 눈이 덮인 앵무봉을 등산한 적이 있다.
"이 부근에 무슨 온천이 있느냐?" 고 했더니 "가 보면 안다"는 것이었다.
"내가 작년 여름에도 왔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실제로 가보니 MT 장소로 이름 난 '유일레저'에서 그동안 개발을 해 온천장을 만든 것이었다. 파주의 금강산 랜드와 이 곳 유일레저 온천 두곳이 최근 개장되었다고 한다.
나는 사실은 군대생활을 강원도 최전방에서 했기에 이 부근 지리는 잘 모른다. 그런데 1980년대 사전 허가를 받아 직원 야유회를 여러번 기산 저수지로 놀러갔던 경험이 있었다. 군 주둔지로 출입이 통제되었 던 것이 풀려 최근 친구들 모임인' 막토회' 산악회에서 한번 간 적이 있었다.
이 산의 북사면 자락에 고즈넉하게 숨은 보광사 절은 신라 도선국사가 창건한 역사 깊은 고찰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다시 중창했지만, 고려 때는 나라의 중요한 국사가 논의 될 정도로 유명한 절이었다고 한다.
가장 찾기 쉬운 코스가 이 절에서 부터 출발하는 길이다. 바로 절 뒤에 있은 약수터에서 가파른 오솔길을 30여분 오르면 도솔암이 나온다. 도솔암은 산 중턱에 있는 암자이며, 100년 된 노송이 일품이다.
여기서 또 능선을 타고 오르면 헬기장이다. 조금만 더 왼쪽으로 타면 곧 정상이 나온다. 큰 소나무 한그루가 정상(621.8m) 표시를 해주고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서울 북부에서는 제일 높기 때문에 아주 좋다. 남으로 북한산,도봉산, 사패산, 오봉 이 둘러치고 있고, 북조으로는 멀리 감악산,그 뒤로 개성 송악산이 어렴풋이 보인다. 동으로는 불곡산 연릉이 드리워져 있다.
서울 근교에 숨은 이름없는 산이지만, 정산의 조망은 가이 일품이다. 산행시간은 왕복 3시간이면 족하다. 나는 추운 겨울 날이지만, 하얀 눈을 혼자 밟으며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다. 이렇게 깨끗한 산은 처음 보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은 선경을 방불케 하고 숲속에서. 금방 산토끼가 튀어나올 것 같다. 미끄럼도 타면서, 신나게 땀 흘리며 갔다가 온 앵무봉 (이 날 나는 아이젠 한쪽을 잃어버렸지만)은 1년 내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은 처녀림이 그대로 우거져 있었다.
아직도 그 산판길에 깔린 눈길이 선하다. 눈이 부셔서 차마 뜰 수가 없었던 산. 서울 근교에 이런 휼륭한 오지가 있다는 생각에 행복감을 느낀 하루 였다.
2000.5.10 일죽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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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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