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백두산----일죽---여행기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8. 8. 28. 21:11

           백두산 야생화 산행기


나는 지난 7월초 5박 6일 일정으로 중국을 통해 장백산(창바이산)을 다녀왔다. 평생에 처음 가 본 민족의 영산이라 어찌나 떨리고 감격스러웠던지 지금도 눈앞에 천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번 산행은 작년에 국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제1기 숲 해설가 강의를 받으면서 꿈의 백두산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4개월 동안 열심히 수강한 덕에 나는 산림청이 인증하는 숲 해설가가 되었다. 동대문구 배봉산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금년에 의정부에 있는 야생화이야기(이명호선생) 강좌를 수료하고 졸업 기념으로 백두산 야생화 탐사여행을 떠났다.


 

7월 1일 떠나던 날 이번 여행에서 백두산의 정기를 듬뿍 받고 와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꼭 천지를 보고 오리라고 기도하면서 장춘행 중국비행기를 탔다. 장맛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뒤로 하고 가는 길이 얼마나 가슴 조렸는지 모른다. 더욱이 4대가 덕을 쌓아야 천지를 구경할 수 있다는 말에 더욱 긴장했다.

만주 장춘 공항에 내리니 비가 막 그친 상태였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30인승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가 이곳의 지형과 역사를 소개한다. 만주 벌판은 중국의 옥수수의 70%가 나오는 곡창지대로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이 산위에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버스로 무려 7시간이나 걸려 밤 10시에 송강하의 교외에 있는 송림호텔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 날씨를 살피니 아직도 비가 그치지 않고 퍼부었다. 오늘은 남파(남쪽)로 백두산에 오르는 날이다. 중국이 금년에 북한으로부터 국경지대의 개발 사용권을 받고 처음 개장한 코스였다. 중국에서 개발한 북파.서파.남파 세 코스 중 하나다. 두 군데 공안초소를 통과하고서야 접근이 가능한 무시무시한 길이었다. 해발 2000m 고산지대는 자작나무숲과 전나무,잎갈나무가 무성한 원시림을 굽이굽이 돌고 돌아 달렸다.

 10시 남경구 산문에 도착했으나 비가 와서 오후에 올라가기로 하고 먼저 압록강대협곡을 가기로 했다. 압록강대협곡은 북한과의 국경지대로 비무장지대다. 철조망이 쳐진 도로를 달리며 협곡의 낙타봉을 구경했다. 유유히 말없이 흐르는 시커먼 흙탕물이 압록강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한다.


낮 12시 다시 남문 매표소에서 16인승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관면봉(일명 옥설봉) 주차장에 도착했다. 정상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문짝을 열 수 없을 정도로 강풍이 불었다. 나는 비옷을 입고 간이화장실을 들려 나오다가 처음으로 가솔송과 담자리꽃을 디카에 담았고 내려오면서 차를 중간에 세우고 털개불알꽃,백산차,린네풀,기생초,톱바위취,나비난초,나도제비란 인가목,두루미꽃 등 백두산의 희귀 야생화를 찍었다. 날씨가 나빠서 첫날 탐사는 빗속에 축 늘어진 꽃잎만 몇 장 건진 하루였다.


7월3일 두 번째 백두산 서파 도전을 했다. 가이드가 오늘은 천지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걸며 조선족이 50%가 산다는 송강하의 역사를 설명했다. 1시간 쯤 달리는 곳에 도로공사가 한창인데 여기에 백두산 신공항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이달 말에 개항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비가 내려서 서파 정상인 금병봉은 오후에 가기로 하고 금강대협곡으로 직행, 약1시간동안 고산지대의 수목을 사진에 담았다. 2시에 식사를 마치고 셔틀버스를 타고 오른 금병봉도 어제처럼 안개와 운무가 앞을 가려서 또 다시 좌절의 쓰라린 경험을 하고 하산했다. 사방이 구름과 농무가 낀 고산화원에서 몇장의 야생화 촬영을 마치고 오후 3시 전설의 왕지로 옮겨가서 빗속에서 우비를 쓴 채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이도백하 근교의 백화림 호텔을 향해 4시간을 이동하여 밤 10시에 도착해 겨우 저녁을 먹었다. 천지 구경이 그리 쉽지 않음을 실감한다.


7월4일 이제 마지막 정상 도전의 날이 돌아왔다. 나는 호텔 근처의 도로에 나가서 새벽부터 야생화를 사진에 담았다. 오늘은 북파로 가서 천지와 천문봉을 올라간다. 8시 북파 산문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씩 그치기 시작했다. 와---함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일행들의 표정들---차에서 내리자마자 서로 앞서간다. 날이 개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파란 하늘이 나타나고 멀리 장백폭포의 모습이 보였다. 수많은 한국 관광객들로 초만원인 제2산문을 지나 데크가 깔린 천지로 가는 길에서 오이풀,쥐오줌풀,오랑캐장구채,자주방망이,두메자운꽃,백두산 용담, 염주꽃, 바위구절초,나도개미자리,바위솔,나도수영,두메양귀비 등 희귀식물을 사진에 담았다.


장백폭포의 크기와 높이에 압도당하며 900개의 계단터널을 빠져 나가니 살 것만 같았다. 이제 2km만 걸어가면 달문에 도착한다. 하늘을 보니 하얀 뭉게구름이 쉼 없이 지나갔다. 여기는 해발 2600m 고산으로 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6월부터 야생화가 자라 10월까지만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천지가 한 눈에 보인다. 마치 해수욕장의 모래밭에 온 느낌이다.

감격의 순간이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일행은 야생화 초원으로 뛰어가 사진대회에 참가하였고 나는 한없이 호수를 쳐다보고 16봉우리를 세어 가면서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맞았다. 눈물이 왈칵 솟아오름을 막을 수 없었다. 바로 건너편에 제일 높은 장군봉(2750m)이  버티고 서있다.

배낭에서 지난 달 독도에서 가져온 태극기를 꺼내서 사진을 찍는 순간---누가 나를 덮친다. 가이드가 달려와서 태극기를 빼앗으며 여기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벌금이 500만 위안에 추방까지 한다는 것이다. 1시간여를 사진을 박은 후 단체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하산했다.


오후 4시 찝차를 갈아타고 기상대로 올라가 중국의 최고봉인 천문봉(2670m)에 올랐다. 입간판을 보니 <하늘과 땅이 맞닿은 장백산, 기암괴봉이 한 눈에 보이며 천지에 구름이 넘어간다>라고 써 있다.

등소평이 친필로 쓴 천지 비석을 뒤로 하고 정상에 오르니 천길 절벽이 내려다보이고 파란천지가 나타났다. 여의도 크기만한 호수는 너무나 커서 대지(大池) 또는 대택(大澤)이라고 한다.  안내판에 보니 중국의 산악인 유건봉이 명명한 16봉의 이름이 나와 있다.

 백두봉(장군봉),백운봉, 화개봉, 삼기봉, 옥주봉,천할봉,자하봉, 지반봉, 용문봉, 금병봉, 와호봉, 철벽봉, 제운봉, 관면봉, 고준봉, 관일봉이 그것이다.

여기가 산경표의 백두대간 시발점이 되는 지점이다. 남북통일이 되면 남으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갈 수 있다는 통일의 염원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역사의 경계현장에서 슬픔에 잠긴다. 순간 심장이 멈추고 고요와 적막과 경건과 기도와 외경이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금방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추워져 내려가라는 신호에 따라 철수했다. 저녁 6시 40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북파매표소로 나왔다.


길림성 장백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에서 백두산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관광지개발을 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유럽의 유명관광지 못지않게 관광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서 5000년 중화민국 역사를 부흥재현하기 위한 비전을 갖고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일본과 싸우는 사이에 중국은 백두산을 자기네 영토의 주요국가수입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강대국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중국에 빼앗긴 백두산의 절반을 언제 되찾을 것인가--- 한민족 중흥의 혼을 다시 일으켜야 할 8.15 광복절에 이글을 마친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