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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야생화 이야기---2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8. 8. 20. 20:02

제2편

 

 

장춘(長春)공항에 내리니 날씨는 쾌청하다



 기내방송에서 장춘이 멀지 않다고 하며 시계를 1시간 늦게 맞추어줄 것을 방송한다. 지금부터 중국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중국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 공항에 도착했다. 1시간 만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짐을 찾은 후 단체여객 입국장에서 비자수속을 받고 나왔다.

 

공항 로비에는 현지 여행사에서 마중 나온 가이드가 우리를 환영했다. 역 앞에 나가니 하이거(HIGER, 海格)란 30인승 신형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모두 3명(한 표, 리 준, 한광웅)의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고  운전기사(강따거)도 소개를 받았다. 모두 박수로 수고해달라고 화답했다. 공항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24명이 전용버스에 탑승해서 백두산 바로 밑에 있는 송강하(松江河)의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하늘을 보니 비가 온 후 맑게 개여서 청명했다. 장춘시내를 빠져나온 버스는 남으로 방향을 틀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1시간가량을 달린 후 영성자(營城子) 톨게이트 요금소를 빠져나와 5시 30분 어느 지방법원 구내식당에서 맛있게 현지식사를 했다. 처음에는 중국음식인 줄 알았지만 짜거나 향료가 안 들어가서 먹을 만하다. 닭고기볶음도 나왔는데 그 중에는 닭 머리 벼슬도 나와서 보고 놀랐다.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들이 먹는 특식이 뭔가 물어보니 해바라기 씨앗이란다. 먹어보게 조금 달라고 했더니 여주인이 비닐봉지에 한 움큼 싸주며 공짜로 가져가란다. 이곳 중국 사람은 인심도 좋다고 생각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린다. 가이드는 이곳의 역사와 지형, 산업, 소득수준 등 자상하게 최근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만주 벌판은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곡창지대며 온통 옥수수 밭이었다. 중국의 옥수수 생산의 70%가 여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옥수수가 이곳 주민의 주요 소득원이 된다는 것이다. 버스는 텔레비전은 안 나왔지만 시계와 같이 현재의 온도 22도, 습도가 75%라고 알려준다.

획--획 지나가는 2차선 도로변의 미루나무 수양버드나무 백양나무가 우리나라 시골길과 비슷했다. 저녁 어스름이 질 무렵 조양진(趙陽鎭)인터체인지를 빠져 나간다. 멀리 기찻길이 보이는 정경이 한 폭의 평화로운 전원풍경 그대로다. 어서 오십시오(歡迎光隣)란 도로표지 아취를 지났다. 휘남시(輝南市)의 환영탑이다.  이곳 시간으로 7시 50분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시골밭길을 달린다. 주유를 하기 위해 적색으로 <중국석유>라고 쓴 주유소를 들러서 화장실을 이용한 후 버스는 컴컴한 밤길에 시골 읍내로 들어갔다.

동네 어귀에 들어서니 동네 축제를 한다고 길을 막고 민속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빨간색 경차(경찰차)가 다가오더니 버스를 좁다란 마을 우회로로 안내한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믿기 어려운 황당한 일을 겪었다.

    

    

도로를 막고 축제를 하는 만만디한 한족(漢族)



 어느 허름한 집 앞에 오니 보수공사를 한다고 모래를 길가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것이다. 아--참. 기가 막힌다. 버스는 서서 꼼짝을 못하고--집주인을 불러 사정 이야기를 하니 집안에서 삽 하나를 가져와 모래를 퍼서 치우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웃으면서 그런다. 지난번에는 길가에 폭우로 큰 나무가 쓰러져 있어서 3시간이나 걸려서 손도끼로 나무를 잘라 치우고 겨우 통과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비일 비재한다고 한다.


 일행이 내려가 삽 한자루를 이용해 모래를 치우고 발로 밟아 뭉개며 땀을 억수로 흘린 후에 모래둔덕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서  큰길로 나오니까 이미 마을 축제는 끝났고 동네는 불이 꺼지고 어둠과 적막만이 남아 있었다.

  여기서 1시간이나 지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중국 사람은 이래서 만만디(慢慢的)한 민족이라고 하는가 보다.

  8시 마을을 빠져나와 시골 길을 쉬지 않고 달려 9시 20분 큰 호수가 보이는 대도시를 지나 화견수비참(花見收費站)톨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지그재그 언덕길을 오르고 계속 산속으로 달려 긴 터널을 지나갔다. 터널 속은 전등을 안 켜서 내내 무서운 굴속을 달려갔다.


벌써 10시가 되고 이정표에는 백산(白山) 127km 지점이다. 창밖을 보니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백두산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는 교훈을 알려주려나 보다. 당초 예정 시간 4시간 30분보다 1시간이나 늦게 송강하(松江河)의 교외에 있는 송림호텔에 도착했다. 워낙 산골짝이라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되는 곳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4층 규모의 작은 호텔은 네온사인만 켜진 채 적막하다. 방 배정을 받고 3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기상시간에 쫒기며 잠자리에 들어갔다.

휴---여기까지 오는 험난한 여정을 봐도 여행길은 고생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종일 걸려 중국의 동북성--- 만주벌판---조선족자치구에 도착한 것이다.!


잠시 눈을 부치다가 잠을 못 이루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백두산은 북위 42도 동경 128도 인데도 서울 날씨와 별 차이가 없었다. 여기까지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이나 올라왔고 버스로 7시간을 달려왔는데도 이국땅이라는 생경한 느낌이 안 들었다.

 비가 아직도 주룩주룩 내리고 어둠속에 호텔 건물만 덩그러니 서있다. 천기가 걱정이 되어 잠이 달아났다. 서성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왜 잠을 안자고 나왔느냐는 것이다. 밤에는 정문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한다.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한국인 여행객인데 중국어를 3개월밖에 못 배웠다고 했다. 여기 총경리(사장)이냐고 물었다. 그는 나이가 50줄에 들어선 호텔의 경비원이었다. 날씨가 비가 온다고 하며 걱정을 했더니 언제 비가 그칠지 모르며 여기는 원래 이러다가 곧 개이고 해서 예측할 수가 없다는 대답이었다. 밖은 조금 썰렁한 날이었다.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제3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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