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연잎의 운명---반칠환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8. 7. 23. 09:15

상징의 아픔

소나기가 다녀가셨다

미처 꽃잎을 접을 새도 없이

얼굴을 딛고 간 물방울 발자국 선연하다

우산처럼 무성해야 할

연잎은 다 녹아 흔적도 없지만

연잎은 ‘괜찮아~’ 웃는다

물 위에 맴돌던 소금쟁이도,

꽃대를 건드리던 마지막 송사리도 사라졌지만

연잎은 오래된 습관처럼 웃는다

고요하고, 적막하여라

연꽃마저 사라지면 저 검은 물 위로

검은 달이 한가로이 비치리라



* 처염상정(處染常淨), 사람들은 연꽃을 더러운 곳에서도 결코 물들지 않는 고귀한 상징으로 여기지만, 누천 년 진흙을 꽃으로 바꾸어왔지만, 인간이 오염시킨 폐수마저 꽃으로 바꿀 수는 없어 보였다. 소나기도 씻어주지 못한 검은 얼룩이 연꽃의 눈물처럼 보인다.

 
<범버꾸/반칠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