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부부등반기--2000년
2000/06/28
오늘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이 만난 날이라서 그런지 싱숭생숭하다.
눈물이 앞을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나 잘(?)아는
축령산(가평군 상면과 남양주군 수동면 경계)을 소개한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거리,경춘국도 마석에서 물골안,물고랑이라는
수동으로 들면 아주 가깝게 찾을 수 있다. 자연휴양림이다.
(축시)
다시 축령산
축복의 축 자, 혼령 령 자
축 령 산 ...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통나무집과 잣나무 숲이
우거진 깊은 계곡
물 수 자, 마을 동 자 수동
물골안 전지라골로 들다
방갈로가 즐비하고
새소리가 지져귄다
산은 산, 물은 물
다시 정상에 오르니
천상화원이 예로다
첩첩산중, 파란 하늘
한국의 산하 다 모였네
봄에는 철쭉 꽃
여름은 시원한 바람
가을이 오면 단단풍
초겨울이 되면 으시시
낙엽이 구르네 .
일죽
(초여름 산행기)
잣나무 숲 아름다운 자연과 옛친구들과의 만남
나는 지난 일요일(6/18) 모처럼 만에 부부동반으로 서울에서
아주 가까운 마석의 축령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유난히 골프
를 좋아하는 한 친구는 새벽에 산에 가야지,더워서 고생한다고
일찍 만나자고 한다. 그러나 일행이 10여명이 되고, 각각 강남,북
에 흩어져 살고 있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결국 8시에 축령산 입구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우리 모임에서 10여년 만에 가는 외출(?)산행이라서 무척
신경이 씌였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변고인가.
전날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마누라가 아침에 일어나더니,
머리가 빙빙 돌고,소화가 안되어 쓰러질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10 년만에 처음인데,약속은 지켜야지...
잘 달래고, 챙기고 해서
그야말로 과속하다시피 서둘러 마석을 경유,수동마을
쯤에서 전화를 걸었다.
나 때문에 무작정 기다리면 안 되니까...
벌써 모두들 와서 나를 기다린단다.
어이쿠. 또 지각이야.쯔쯔..
이렇게 해서 선발대가 먼저 오르고, 뒤를 따라 붙는 방식을
선택할 수 밖에. 30분 정도 늦어 차에서 내리자 마자, 숨도 안쉬고
된비알이 유명한 남이바위 코스를 달려갔다.
땀이 머리에서, 등줄기에서 쏟아진다. 이런 걸 뭐라 하더라...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이제는 마누라고 뭐고 그냥 뛰었다.
어젯밤에 통나무집에서 자고 반바지 바람에 등산하는 젊은 이들을
앞지르고,헉 헉 숨을 몰아쉬면서 간신히 제1봉인 수리바위에 닿았다.
여기서 일행을 만나 겨우 한숨을 쉬고 강행군했다. 이제는 안심이다.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갑고, 기쁘기까지 했다.
우리는 거의 30년을 친 형제 처럼 지낸 입사 동기생들.내가 늦은 건
나무라지 않고,어떻게 그리 빨리 올라 왔느냐고 오히려 격려해준다.
10여명이 줄을 지어 밧줄을 잡고 낑낑 매면서, 그 예전 한창 힘 좋
았던 때를 회상하면서, 웃으면서, 농담해가면서 오르고 올라갔다.
우리는 어느새 남이바위(남이 장군이 지휘하던 곳)에 도착, 의자 같
이 생긴 홈에 앉아 쉬면서 비단을 깐 것 같은 숲을 내려다 보며
오랜 만에 호연지기를 맛 보았다.
서울 근교에선 깨나 높은 800m가 넘는 산이 축령산이다.
북한산(836m)보다도 더 높은 고지에 우리가 서 있
다니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야----호-----.
드디어 정상 헬기장,879m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정오가 가까워 오
니 햇볕이 내리 쬐어 눈이 부시다. 잠시 쉬고 곧바로 그늘로 내려서
간단히 김밥 도시락을 먹고 하산했다. 급경사길을 30여분 달리니 절
고개 4거리다.(외방리--서리산--행현리방향).
벌써 지친 친구도 있고,평소에 등산하고는 담을 쌓은 아줌씨도 계셔
우리는 한참을 의논해 결국 2개조로 나누어 자신 있는 사람 4명만 서
리산(825m,일명 상산)을 더 등반하기로 했다.
나는 전날 철원 고대산(843m)을 다녀왔지만, 리더(?) 겸해서 함께 합
류하기로 했다. 사실 이틀에 800m급 산을 3개를 타는 건 좀 무리인
줄 알지만.... 타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해서 한팀은 계곡으로 먼저 내려가서 쉬기로 하고,
직진해서 서리산 쪽 갈대밭길에 올라붙었다.
속도를 내 산판길을 30여분 줄다름치니 공터에 정상표지판이 반긴
다.
이 산은 내가 오래 전에 봄이면 진달래, 철쭉, 산나물 산행을 즐기
던 오지(?)의 산이었다. 오늘 다시 찾아온 서리산은 그동안 많이
달라지고, 등산로도 고속도로처럼 나 있었다.
축령산입구에서 부터 넓은 주차장하며, 숙소,휴게시설,도로,전망대 등
변한게 많다. 이제는 초보자도 쉽게 다닐 수 있게 곳곳에 안내 표시가
되어 있었다.
서리산의 백미는 역시 5월 중순경의 철쭉. 색깔도 예쁘려니와 소담스럽고,
크고,아름답다고 한다. 시기를 잘 맞추어 가야 한다.
이렇게 해서 이산가족은 1시간 30분 만에 산판길이 거의 끝나는 축령
산초입 계곡에서 해후를 했다. 그동안 자초자종 얘기를 들으니 재미
가 아주 좋았단다.나무열매를 따기도 하면서,얼음같은 물에ㅡ손 발을
담그고 쉬고 했단다.
공연히 우리만 땀 흘리고 고생(?)한 것 같았다.
그러나 다 장단점이 있지...건강을 위해,우정을 위해 만난 것이니까.
시간은 오후2시다.다 들 힘이 소진 된 것같다. 밥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는 미리 알아둔 마석초입의 제주도 토종 다새끼(돼지)집으로 향
해 맛있는 도야지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꿀맛같은 점심을 했다.
모두들 새벽부터 일어나 노곤했지만, '이런 데 또 다시 오자,'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자주 갑시다,' 하면서 오늘의 산행이 그렇게 힘든 여정
은 아니라고 이구동성이다. 이만 하면 야유회장소 선택에서부터 코스,
식사 모두 만족이다.
30년 친구들의 만남,부부동반의 외출이 성공적이라 할만하다.우리는
계획대로 산행을 마감하고 일찍 헤어졌다. 초여름 무더운 날씨에 고생
은 했지만,축령산의 아름다운 추억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참석자: 김동현부부, 임부섭부부,이종욱부부,이영록부부,김양래부부
고 홍종민씨 어부인 11명)
2000.6.21 일죽 산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