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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엽산 산행기--2000년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8. 4. 11. 18:12
광릉 자연수목원과  인접한 인적 드문 육산

(개요)
죽엽산은 610m의 아기자기한 산이다. 포천군 소흘면과 내촌면에 걸쳐 있으며, 광릉 수목원의 소리산과 같은 줄기로 우뚝 솟아 있다. 산 모양이 길게 뻣어 있어 능선이 제법 긴 편이며, 울울 창창한 수림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숲속 깊숙히 안으로 들어 가면 마치 대낮에도 껌껌한 밤처럼 무시무시하다. 아마도 서울 근교에 이렇게 나무가 많은 산은 없다 하겠다.

그런데 하나 아쉬운 것은 자연 휴식년제로 해서 지금은 사전에 허가 없이는 입산금지가 되어 있다. 가끔 이 사실을 모르고, 정상으로 올라 오시는 분이 있는데 벌금이 기다린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한다. 양주시 산림과에 반드시 허가를 받고 입산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단의 산 답사기)
나는 행운의 사나이다. 1998년도에 2번이나 이 산을 찾았다가 등산을 포기하고 돌아 온 적이 있다. 멋도 모르고, 광릉내 직동리를 거쳐, 고모리 음식점 골목으로 올라가 차를 세우고 길을 찾다가 '까페' 주인한테 혼이 났다.

만일 올라가면 공익 근무요원에게 발각되어 창피 당하고, 벌금 내고 한다는 것이었다. 지척에 정상을 두고 하산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얘기를 들으니 이 동네 거주자가 아니면 근처에도 못 간다고 한다. 나는 왜 진작 이 산을 답사하지 않았는지 후회하고 돌아 섰다.


그런데 1999년 4월 11일 (일) 흥사단 Y.K.A. 등산 모임에서 그 곳을 간다기에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 있느냐고 따라 갔다. 아침 8시 30분 수유 전철역(구 세일극장 앞)에서 모여 30여명이 승용차와 코란도에 분승해서 출발했다.

더우기 오늘은 이 산악회의 시산제 날이다. 아주 홍제를 만난 것이다. 의정부를 거쳐, 축석령 고개를 넘고,송우리를 끼고 우회전 해, 1시간만에 내촌 못 미쳐서 참나무정이 수퍼에 닿았다.   간단히 순두부 안주로 막걸리를 들고 뒷산에 붙었다.  

인가를 벗어 나니, 작년 여름의 홍수 피해가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 있다. 작은 계곡인데도 집이 반파되어 흉칙스럽다.

길이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고사목과 덩쿨이 발에 걸려서 넘어지고,자빠지고 하면서 어두운 터널 속을 빠져 나오니 1시간여만에 능선이다. 시원한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온다. 정상은 수십년 된 전나무 숲에서 좌회전해 20여분만에 올랐다. 넓은 공터에 헬기장이 있다. 광릉 수목원이 내려다 보이고, 서쪽면은 절벽이 둘러쳐저 있다.


이날 우리는 시산제와 정상주에다가 다시 원점으로 내려와 ,참나무정이 수퍼에서 또다시 하산주로 얼근하게 취했다. 나는 산이고 뭐고 정신이 몽롱해서 돌아온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산행은 처음이다. 짧은 하루, 한나절에 4번이나 음식과 술을 먹었으니 말이다.

이 산은 가을 낙엽이 질때 가면 바로 카펫트를 깐 길이 될 것이다.그냥 드러누워도, 흙이 묻지 않는 ,그런 푹신푹신한 산이다. 태고의 내음을 간직한 곳, 앞으로도 영원히 보호, 보존되는 유일한 서울 근교의 숨은 산이 될 것같다.

나는 이번 4월 9일 (일) 에도 또 죽엽산 산행이 약속 되어 있다. 역시 난 행운의 사나이다. 남들이 가지 못하는 산을 탄다는 건 확실히 흥분되어 가슴이 뛰는 걸 어쩌랴!!! 그래서 이번에는 2번째 산행기를 올릴 계획이다. 가까운 거리에 꼭 꼭 숨은 대나무' 죽'자,  낙엽 '엽'자, 죽--엽--산아 . 잘 있거라. 내년에 또 보자. 안녕.    

2000. 04 06   일죽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