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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령 숲길 우중 답사기---2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8. 3.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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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이령 숲 길 생태답사기


 나는 생전 처음으로 닫혀 있던 우이령 숲길을 걸었다. 나 뿐만 아니라 오늘 비가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2시간여 동안 같이 답사한 여러 동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길은 한국해설 연합회의 설립에 즈음해서 제1차로 숲길 걷기대회가 열려서 초청을 받았다.

40년 전 북한의 124군 부대가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김신조(생포) 등 무장공비 일당을 남파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서부권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산악지대 8부 능선을 타고 주로 야밤에 남하하여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한 후 교전에 의해 일망타진되었지만, 우이령 고갯길은 적의 침투로라는 이유로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기동경찰대와 군부대가 주둔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길--그 곳이 우이령 숲길이다. 우이령 보존회의 생태조사 모니터링

에 참여하거나 1년에 한번씩 4월에 우이령 길 걷기대회 때만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다. 우이령 보존회는 13년전 당시 뜻 있는 시민들이 모여 우이령 흙길을 확장, 포장하여 개방하겠다는 정부의 개발계획을 반대하며 환경보존과 동물 이동통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캠페인을 벌인 시민운동 단체다. 그래서 아직까지 출입이 통제된 서울의 유일한 길이 된 것이다. 최근에 청와대 뒷길인 북악로가 청와대부터 삼청동까지 일반에 개방되어 있지만 아직도 여기는 자연 그대로 보존된 서울의 허파에 해당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우이령 길을 걸어간다고 생각하니 1주일 전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하였고,  전날 밤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때 아닌 비가 며칠 째 내려서 몹시 걱정이 되었다.  전화로 비가 와도 가느냐고 확인까지 했으나 비가 와도 강행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창 밖을 내다보니 밤새 비가 내리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날씨다. 우산을 챙겨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9시 30분경 버스에서 내려 그린파크 테니스장 앞에 가보니 벌써 한국해설연합회 관계자들이 나와서 피켓을 세우고 행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올지 모르므로 비닐봉지에 우이령길 생태지도를 담아놓고, 비치 파라솔에서는 하얀 목수건에 환삼덩굴 잎을 따서 십원 짜리 동전으로 문질러 압엽을 하고 있었다. 제법 근사한 천연염색 수건이 탄생했다.


10시가 되자 참가인원이 30여명으로 불어났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청딱다구리 팀이 우이령 윗길로 먼저 올라갔다. 10시 30분 육모정 삼거리까지 가서 숲 해설가는 길가에 보이는 나무와 풀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길섶에 자주 보이는 단풍나무--잎을 가리키며 잎의 거치가 9--10개로 갈라진 것은 당단풍이고, 5--6개로 갈라진 것은 그냥 단풍이라고 한다. 다음은 아주 흔한 소나무, 아이를 낳으면 금줄을 다는 풍속부터 시작해서 우리 선조들의 주거생활에 필수품이었던 재목이었고 죽어서도 관으로 만들었던 이야기며 경복궁,창덕궁 등 왕궁을 지을 때 쓰는 황장목을 키우던 황장금표 표지석 이야기도 해주었다.


 소나무는 솔잎이 2개씩 모여 나고 수피가 붉은 색이며 리기다소나무(미국산)는 솔잎이 3개씩 모여나며 검은 색 껍질에 털같은 솔가지가 줄기에서 군데군데 나온다고 한다. 요즘 전국에 퍼지는 소나무의 에이즈병인  재선충병에 대한 소개와  솔수염 하늘소란 벌레의 놀라운 번식력과 파괴력을 설명했다. 다시 한참을 오르니 부슬비가 내린다. 우산을 받쳐 들고 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따라갔다. 아직은 출입통제선이 아니라 자가용차가 많이 지나간다. 10시50분 왼편으로 가톨릭교회의 수도원인 <패션니스트> 란 건물이 보인다. 여기가 우이령--쇠귀골 길이다.


보통 달개비라는 닭의 장풀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파란 꽃잎이 3장인데 수술과 암술이 주걱처럼 달려있고 수분을 해서 서로 경쟁적으로 자라는데 경쟁자가 나타나면 즉시 새 줄기를 만들고 쑥쑥 자라나는 생존력이 강하다고 한다. 가운데 노란 색 꽃은 거짓 수술이다. 벌과 나비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한 수단이란다. 작은 풀 꽃 하나가 이렇게 오묘한 뜻이 있는가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길가에 크고 작은 나무가 많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의 나무 이름이고 아카시 나무이며 1910년경 일제하에서 헐벗은 강산에 조림을 한 수종으로 빨리 자라기 때문에 연료림으로 심은 것이며 수명이 50년이란다. 나무의 뿌리혹박테리아가 토질에 80%의 질소를 공급해주어 비옥하게 해주며 나뭇잎은 탄소동화작용과 호흡작용으로 산소를 공급해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고마운 나무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산속에 들어오면 정신이 맑아지고 푸른 색을 보면 정신집중이 잘 되므로 특히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이 숲길을 걸으며 심신을 단련하기를 당부한다.


 벌써 11시가 다 되었다. 경찰통제선--초소 앞에 도착했다. 우이령 보존회 박 차장이 자전거를 타고 올라와 인원 파악을 다시 하고 30명이 두 팀으로 나누어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북한산 국립공원이며 생태보존지역이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다시 황기홍 선생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얀 좁쌀 같은 꽃잎이 비를 맞아서 축 늘어져 있다. 이게 무어냐고 묻는다. 아무도 대답이 없다. 망초란다. 망초는 왜 망초냐? 원래는 미국의 정원수로 키우던 꽃인데 귀화식물로 우리나라에 퍼져서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줄 안다고 한다.

해방 이후에 공항이나 항구 기차역 하치장에서 화물운송 박스에 씨가 묻어 들어온 것이란다. 생명력이 워낙 강해서 길가나 밭에 너무 많이 번식해서 농민들이 곡식을 다 망친다고 해서 망할 놈의 풀이라고 망초라고 한다. 개망초도 있다고 한다. ㅎㅎㅎ 믿거나 말거나 다.

우리나라 풀과 나무 이름은 그 생긴 모양이나 냄새, 색깔, 용도에 따라 순 한글로 붙인 게 많다.


 휘이--땅바닥에 축 늘어진 나뭇가지를 가리킨다. 버드나무다. 물가에 잘 자라는 수양버들은 왜 늘어지는가? 펩틴이라는 젤리같은 성분이 만들어져 리그닌이 생성 안 되는 나무의 특징이란다. 대개는 단단한 재질을 만드는 리그닌으로 변해서 나무가 곧게 자라는데.... 다음은 참싸리와 조록싸리의 구분법은 잎이 크고 작은 것으로 구별하며, 산초나무의 줄기에 난 가시와 잎의 달림이 어긋나기라고 잎을 하나 따서 보여준다. 남쪽에서 볼 수 있는 초피나무는 가시가 마주나기로 난다고 한다. 산초 열매를 으깬 가루는 우리가 삼복더위에 보신탕을 먹을 때 후추가루 대신 쓴다.


한참 언덕길을 오르니 우측으로 꺾이면서 군부대 훈련장 천막 막사가 보인다. 경찰서 건물이 보이고 그 뒤로 북한산 영봉이 우뚝 섰다. 갈대와 억새의 구분법을 아는가? 아무도 모른다. 억새는 억새지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억새는 잎줄기의 주맥이 흰색이고  가늘며 갈대는 갈색이며 굵다는 것이다. 빨간 색으로 변해가는 옻나무가 보인다. 잎줄기에 약간 두툼한 날개가 나있다. 붉나무가 학명이며 잎에 진딧물이 만든 오톨도톨한 벌레 혹이 나와 있다. 이 오배자는 탄닌이 많아 약용이나 잉크의 원료로 쓰인다.

 

 우이령 고갯길이 이제 급경사며 좌우로 휘돌아 나있었다. 숨이 찰 정도다. 부슬비는 왔다가 그쳤다가 한다. 이제는 시장기도 있고 뒤쳐진 사람이 보인다....잠시 쉬어서 뜨거운 커피를 꺼내 마셨다. 마지막으로 나무와 숲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녹색댐 이야기다. 건강한 환경을 위해서 나무가 있어야 하지만 숲은 수자원이란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강수량은 1200mm인데 비가 오면 나무가 흡수해서 증발시키기도 하지만, 땅 속으로 들어가 저장되어 있다가 서서히 1년 내내 물을 내려줘서 식수와 농업용수로 이용하고 나무를 키운다. 이런 물의 양은 소양강 댐의 4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수자원이 된다고 한다.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해 말이 많다. 제주도에서만 살던 야자수가 한반도로 상륙했고, 중부지방도 아열대식물이 자라는 환경이 되었으며 바다의 수온도 상승해서 열대성 물고기가 북상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인간의 과도한 자연 이용으로 더욱 지구의 생태계에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 시대는 지구를 망치는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이 싸우며 함께 살고 있다.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일이 인간사요, 세계사요, 또한 지구 역사가 아닌가 한다.


12시 정각이다. 드디어 우이령 고갯마루에 도착했다. 여기서 더 이상은 못 간다. 반대편 쪽은 양주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쉬웠지만 군대 통제선과 벙커를 뒤로 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오늘은  숲 해설가의 친절한 해설 도움으로 새로운 사실을 새롭게 배우고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으며 즐겁고 유익한 하루가 된 것 같다. 휴일 날  돈 써 가며 골프나 치러 가거나 술이나 먹으며 허송세월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반성의 기회를 준 데 대해 한국해설연합회 관계자에게 감사의 생각을 금할 길 없었다.


흙길을 내려오면서 지난 주일에 교회에서 읽은 <서울주보>의 글이 생각난다.


    거친 흙길을 밟으며

    나를 다듬어 봅니다.


    몸을 숙여 나를 만나 주는

    키 큰 나무는

    내 마음의 아픔 잊고

    환히 웃게 합니다.


   너의 얼굴에 퍼지는 잔잔한 평화...

   나의 마음으로 나누는 은은한 기쁨...


   산 속에서 만나는 하느님....


               이정아 수녀(성 바오로 딸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