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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 제왕산 산행기 2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8. 2. 18. 21:05
 

            선자.제왕산 산행기

  


                    금년 마지막 설원을 보러 가다



 2008년도 벌써 2월 달이다. 설 명절을 쉬고 나니 우수와 경칩이 낼 모레로 다가왔다. 봄이 멀지 않다는 이야기....봄이 오는 소리다.

나는 강릉 제왕산(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강릉시 왕산면,성산면)을 오르면서 난생 처음 눈을  실컷 밟아 보았다.

강원도 구 대관령휴게소에 내린 시간은 아침 10시 정각.

 일행은 서울 시청 덕수궁(경운궁) 앞에서 7시 정각에 출발해서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좌회전 영동고속도로를 탔다. 하늘을 보니 날씨가  좋다. 화창한 봄날은 아니더라도 일단 멀리 산이 보이고 맑고 깨끗한 하늘과 섬강 물빛이 파랗게 비추어 준다. 문막 휴게소에서 20분간 아침식사시간을 주어서 충분히 쉬고 출발....  문막휴게소에는 관광버스가 수십대였다.  옆 차는 아침을 길가에 앉아서 먹고 있다. 저렇게 머고 가는가 싶다. 전국의 유명산악회에서 강원도 산행 가는 차다. 오대산, 선자령,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을 가는 산악회 버스들이다.


 남원주 만종 분기점을 지나니 앞이 트이면서 버스는  새말, 둔내. 면온, 장평, 속사

인터체인지를 지나 쏜살같이 달린다. 진부 횡계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대관령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을 보니 눈이 허리까지 쌓인 옛 길. 우리 가족이 이 고개를 수도 없이 넘으면서 여름 휴가철에 송정 해수욕장을 갔다가 밤 3시에 텐트를 걷어 올리고 출발, 강릉 시내를 거쳐서 대관령고개로 들어섰는데 가도 가도 구부러진 길만 나오고 끝이 안보여서 다시 차를 돌려 내려갔더니 주유소에서 그 길이 맞는다고 한다. 대관령휴게소까지 앞은 껌껌하고 앞은 천길 낭떠러지다. 나는 이날 대관령 귀신에 홀린 것이었다.


              단오날에 단오제, 10월에 율곡제, 무천제를 지낸다.


 고속도로 준공기념비를 뒤로 하고 아이젠을 찰까 하다가 일단 제왕산에 가서 차자고 했다. 여기는 1000m 고지---여기서 오른편이 능경봉(1123m)이고 동편이 제왕산, 북쪽은 선자령이다.

일행 중 10명은 능경봉으로 삼거리에서 헤어지고 계속 내려갔다.  산판도로를 내려가서 왼편으로 1미터 눈 속으로 들어갔다. 발이 푹푹 빠진다.. 약 30분을 내려서니까 고사목이 우리를 반긴다. 죽어서도 거름이 되는 소나무다. 하늘로 곧게 뻗은 나목가지들을 사진에 담는다... 내려가다가 또 고사목을 만나 찍고 또 찍고 내려가다 보니 30명은 안 보이고 드디어 1시간 만에 제왕봉 정상이었다. 중식을 먹기 위해 자리를 찾는데 너무 좁아 더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다.

누가 술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실 원액과 소주에다가 인절미에다가 김밥에다가 새우젓 족발까지 다양하게 나와서 게 눈 감추듯 먹으면서 나는 요즘에  숲해설을 한다고 했더니 어디서 배우느냐고 묻는다. 금년은 다 등록이 끝났는데.... 4월에 개강하는 국민대 평생교육원 숲 아카데미 제2기 모집을 한다고 소개했다.

여기서부터 급경사 내리막길. 전망대에 올라가 굽이굽이 대관령 길을 보고 강릉 경포대와 동해를 내려다 본 후 다시 하산한다...

지금부터 눈썰매를 타야 한다. 미리 준비한 비료부대를 나누어 주고 엉덩이를 들이 밀고 다들 어린애가 되어 눈썰매를 타니  완만한 길 좌우에 300년은 된 금강송이 반기고 근육질이 좋은 서어나무도 보인다. 이것이면 불 타버린 숭례문 복원에 쓸 만한 소나무가 쭉 뻗어 있었다. 한참을 내려가서 상제민원 계곡에 닿았다. 밑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도 많다.

  아이젠을 차고 내려가니 우주선 화장실이 보인다. 남, 녀 갈라서 쉬를 보고 도로를 한참 걸어서 대관령 박물관에 도착했다.


            상황버섯주를 먹고 버스에서 축구중계를 보다


 대관령 박물관은 문을 닫아서 우리는 버스에 올라타고 횡계로 가서 황태집 촌으로 갔다. 어느 식당이나 초만원이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오삼불고기와 황태국을 시켜 놓으니 누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상황주를 내놓는다. 상황버섯을 설악산 백담에서 따 온 것이다. 산뽕나무 버섯으로 빚은 1.5리터 한 병을 다 비웠다. 얼큰히 취해서 버스를 올라타고 서울로 향한다.


  타자마자 허정무감독이 이끄는 축구 중계를 한다. 박주영 선제꼴에다가 동점꼴, 47분 곽태희가 결승 꼴을 넣었다. 3대 2란다. 화장실 갈 사람도 있고 문막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간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송파구 잠실역에 닿았다. 밤 8시

오늘은 무려 3시간이나 눈썰매를 타고 선자. 제왕산 설원등산을 오랜만에 한 날이었다.


                          2008년..2월17일. 밤 12시 일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