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생태기행---2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아차산
아차산 하면 아직도 서울에 사는 천만 인구가 잘 모르는 산이다. 아차산이 어디냐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 그러나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 뒷산인 아차산은 오늘도 그 특유의 아름다운 자태와 풍부한 역사를 가슴에 품고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의젓하게 서 있다.
아차산에 오르면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다 내려다 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전망대가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서울의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선정된 이유다. 그만큼 아차산은 서울의 동 편에 숨어 있는 일출산으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멀리 강원도나 남해로 새해 첫날 일출산행을 못 가면 아차산(287m)을 선택해 당일 새벽에 간단히 오른다.
산은 반드시 100대 명산에 들어가야 유명하고 좋은 산이 아니다. 산세 규모가 작고 보잘 것 없는 동네 뒷산이라도 그 생김새와 지세에 따라서 우리에게 새로운 생기와 희망을 주고 받는 산이 따로 있다.
아차산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 산이다.
첫째 우리나라 오천년 역사와 소통하는 신령스러운 산이 아차산이다.
이 산은 일찍이 청동기 유적이 발견되었고 백제의 아차산성이 남아있는 유적지이며 고구려 25대 평원왕의 사위인 온달장군이 끝까지 한강을 사수하려다가 신라에게 패하여 장렬하게 전사했다는 전설의 산이다. 온달장군과 평강공주를 기리는 구리빛 동상이 아차산 생태공원 입구에 세워져 있으며 북쪽의 아치울 마을로 내려가면 설화로 내려오는 두 개의 괴이하게 생긴 바위가 있다. 후세 사람들이 하도 애석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겠지만 바보 온달장군의 주먹 쥔 바위와 평강공주의 드러누운 나신 모양의 엉덩이 바위가 있다. 현재 아차산 정상은 고구려 유적지로서 한창 발굴을 진행 중이며 봉우리마다 봉수대 흔적은 물론 주요한 군사유물이 나오고 있고 백제 책계왕 때 중수했다는 무너진 산성과 온달샘, 고분군, 보루성, 대성암, 삼층석탑 등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아직도 숲의 천이가 진행 중인 생태계의 보고
둘째 아차산은 동쪽과 서쪽이 전혀 다른 생태계를 갖고 있다. 동쪽은 먼 옛날의 시골풍경인 밤나무단지와 상수리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가 있는 농경지이고 서쪽은 도시화 때문에 아파트단지와 주택으로 꽉 들어차 차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어서 개발이 덜된 북한강 방면은 40년 전 그대로 잘 보존된 생태계를 유지한다. 남쪽 방면에는 아카시나무,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숲이 주류를 이루고 초본류는 큰기름새 그늘사초 닭의장풀, 억새풀이 차지하고 있다.
계곡의 약수터를 지나면 오리나무와 버드나무 갈참나무 조팝나무 찔레꽃 국수나무가 습지에 자생한다. 넓고 큰 화강암 암반지대 주변에는 토종 소나무가 빙 둘러쳐져 있다. 더 오르면 키가 작은 신갈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숲이다. 주변에는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 자라는 철쭉과 진달래가 많고 팥배나무 병꽃나무 노린재나무 노간주나무 가중나무 생강나무 작살나무가 보인다. 몇해 전에 이곳에서 멧돼지가 출몰하여 매스컴을 탄 적이 있지만 아직도 들개와 들고양이가 서식하며 다람쥐, 등줄쥐, 두더지가 관찰된다. 까마귀를 비롯해서 조류도 박새 멧비둘기 어치 꿩 오목눈이 노랑턱 멧새 까치 딱새 꾀꼬리 산솔새 뻐꾸기 노랑지빠귀 등 30여종이 살고 있다.
아차산에 오르는 길은 다양하다. 행정구역상으로 광장동, 중곡동과 경기도 구리시의 주민들이 수시로 오른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5호선에서 가까운 광장동 영화사 코스로 오르며 달동네, 워커힐 아파트, 긴고랑 약수터, 대성암 코스 등이 이용된다. 어느 길로 오르든지 2시간 이면 충분하다.
신선한 산소 역할을 하는 도시의 푸른 숲
도시의 숲은 21세기 없어서는 안 되는 도시의 정화조다. 회색빛 도시에 숲이 없다면 시민은 오래 살거나 잘 살 수 없다. 숲은 평균기온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고 소음을 줄여주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삶을 뒷받침해주는 등 각종 현대병의 치유역할을 한다. 이미 일본과 미국 독일에서 생명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지만 숲의 치유효과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실험단계에 놓여있다.
서울에는 난지도, 여의도 샛강, 길동, 강서습지, 우면산, 고덕습지생태복원지, 암사역사,서울숲 등 여러 개의 생태공원이 있지만 아차산 생태공원은 서울시가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에 따라 조성한 자연생태 학습장이다. 공원 안에는 만남의 광장과 휴식공간, 정자, 생태자료실, 약수터, 생태탐방로, 습지원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이름난 체험학습 생태공원으로서 생태 해설가의 꾸준한 노력으로 2006년에는 무려 130만 명이 이용하기도 했다.
숲에 들어가서 산림욕을 하면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유해물질을 제거해주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 또한 숲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우리의 자율신경을 조절하여 진정효과를 주고 운동신경을 자극하여 심신의 피로를 확 풀어준다.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1주일에 적어도 3번 이상 숲에 들어가 자연이 주는 혜택을 충분히 즐기는 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