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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두분을 만난 기쁨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7. 11. 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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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형제봉 숲 해설 할 때 백정란,김준식샘을 도우미로 따라갔다가

경험한 이야기입니다....앞으로 이런 감동적인 해설을 해주시기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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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투고)


        숲속에서 두 분을 만난 기쁨


                                        김양래(동대문구 숲해설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 잔다 잠꾸러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세수한다 멋쟁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죽었니 살았니 살았다

  

어릴 적에 술래잡기 놀이를 하면서 즐겨 부르던 <여우야 여우야>노래다.


‘나무야 나무야  뭐하니----.나무야 나무야 뭐하니--- 웅얼 웅얼....’


요즘 나는 나도 모르게  ‘여우야 여우야’ 대신 ‘나무야 나무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뒤늦게 숲해설가가 되면서 매일 나무의 이름과 특성, 나무의 고마움을 배워가며 살기 때문이다. 동요를 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머리가 하얀 나이가 되었으니 참으로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그 긴 세월을 살아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직장에서 은퇴한 후 K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모집이 있어서 숲 해설가 아카데미 4개월 정규코스를 이수 받았고 그 후 동대문구에서 처음 모집한 제1기 숲해설가 자원봉사교육 코스를 1달동안 수강하게 되었다.

금년 지구온난화 때문에 유난히 뜨겁고 후덥지근했던 여름에 남들 다 가는 휴가도 반납한 채 열심히 땀 흘리며 수강했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배봉산에서 숲해설 도우미로 몇 번 참석한 적은 있지만, 혼자서 직접 해설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불안해하던 중 마침 처음 배웠던 학교에서 대학원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북한산 숲해설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기회야 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며 며칠 동안 준비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뭐 시집 장가가는 날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머리는 멍멍하고 다리는 두근반 세근반 무거웠다.

그 날은 날씨가 왜 그렇게 추운지 마음도 얼고 몸도 언 날이었다.

2개조로 나뉘어 급경사길인 북한산 숲속 탐방코스를 2시간동안 해설하고 내려오는데 언제 시간이 다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날 해설한 선생님은 어찌나 힘이 드는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설명했으며 점심도 못 먹었다.

우리 조는 20여명의 학생, 교수님을 상대로 숲 해설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참가자 중에서 두 명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숲해설이 뭔지 모른다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했다는 한 대학생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자기가 직접 찍었다는 신갈나무 잎을 보여주며 이게 무슨 나무냐며 신갈나무에 관한 책을 소개해달라고 조른다. 더욱이 머리가 약간 벗겨진 전자공학과 교수님은 아주 유익한 하루였다고 말하고 자기도 숲 공부를 새로이 하고 싶다며 어디서 배우냐는 것이다.


 정식으로 대중 앞에 서서 숲해설가로 데뷔하던 날,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삼복더위에 공부하느라고 힘겨웠던 지난 여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정말로 보람 있는 새 직업(?)을 선택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내년 봄에 다시 시작하는 배봉산 제1만남의 광장 숲해설에서는 더 재미나고 보람찬 숲해설 체험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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