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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불곡산---산행기--1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7. 10. 2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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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산행기

어제 909차 와이카 등반을 의정부 불곡산을 다녀왔지만,

성남 분당에도 같은 이름의 산이 있어 여기 소개합니다.
1 매

이름이 좋아서 그런가 두 산이 다 아기자기한 맛이 나는 작은 금강산입니다.

소금강이라는 이름이 전국에 수도 없이 많지만, 서울 근교에 이런 산이 있다는 건

2 매
분명 선택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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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

성남 분당 불곡산 산행기



4 매
제목: 부처님의 부드러운 미소를 닮은 겨울산의 추억

나는 작년 말에 망년회도 못하고 넘어간 대학 동창들의
불림을 받아 분당에 있는 동네산인 불곡산(해발 313m)으로 향했다.
시간도 느즈막하게 잡아, 8호선전철 서현역에서 아침 10시에 만났다.
5 매
평소에 그쪽으로 갈 일이 별로 없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몰라 1시간 30분전에 집에서 출발했다.

10층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니 밤새 눈이 소복히 쌓여 온통 하얗다.
나는 횡재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날씨도 그렇게
6 매
춥지 않아서 더욱 기대가 된다.어제는 분명히 일기예보는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신나는 서설이 내렸다.

동창들이 1년만에 만나는 모임이라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만도
큰 기쁨인데,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등산모임으로 결정해
7 매
나는 더 기분이 좋았다.
지하철을 3번이나 갈아 타고 서현역에서 만나 길을 건너
중앙공원으로 들어섰다. 10시 30분 출발.

우측으로 개천을 끼고 계속 올라가니 커다란 프라자가 나온다.
8 매
xx이씨의 문중 묘가 있고,'돌천대'라는 큰 정자를 지나
우측으로 붙어서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구미동,정자동에서 오르는
최단 코스였다. 굵은 눈발은 그치지 않고 우리 산행을 축복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9 매
초입이 가파르지 않고,나무계단을 빙빙 돌아서 우측으로 접어든다.
찰눈이 밤새 쌓여 점점 미끄럽다. 사방이 은세계로 변해
사람들이 다닌 등산로만 보인다.
나는 미리 아이젠을 차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아무도 아이젠을 찰 만큼 어렵지 않다고 앞으로만 전진한다.
10 매
30분쯤 걸려서 제 2쉼터에 닿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직진, 능선을 타고 올라갔다. 이제 등에서
머리에서 땀이 솟는다. 눈발은 더욱 거세지고 그칠줄 모른다.
이젠 발목을 넘게 흰눈이 밟힌다.
11 매
최근 20년 동안에 서울 근교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기는
처음인 것 같다.

1시간쯤 지나니 넓은 쉼터,십자형 방향 푯말이 서 있다.
반대편에서 하산하는 부부등산인들이 여럿 내려온다.
12 매
모두들 추워서 급히 내려간다. 제4구간, 현 위치 표고 255m.
이 곳은 분당구가 중앙공원과 불곡산에서 나온 나무를 이용해
안내표지판과 의자를 만들고, 산림보호로 얻는 경제적 이익 등을
상세히 알려주는 팻말이 많이 붙어 있다. 참 잘 한 일이다.

13 매
바람이 앞에서 불어와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눈길을 헤치고 전망대에 오르니
오늘은 가시거리가 30m도 안 된다. 온통 하늘이 뿌였고 세차게
눈발만 흩날린다. 전망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정상도전했다.
줄사다리를 잡고 오르는 곳을 넘어가니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14 매
커다란 정자가 보인다. 드디어 정상(312.9)에 도착, 신년산행을
하는 분들로 꽉 들어찼다. 태재고개 등 5군데에서 올라온 등산객들.
울긋불긋 남녀노소가 호연지기를 즐긴다. 야---호----.
옷을 대충 털고 따끈한 오미자차를 마셨다.

15 매
낮 12시 정각 .우리는 간단히 기념사진을 누르고 하산,여기서부터
아이젠을 차고 뛰어서 달려갔다. 아직 마음은 늙지 않은 동창생들.
앞으로 주말 정기등산 모임을 해도 탈락자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구미동 방향으로 틀어,헹글라이더 전망대가 보이는 길로
쉬지 않고 내려섰다.
16 매

키높이 정도의 낮은 참나무 터널을 잘 빠져나와 언덕에서 우측으로 틀어
'골안사' 절 방향으로 향했다. 바람이 자고 사람들이 없는 길로
내려선다. 길가에서 한패의 등산가족들이 모여 시산제를 지낸다고
자리를 펴고 막걸리를 놓고 준비를 하고 있다.
17 매
친구들은 같이 먹자고 권하는 데도 모른체하고 그냥 지나친다.
나는 맨 끝으로 내려오다가 하도 강권해서 잠시 멈추었다.

" 고맙습니다.
여기서 뭘 하시는 겁니까?"
18 매
" 우리는 이 재미에 산에 옵니다."
" 시산제를 지내고 또 금년 한해 건강을 빌어야지요."
" 그럼요. 산에서는 같이 오신 분들에게 막걸리도 주고
하는 게 다 좋지 않습니까?"

19 매
그들은 부부산악인들,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얻어먹은 것은 막걸리 한잔에 안주로 곶감 한개였지만,
벌벌 떨리는 하산길에서 만난 훈훈한 인심이었다.

아이젠을 찼지만,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우리는
20 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동심이 되었다.

" 아마 우리 오늘을 영원히 못 잊을 거야!"
" 야, 좋다. 이게 왠 수냐!"
" 오늘 산행 선택은 아주 잘한 거야."
21 매
" 아마 이만큼 많은 눈이 오기는 10년만인 것 같아."

갑자기 한 친구가 가다 말고 선다. 쉬(?)를 하려는 줄 알고 기다렸더니
그게 아니었다. 오늘 간식으로 준비한 사과주와 떡을 내놓는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산길에 그냥 서서 한 잔씩 돌렸다.
22 매
건배.!!! 건배!!! 우리 모두의 건강과 우정을 위하여.....
35도나 되는 소주로 담은 것이란다. 금방 눈이 벌게지면서
얼굴에 취기가 오른다.

12시 30분, 드디어 '골안사' 대웅전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