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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람 찬바람

일죽 산사람.일죽 김 양래.요셉.아가페. 2007. 8. 25. 13:45
 

                    아침바람 찬바람


 처서를 지나니 이제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안정을 되찾는 것 같다. 요즘 기상청에서는

영 일기예보를 못 맞추어 왕따 당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못해 불쌍하다.

일기예보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정부에서는 수백억을 들여 최첨단 기상

전자기기들을 들여놓고 나서 이렇게 돌아가니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지난 달 25일에는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 이후 비가 안 온 날은 겨우 3일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틀린 엉터리 일기예보도

8월 하순에 들어서자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기상청 직원은 밥을 먹고 사는 모양이다.


 나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제는 입추 말복을 지나 아침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다가오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농부들이 1년 농사를 결정짓는 황금들녘에 벼가 토실토실 익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보람과 결실의 계절이 돌아오는 게 확실하다. 요즘 연일 짜증나는 무더위와 냉방병 때문에 나는 코감기기운이 생겨서 더욱 여름이 빨리 가기를 기대해본다. 밀린 산행기도 못 쓰고 세월만 까먹고 산다.

  찌는 듯한 불볕도 4시가 지나면 땅거미가 지고 밤이 이슥해 풀벌레들과 귀뚜라미 소리가 밤의 정적을 뒤흔든다.

곤충은 이런 계절과 생애의 주기를 잘 지켜가는 생명체 중에서 천재 중 천재라 할 것이다.

홍윤숙 시인은 가을의 서정을 담뿍 머금은 <풀벌레 소리>에서 가을의 소리가 낭자하다고 읊었다.


공원의 작은 숲에서/

쏟아지는 여름 풀벌레 소리 낭자하다/

아무리 들어도 결코 음악이 될 수 없는/

노래 될 수 없는/

다만 제멋에 겨워 소리소리 지르는/

풀벌레 소리가 눈치 보지 마라 주눅 들지 마라/

그저 살아라 살아라 악을 쓰며 울어댄다/


 배롱나무의 꽃잎이 한껏 붉은 선홍색을 뽐내는 숲 속에서는 노인네의 향수를 이끌어내는 귀뚜라미가 “뚜를르르르...” 쉴 새 없이 짝을 찾고 있고 “베짱...베짱...”하고 우는 베짱이,“쩝쩝...찌익 찌익---” 하고 길게 한 숨 짓는 여치소리, “ 리링...리링...” 멋지게 노래를 하는 방울벌레 소리가 요란해진다. 자연의 소리는 자연스러워 밤이 되면 한층 더 운치가 있다.

이제 썸머 타임이 가고 어텀 리브스가 그리워지는 아침바람 찬바람 부는 계절에 서서 나는 전율 같은 것을 느낀다.

머지않아 다가올 9월 추석에는 1년 농사가 결실을 맺어 모두가 풍년가를 부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 마지막 힘을 내보자. 한번 더 파이팅  홧----팅 하자고 다짐해본다.


2007.08.25                                      일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