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운악산(雲岳山)산행기
싱그러운 봄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겨우내 몸을 움츠렸던 대자연이 대지를 박차고 일어나 제 세상을 만난 듯 기지개를 펴는 호시절을 맞아 남녘으로부터 봄꽃 소식이 북상하고 있다.
매화꽃, 동백꽃, 개나리, 진달래, 벚꽃, 산수유, 철쭉꽃이 차례로 피어 온 세상이 환상의 봄꽃으로 뒤덮여 너도나도 기차를 타거나, 관광버스를 전세 내어 남으로 남으로 꽃구경을 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출발점에서 진달래와 산목련, 철쭉이 아름다운 경기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운악산을 올라가 보자.
예로부터 경기 5악의 하나-- 운악산
운악산은 경기도의 북쪽인 포천군과 가평군의 경계에 있는 경기 5악 중의 하나다.
서울의 관악산, 파주의 감악산, 가평의 화악산, 개성의 송악산과 더불어 기암절벽이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명산이다.
운악산은 일명 현등산이라고도 하는데, 고려 의종 때 보조국사가
도봉산 원통암에서 수도하던 중 3일 밤을 불이 밝혀져 찾아가 보니 덤불 속에 관음전과 석등이 있어 이 곳에 절을 짓고 현등사라 하였다고 하며, 보광전 앞뜰에 있는 3층석탑(지방문화재 63호)은 보조국사의 사리가 봉안된 유서깊은 고찰이다.
양사언이 노래한 아기자기한 --수석산
금강산을 극찬하며 삼일포에서 시를 지었다는 봉래 양사언이 "꽃같이 아름다운 봉우리가 하늘 높이 솟아 은하수에 닿았다"고 노래한 운악산은 그 이름과 같이 하늘로 치솟은 주상절리와 기암괴석이 마치 한편의 수석을 보는 듯하다.
서울 근교의 산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명산이지만, 운악산은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산수를 갖고 있는 자연수석이다. 가평군 하면 상판리에서 발원하는 청평천은 운악산 동쪽으로 흘러 39킬로미터에 이른다.
지질은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도홍색을 낸다. 바위절벽에는 푸른 소나무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으며, 잣나무와 전나무, 참나무가 우거져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다.
아직도 오염이 안된 청정한 1급수가 흐르며, 최근까지 1천여종의 곤충과 반딧불이 발견된 곳이다.
등산의 묘미는 어느 계절에 가느냐에 따라 그 운치가 다르게 마련이다.
여기 소개하는 운악산은 사시사철 어느 때나 경치가 좋은 자연휴양림으로서 여행, 등산객을 즐겁게 해준다. 봄에는 진달래, 산철쭉, 싸리나무가 반기고, 여름에는 울창한 녹음이 하늘을 가리고,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유혹하며, 겨울에는 속살을 드러낸 기암절벽에 흰 눈이 수북히 쌓여 신선이 노는 선경을 드러낸다.
등산로에 펼쳐진 한폭의 --진경산수화
운악산의 주등산로는 대개 동,서,북 방향의 4개 등산로를 이용한다. 남쪽방향은 등산로 페쇄기간이며 너무 길고 험하여 통제되고 있다. 가장 많이 다니는 코스는 현리 방향, 하판리 동구마을에서 출발하는 A코스와 B 코스가 있으며 중도에 천년고찰 현등사가 있다.
운악산의 백미라고 일컫는 A코스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호한다. 현등사 까지 오르는 산판 도로 왼편에는 3개의 폭포와 민영환 바위가 숨어 있다.
여름철에 가면 울창한 나무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므로 일부러 찾아가 구경을 하고 가야 한다.
이 산판길에서 우측으로 3군데의 등산로가 보이는데 여기로 오르면 눈썹바위와 미륵바위, 병풍바위가 차례로 나타난다. 725봉을 지나 힘겨운 바윗길을 헐레벌떡 오르다가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 아, 여기가 금강산이구나! > 하고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철 사다리를 오르는 위험구간 --A코스
매표소에서 2시간 가량 오르면 아스라히 하늘 끝에 정상이 보이며, 수직암벽을 쉽게 오르도록 만든 철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등반사고가 많이 나서 최근에 가평군에서 만들어 놓아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다. 그러나 등산로 폐쇄라고 푯말이 박힌 현등사 뒷길은 올라가지도 말고 내려와서도 안 된다.
삼각점이 있는 935.5m 정상은 헬기장으로 비교적 넓은 편이며, 운악산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 사방에 펼쳐진 한북정맥의 풍경을 돌아보면 그동안 힘겨운 산행으로 쌓인 피로가 한 숨에 달아난다. 동쪽으로는 경기도 최고의 산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이 멀리 올려다 보이고 5월 가평철쭉제가 열리는 연인산(1068m)과 마주 보게 되며, 매봉 칼봉산 깃대봉 대금산 청우산이 연이어 황소등처럼 길게 누워 있다.
남근석의 찌찌는 왜 이리 --큰지????
북쪽으로는 귀목봉과 강씨봉, 국망봉, 백운산이 솟아있고, 남동으로는 가까이에 죽엽산(광릉)과 주금산, 철마산, 천마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서울의 도봉산과 북한산, 수락산도 관망된다.
절고개 쪽으로 10여분 내려서면 동쪽으로 남근석이 보인다. 큰 남근바위가 하늘을 보고 서 있으며 사진촬영장소인 공터가 나온다.
정상에서 종주하려면 서북쪽으로 기둥바위를 지나 움막, 무지치폭포를 거쳐 운주사로 가거나, 929봉에서 서쪽으로 직하하는 궁예산성 코스와 다시 절고개로 내려가서 돌아가는 대안사(구 길원목장)코스가 있다.
모두 산행시간은 5시간 걸리며 반대편인 포천군 화현면으로 내려서면 47번 도로와 만나게 되고 일동, 이동으로 가서 온천욕을 즐기거나, 이동갈비를 먹는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운악 8경>
운악산을 좀 더 상세히 소개하면 운악 8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제1경
백년폭포(百年瀑布)
동구마을 A코스 중간에 있으며 20m 높이, 경사도 45도며 백년을 지나도 수량이 변하지 않는 폭포라고 한다.
제2경
다락?? 오랑캐소(沼)
6.25 한국전쟁 때 오랑캐가 숨어 있던 폭포로 15m 높이며 한여름 복중에도 얼음이 남아 있다.
제3경
눈썹바위
A코스로 오르면 첫 번째 만나는 바위로 사람의 눈썹 모양이라 하여 부른다.
제4경
코끼리바위
절고개에서 현등사 쪽으로 보이며 바위 모양이 코끼리 의 코와 같이 드리워져 있다.
제5경
망경대(望景臺)
운악산 정상을 망경대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여기서 한눈에 운 악 절경과 가평군 상면, 하면, 포천군 화현면 일대를 모두 볼 수 있는 관망대라고 한다.
제 6경
민영환바위(閔泳煥)
A 코스의 무우폭포에 있으며, 구한말 민연환선생이 꺼져가는 국 운을 탄식하며 은신하던 곳으로 후대가 이름을 바위에 새긴 곳 이다.
제7경
큰골내치기 암벽(岩壁)
큰골계곡에 있으며 삼각형 모양의 80m 높이 암벽이다.
제8경
노채 애기소(沼)
하판리 노채계곡에 애기같이 아주 작은 소가 있다.
그밖에 운악산은 워낙 산세가 험하여 이곳을 차지하는 군사가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많은 역사 속의 전설이 남아 있다. 태봉국의 궁예가 이 산에서 반년간 왕건과 싸움을 하였다는 궁예성터는 길이 2.5m 높이 3m의 겹성이 무너진 흔적이 남아 있고,
무지치폭포는 홍폭이라고도 하며 1400여 년전 어느 이슬비 내리던 날 전쟁에서 패하여 다리를 질질 끌며 나타난 궁예가 3일 천하 끝에 도망가다가 이곳에 와서 온몸의 선혈을 씻었다고 해서 홍폭이라고 한다. 지금은 겨울철에 빙폭에서 빙벽등반을 하는 곳이다.
운악산은 서울에서 1시간 반 가량 거리에 있으며, 주변에 손두부 음식점과 포도농장, 민박집 팬션이 많으며 무지개유원지, 그린잔디유원지 등 찾을 곳이 있으며 고로쇠 물과 잣 막걸리 등 특산품이 나온다.
여름에 찾으면 계곡에서 시원한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지천으로 자연 휴양림으로서 손색이 없다.
<교통안내>
1. 가평군 하면 하판리로 가는 길 --- 46국도이용
서울→교문리→금곡→마석→청평→청평검문소→현리→하판리→운악산
서울→교문리→퇴계원→광릉내→내촌→서파검문소→현리 →하판리→운악산
버스: 청량리역에서 1330번 좌석버스 1일 10회, 현리에서 상판리 10회 운행
기차: 서울(청량리.성북기차역) →마석역→청평역하차→현리방향(버스이용)→하판리→운악산
2.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로 가는 길 --- 47국도이용
서울→교문리→퇴계원→광릉내→내촌→서파검문소→봉수리 →화현리→운악산
버스: 동서울 터미널에서 강원고속 12회 (4200원)
<음식점>
화현면에는 무지치마을, 명당갈비, 모우리, 청림산장 등이 있고,
현리 하면에는 할머니손두부 등 손두부집이 많다.
<기타 행사>
해마다 9월 중순에는 유명한 운악산 포도축제를 가평군에서 주관하며, 10월 하순에는 운악산 단풍축제를 포천군에서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