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산 산행기---2

2006. 4. 27. 15:21카테고리 없음


영원한 산신령---호산 이상주 형의 안녕을 기원하며----

언제 다시 가보나??? 홍천군 내린천의 명당에 있는 살둔산장.

누님과 귀곡산장의 친구에게 바친다.

---------------------------------------------------

 

               오지여행가의  견지낚시 실력 보여주다

 

장마철이 돌아왔다. 하지만 금년에는 아직 비다운 비 한번
안 와서 중부지방은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었다.
계곡이고 강바닥이고 허옇게 드러난 7월 초하루, 월드컵 4강
진출 임시공휴일에 서울을 출발해 모처럼
강원도 오지로 원정 등산을 떠났다.

작년부터 2박 3일로 멀리 오지산행을 하자고 조르는 것을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며 월급쟁이가 휴가 내기가 그리 쉬운가---
하면서 미룬 약속을 이번에 실행하게 된 것이다.

수도권인 경기, 강원, 충청도 산만 당일산행으로 다니다가
멀리 원정등반을 나서게 되어 모두들 흥분과 설렘으로 상기된
듯하다.
더욱이 이번 원정등반에는 내린천에 가서 견지 낚시도 가르쳐주
겠다고 벼르는 오지여행가의 유혹도 있었고,
숙박지는 그 유명한 살둔산장(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소재:
주인 호산).... 오랜 죽마고우인 친구가 산장지기로 있기 때문에
마음놓고 출발할 수 있었다.

화창한 하늘, 송파구 올림픽공원 정문에서 만나 아침 10시에 출발,
카렌스를 몰고 일행은 먼저 둔촌아파트 상가로 가서 먹을거리 쇼핑을
마치고 팔당을 거쳐 양평, 용문, 양덕원, 홍천을 지나 곧바로 직진,
현리 방향으로 우회전해 아홉고개를 향해 신나게 달렸다.
한여름의 녹음 속에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가슴속까지 상쾌해진다.
12시가 지나니 배가 고파 내촌(도관)면사무소 옆에 차를 세우고,
중국집에 들어가서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 먹었다.
길가에 선인장 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눈길을 끈다.

곧 신촌을 거쳐 상남 삼거리에 도착,우체국을 끼고 우회전해
강원도오지 중에 오지인 미산리로 들어선다. 미리 수퍼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비가 안 와서 낚시하려면 4킬로는 더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큰일인데...하면서 기대 반,
흥분 반으로 전방에 펼쳐지는 계곡을 살피며 달렸다.
1년 사이에 어찌 그리 집을 많이 지었는지 공사 중인 건물도
많고 펜션, 모텔, 음식점, 방갈로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서
여기 골짜기도 이젠 옛말이구나 싶다.

군데군데 승용차가 서 있어 자세히 보니 모두들 고기 잡으러
온 피서객들이다.
친구는 포인트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가다 서고 가다 서고
하면서 물살이 좋은 곳을 찾아보았으나 견지하기 좋은 곳이
별로 안 보였다. 그냥 목적지에 가서 찾아보자고
서둘렀다. 생둔교를 지나 생둔민박집 앞에서 우회전 드디어
강가의 살둔산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짐을 풀자 말자 개울로 나가서 견지낚시를 했다.
물이 말라 여기도 허리정도 밖에 안 찬다. 감물이 철철 넘쳐흘러
그 경치 좋은 내린천 상류가 말이 아니다.

1시간 여를 물 속에서 씨름을 한 우리는 한끼 먹을 만큼
수확을 올렸다. 피라미 종류를 여러 마리 건져 올려 낚시꾼의
체면을 유지시켜주었다. 즉시 배를 갈라 내장을 버리고
잔잔하게 물을 붓고 갖은 양념을 넣어 푹 고아 상을 올리니,
술 한잔 거나하게 들면서 즐거운 환담을 나누었다.
날이 어둑해지면서 우리는 강가에 나가 시퍼런 물을 보면서
산책을 했다. 시원한 강바람에 물소리가 요란하다.
역시 오지는 오지로구나!!!
오늘의 장거리 여정에 피곤한지 하나 둘씩 곯아떨어진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 내일 산행준비를 할 생각과 하루 일정을
잡다가 곧 잠에 들었다.

      1년만에 자원방래하니 이보다 더 기쁘랴!

 

 

새벽에 일어나 주변산책을 하고 냇가에 가서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자---이제부터 오늘의 산행, 개인산 등반 준비. 간단한 복장으로
출발. 아침 8시.임도를 걸어 30여분 거리의 친구의 제2 별장,
귀곡산장에 도착했다.

1년만에 만나는 친구는 여전히 건장한 모습에 활짝 웃으며 반긴다.
인사를 나누고 집앞에 정자에 앉아서 오랜만의 해후술로 우정을
나누고, 기념 사진을 박은 후 등산에 나선다.
수염을 길게 기른 친구 부부와 인천에서 이곳에 먼저 온 부부,
우리 일행이 한 팀이 되어 9시경 출발, 오늘의 등반코스는 그
산장친구의 안내로 신경을 안 써도 된다.

얼마나 기다린 오지산행인가---오늘은 기대와 설렘으로 다들 입을
쉬지 않고 떠든다.
귀곡산장(귀신이 나오는 산장?)이라면 이 동네에서는 다 안단다.
여기까지 LPG가스도 전화만 하면 실어다 준단다. 세상에--이런
가파른 산중에도--물어보니까 산판도로까지 싣고와 어깨에 메고
올려다 준단다.

한참을 오르니 모두 풀밭에 물기가 있어 바지와 등산화가 다
졌어온다. 어젯밤에 부슬비가 내려서 계곡이 온통 물안개로 둘러
쳐져 지척만 보일 뿐이다. 30여분 오르니 외딴집 한 채가 보인다.
전에 누가 농사를 짓다가 철수했단다.
이런 깊숙한 오지에 사람이 살다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화전민들은 무슨 수입으로 먹고사는지 궁금하다.

줄곧 계곡 길을 타고 오르니 물가를 건넌다. 누가 산뽕나무
가지를 꺾어놓아 축 늘어져 있었다. 새까맣게 익은 오디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한참동안 그 오디를 따먹느라고 지체했다.
한 친구는 혼자서 독차지하려는지 떠날 생각을 안 한다. 입이
시퍼렇게 돼가면서...츳츳... 맛있는 오디에다 깨끗한 물에 목을
축이고, 손수건을 적신 다음 다시 출발했다.
10시가 지나 더워지기 시작한다. 점점 가팔라지고 힘이 배가 든다.
그동안 조잘거리던 일행은 숨소리만 들렸다. 그만큼 고도를 올라왔고,
돌투성이의 너덜길이 힘이 든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끝도 없이 이어진 바윗길을 오른다.
목소리를 가다듬어 소리 지르며 따라갔다. 20 분 걸려 휴식처에
도착하면 다시 출발, 이렇게 힘든 등반은 최근 들어 처음 겪는다.
아! 이제는 대장도 내놓아야겠구나 싶다.
그동안 우리 산악회는 3년여를 타면서 사고 한번 없이 무사히 안전
산행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빗방울이 후두둑 하고 떨어진다. 수시로 일기가 변한다.
강원도 산길은 어느 게 길인지도 모를 너덜지대를 빙빙 돌아간다.
오지산행이란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등산로가 아니고, 심마니
들의 나물채취와 한약재 캐는 지름길인 모양이다.
좌우간 일행은 가이드(호산) 뒤를 따라 잘 들 간다.

2시간 만에 겨우 개인산과 깃대봉의 갈림길인 안부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가이드가 꺾어준 삼지구엽초(음양곽)를 여러 개
받아 주머니에 넣어 새로운 산행의 묘미를 만끽했다.
이제 사방이 조망되기 시작, 희미하게 하늘이 벗겨지면서 올라온
살둔계곡이 보인다. 휴---살았다 싶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여기는 해발 1000m이상의 고지다.



         여기가 백두대간인가,저기가 백두대간인가?

 

 

일행은 여기서 잠시 쉬어 가져온 과자와 수박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좌측으로 출발,깃대봉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안내 표지기
가 나타났다. 이제 제 길로 들어선 것 같다.
등산로가 또렷하고 제법 넓게 느껴진다. 안심이다.
이런 길이라면 고속도로다....
오후 1시경 깃대봉에 도착해보니, 리본이 많이 걸려있었다.
여러개 중에 기러기산악회 깃발도 보인다. 우리 산악회 표지기도
달고 출발한다. 사방 조망이 없는 곳이다. 다시 우측으로 직진해
칼바위 능선을 타고 30여분 달리니. 여기저기 나무 껍질을 베낀
나무가 쓰러져있다. 심마니들이 마구 약초라고 채취한 흔적이란다.

30여분 후에 침석봉에 도착(촛대봉이라고도 한다.) 조금만 더 가면
기가 막힌 전망대가 있단다. 능선 길이라 아주 편하게 달려갔다.
이제는 내려가는 일밖에 없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가 100년, 200년 된 거목들이 즐비하다. 드디어 침석봉---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젠 언제 비가 왔느냐고 날이 확 개여 멀리 오대산,
계방산까지 보인다--저기로구나!
작년겨울에 오른 오대산 정상이 아련히 보인다. 여기서 가이드의
명당자리 살둔의 풍수지리를 들으며, 20여분 휴식을 취했다.
땀도 마르고 이제는 급경사 하산길만 남았다.

왼편으로 내리막길이 시작, 비가 내려 미끄러운 경사길이 나온다.
어둑어둑한 오솔길을 빙글빙글 돈다. 앞사람이 한참 내려서야
뒷사람이 다시 내려가는 곤두박질길이 이어진다.
쉴 사이도 없이 쏜살같이 달린다. 2시간을 달려 내려서니
처음으로 평지가 나왔다.
이 곳에 이상한 작은 움막과 채소밭이 나왔다.
이곳이 이재필(80세)씨의 움막집이란다. 소위 산 속에서 사신다는
 진짜 산신령을 만나는 기분이다. 오늘은 숫돌봉까지 나물하러 갔다가 비가 와서
일찍 하산하였다고 했다. 수염을 기른 산신령같은 할아버지는
우리를 반갑게 악수로 반겼다.

가이드가 이분에게 산나물과 약초를 배우는 스승이란다. 이분은
어디서 됫병 막소주를 가지고 와서 손님 대접을 한다. 쩌렁쩌렁한
목소리 하며 깡마른 체구에 신명이 어디서 나는지 노래도 한 곡조씩
불러 가면서 한참을 놀았다. 이런 분은 왜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런 살붙이도 없는 산 속에 살까? 궁금하기도 하다.

밤이면 산돼지. 오소리, 곰, 늑대가 내려온단다.
사실일까?  참으로 21세기에 알다가 모를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분은 빌딩 주인으로 임대를 해서 수입이 있다고 하며 아들은 서울 의
대기업에 다닌다고 한다. 왜 이런 고행을 하느냐고 하니까,
다 필요 없단다. 이런 생활이 더 좋다고 한다.

우리는 우중산행 5시간만에 출발했던 친구의 귀곡산장에 도착했다.
귀하다는 강원도 산 곰취나물과 고사리를 얻어 한 봉지씩 들고
오랜만에 강원도 백두대간 오지산행을 마감하고 헤어졌다.
오늘의 뜻깊은 산행은 정말 오래 오래 추억에 남을 것이다.
살둔산장이여 ---안녕.

다음 날 새벽 우리는 다시 견지 낚시를 해서 40여 마리 고기를
잡아먹고 동해안 양양--- 어성전을 거쳐 속초 중앙시장에서 회를 먹고
서울로 향했다. 2박3일의 여정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7시 정각.
올림픽공원 정문에서 해가 서산으로 지는 저녁에 헤어졌다.

다음 주의 주말여행을 약속하면서.....


                                   2002/7/7 밤 2시 김양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