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동성 배낭여행 후기 (10)--끝

2015. 7. 20. 08:44카테고리 없음

  

                                                          왕복 선상에서 나눈 우정, 연정

 

 오고 가는 길에 정이 싹튼다. 이 말은 내 말이 아니다. 조상들이 만들어 낸 속담이다. 언제나 해외여행--특히 배를 타고 가는 길에는 재미와 긴장과 흥분이 따른다. 파도를 타고 넘실넘실 가서 그런지 모른다. 사람들이 어찌나 순수해지는지 너도 나도 갑판에 나와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긴 숨(복식호흡)을 쉬고 여유를 찾는다. 지나가는 배도 구경하다가 갈매기 떼가 몰려와서 새우깡 먹이를 달라고 치열하게 자리 경쟁을 한다. 밤이 되어 어둑어둑해지면 일몰시간에는 눈과 얼굴과 옷이 온통 붉은 색으로 변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나는 돌아오는 배 갑판에서 홀로 여행하는 호주 여행객을 만났다. 벤치에 앉아서 그와 나눈 대화다. 너무 쓸쓸해보여서 말을 걸었지만 외국인에게 귀찮은 접촉이 아닌가 은근히 두렵다. 고독과 명상과 여유 유람을 즐기는 여행전문(?)매니아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는 동남아를 1달 이상 여행 중이며 미얀마. 베트남. 태국, 인도를 돌고 중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한국도 이번에 처음 들어가는 길이란다. 참 대단하다. 영어가 안 통하는 공자의 고향 <산동성> 청도 여행을 마친 것이다. 나는 아들이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금년 말에 손주 돌날에 맞추어 여행 간다고 했다.

 

 

배에서 가면서 하루 오면서 하루를 지내다보니 선내의 웬만한 곳은 다 속속들이 알게 된다. 8층짜리 승객 660명이 탈 수 있는 2만9천톤의 페리호 <뉴골든 브릿지 5호>. 이 배안에는 면세점을 비롯해서 슈퍼, 레스토랑, 커피숍, 노래방, 공연장, 목욕실, 휴게실, 세탁실, 식수대, 식당 등 없는 게 없다. 그런데 이번 왕복 항해에 겨우 50--80명의 승객이 이용한 것이다. 주 3회. 화, 목, 토요일에 왕복한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인 <메르스>의 공포와 후유증이 낳은 결과다.

그 덕에 우리는 마치 배 전체를 임대한 vip고객처럼 극진한 대우를 받았으며 복잡하지 않게 선상비자로 출입국 수속 밟아 통관하고 승선할 수가 있었다.

 

8일간의 여정에서 만난 얼굴들, 만나면서 서로 웃고 떠들고 한편 화내고 노래 부르고 춘향전 판소리를 듣고 중국집 청요리를 먹으며 중국의 커다란 전통부채를 부치면서 담소하던 일이 추억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왕초보 학생의 어리석은 변명 스피킹을 용서해주기 바란다.

저유십무대불료적(這有什無大不了的)--(그게 뭐 대단한거라고)---사실은 대단할 것도 없는데 여기까지 잘 왔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일죽 김양래(잘 왔다)-

 

201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