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6. 19:24ㆍ카테고리 없음
오늘 날이 넘 더워서 낮에는 쉬엄쉬엄 쉬고 이제 좀 선선해져서
정신 차리고 나의 버려야 할 짐 정리를 하면서 발견한 , 지난 인생의 한
페이지에 남은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고민을 여기 소개한다.
--------------------------------------넘 센티한 건 아닌지요?
사랑하는 아들에게
- 군에서 보낸 편지 잘 받았다. 3년 동안 몸 건강히 군 복무를 마치게 되어
참 감개가 크다.
- 첨 군에 입대할 때는 네가 태어나서 처음 집을 나가게 되어 걱정도 많고
불안하고 했는데 말이다. 너의 엄마는 눈물까지 흘리며 혹시 어려운 군훈련을
이겨내지 못 할까봐 몇일이나 걱정이 태산이었지....
- 이제 신병을 거쳐 고참병이 되어 군 생활도 할 만큼 한 지금에는 세상과 군대가
어찌 돌아가는지 이해할만도 하다. 그래서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그래야
철이 든다고도 한다.
- 낼 모레면 제대해서 집에 온다니 공연히 흥분되어 무엇을 먼저 먹일까? 뭘
사 줄까 하고 곰곰히 생각중이다만
마침 IMF가 터져서 국가경제가 빚더미에 앉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여 온나라가 들쑤시고 있다.
- 아빠의 이야기를 좀 해주마. 내가 늘 너희들에게, 가족에게, 친척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허---허---하며 지내지만 속으로는 가슴이 타고 목이 마르고 그렇게 산다. 말 못할 어려움과
어떠한 고초도 참고, 견디고 이겨내면서 하루 하루 살다보니 한해가 가고 이제 20년이 다 되어
5년후면 정년퇴직을 코 앞에 두고 있다.
- 앞으로 네가 나오면 졸업하고 결혼하고 돈 별고 할 일이 쌓여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어든지
다 해주려고 하지만 그럴 처지가 안되면 참으로 안타깝고 무기력해진다. 잘 먹고 입히고 집까지
사주어 장가 보내야 하는 데 난 아직도 셋방 신세를 못 면하니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 그래서 장남 위치가 중요하단다. 부디 네 생각과 네 행동이 우리 집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고, 주변 선생님과 친척과 선배들에게 다 보이게 된다. 더우기 한가지 너는 사람이
예의가 갖추어진 사람이냐 아니냐 ? 가 어른들에게 평가 받는 기준이 된다는 걸 주의해라.
- 군 제대를 축하한다. 너의 주변 사람도 모두 환영하지만 그 의미는 이제 나오면
고생길에 들어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는 말이다. 앞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나와 엄마에게 상의
하여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그럼 며칠 후에 집에서 보자. 이만 안녕.
1998년 9월 10일 아빠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