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31. 22:47ㆍ카테고리 없음
어느 꼰대의 잔소리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세기 우리는 경제성장과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국민의 수명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고령화 시대--이것이 이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평균수명이 남자는 77세, 여자는 84세라고 하는데 앞으로 몇년 후면 수명은 더 연장될 추세다. 우리가 학창시절에는 막 40대를 넘긴 선생님을 보고 <중늙은이>라고 했고 연세가 지긋한 교장 선생님이나 아버지를 <꼰대>이라고 놀려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동안 고령층이 급격히 늘어 지금은 동네 노인정에서 60대는 애들, 애송이라고 하며 청장년 취급을 하고 적어도 80세는 돼야 겨우 노인네 대우를 해준다고 한다.
나무와 숲에 단풍이 들며 가을이 깊어가듯이 나이가 들면 신체적인 노화현상이 나타난다. 먼저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써야 보이고 귀가 잘 안 들려 보청기를 달아야 하고 음식 먹는 맛과 씹는 힘이 떨어지고 팔 다리가 쑤시고 아프며 허리가 굽어지고 손발이 차가워져 둔해지고 어지러움 증세가 생기는 등 노화 현상은 빠르게 진행된다.
나라에서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제정하여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사상을 부르짖고 있지만 현실은 점점 노인들이 소외되고 상실되는 사회괴리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12월에 있을 대선에서 이렇게 직장 없이 떠도는 노인에 대한 의료지원과 취업, 사회복지 대책을 잘 세워 실천하는 새로운 정치가가 나와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이 먹은 늙은이를 말로만 <어르신>으로 불러준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르신다운 어른, 어르신 같은 노인이 얼마나 될까 자문해 본다. 맨 날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어슬렁거리다가 하루 3끼 밥만 축 내는 할 일 없는 가장으로서 장가 간 아들과 시집 간 딸들에게 짐이 되고 잔소리나 퍼붓지는 않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무능력과 경제력의 상실이 노인의 인격 상실을 불러온 현상이 가정에서 일어난다. 실업자로 전락해버린 늙은이는 갈 곳이 없다. 더욱이 심리적인 불안감과 겹쳐 화려했던 젊은 날의 패기와 용기, 도전과 의욕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쭉정이 신세가 된다. 자연히 외출 시에 옷을 깨끗이 입지 못하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전화나 말을 하면서 큰소리로 떠들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고집불통이 되는 등 필요악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일거수 일투족이 오해의 소지가 많은데도 조심하거나 주의하지 않고 반복해서 잔소리를 하거나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권위적인 태도는 노인을 꼰대로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나는 꼰대다. 나이 많은 노인층을 비하해서 <꼰대>라고 부르지만 나도 꼰대고 너도 꼰대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는 절대 꼰대가 아니라고 우긴다. 이것은 반성하고 고쳐야 할 잘못된 관념이다. 노인이 늙는 것도 서러운데 <꼰대> 소리를 들어가며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나부터 먼저 품위를 지키고 교양을 쌓고 중후하고 근엄한 멋진 노년신사 어르신이 되어야겠다.
올 가을 청명한 10월을 맞으며 노인들의 아름다운 황혼을 훨훨 불 지피기를 기원한다.
2012.10.17 일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