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락산 산행기---2003

2010. 3. 14. 21:40카테고리 없음

장락산맥(왕터산--장락산)초등기


                 멀고도 험하지만 홍천강 조망미가 일품인 장락산


일시; 2003년 11월 30일(일) 약 7시간 소요


산행 코스 : 미사리 마을 창고 11시 출발---창고 뒷길 임도---갈대밭---묵밭,집터--좌측능선 1시간소요---520m 봉(조망미)---559m 삼각점 봉--554 봉--- 정상(620m,가평군표지석:2시간 소요)---627m봉(진짜 정상. 춘천깨비산악회)---500봉 근처 2차휴식---우측 밧줄지대 하산--- 갈림길---묘지2기---널미재 고개(86번도로)---방일해장국 주차장 오후 6시 도착


개요; 장락산은 이 부근에 장락사라는 절이 있어서 붙여진 것이라고 전하며, 이름이 길게 즐기는 산이란 뜻으로 실제로 남북으로 일자로 된 12km의 멀고도 긴 산맥과 같은 줄기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위치하여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 오지의 왕따산으로 10여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고행을 해야 완주할 수 있다. 가평군 설악면과 홍천군 서면에 접하며 이 장락산맥을 중심으로 홍천강이 휘돌아 나가고, 멀리는 북한강 청평호수가 그림처럼 내려다 보인다. 산세는 비교적 순하나 군데군데 칼바위가 이어져 위험한 곳이 많으며, 참나무와 낙엽송, 소나무, 서어나무, 단풍나무 등 활엽수가 원시림을 이룬다. 가을 철에는 빨간 단풍, 화강암 바위와 수백년된 소나무와 어우러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홍천강의 조망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산행후기:


아침 7시에 자명종이 울려 뒤척이며 일어나 물을 데우고 부지런히 준비하고 나가는데, 아파트입구에서 동네 아줌마를 만나 인사를 하니, 어디를 가느냐고 한다. 오늘 교회에 가는 주일날인데, 산에 가는 나를 보고 어찌 생각을 할까? 뒷걸음 질 치다시피 뛰어서 상봉터미널 가는 17번 버스를 기다린다. 5분-- 10분 기다려도 안 온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8시면 아직 30분 남았으니까 충분하겠지... 한 것이 이리 돌고 저리 돌아 도착한 버스는 상봉 터미널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내려주었다. 늦었다 싶어 횡단보도를 건너 뛰어가 보니, 전에 자주 만나던 대합실 입구에 아무도 안 보였다.


 매표소로 가보니 유명산 방향 버스요금이 5500원이나 한다. 너무 비싼 게 시외버스요금이다. 8시 5분인데 이상한 생각이 든다. 나는 텅빈 대합실에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기다리다가 승강장이 있는 1층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사람들이 버스에 막 오르고 있어 안내원에게 물으니, 이 차는 현리로 간단다. 유명산행은 어디냐고 하니까, 방금 출발하였다고 한다.


이런 낭패가... 다음 차시간을 보니 9시 50분이다. 드디어 사고를 냈구나 싶다. 이미 8시차는 떠나고 핸드폰을 쳐서 겨우 연결해보니, 일행은 8시 정각에 출발, 벌써 금곡을 지난다고 한다. 약속시간을 못 지킨 처지라서 포기하려고 돌아서는데, 전화가 다시 와서 1330번 청평행 시내버스를 타고 설곡리행 시외버스를 갈아타라고 한다. 너무 늦어서 안 된다고 했더니, 차안에서 상의를 해서 산행코스를 변경한 모양이었다. 장락산으로 간다고 하며 기다린단다...에그머니...


 나는 머리와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아침을 맞았고, 부지런히 청평행 시내버스에 올라 기사 옆자리에 앉아 교통이 막히지 않기를 기도했다. 청평까지는 1시간 30분만에 도착하는가 했는데, 팔각정 앞 3거리에서 막힌다. 자세히 보니 방금 산타페와 관광버스가 추돌한 것이다. 또 이런 낭패가...여기까지 와서 막히다니,,, 곧 길가로 치워진 후 소통되어 청평마을 입구에 도착, 신호등에 걸려 있는 설곡리행 버스를 발견, 기사님 보고 차 좀 타게 내려달라고 해서 급히 갈아탔다.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이 나를 보고 웃으며 농담을 한다. 우린 공연히 기다렸잖아! 하면서 저렇게 쉽게 타는 사람도 있다고 부러워한다. 그나, 저나 난 지금 혼자가 아니고 일행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ㅊㅊㅊ. 속으로 타는 가슴을 억누르고 20여분을 달려 설곡리 종점에 도착하니, 4명의 산 친구들이 나를 기다리다가 빙그레 웃는다. 시계는 10시 40분. 김사장 님을 비롯해서 최사장, 이사장, 성대장 등 낯익은 산 선배들...한편 반갑지만, 계면쩍어 빙그레 웃음으로 화답하고 급히 택시를 불러 타고 출발, 처음 가는 길이라 운전기사에게 물어서 등산로 입구를 찾았다. 설곡리에서 7.1km 라고 표시가 되어있다.


택시는 86번 도로로 나가 수산리방향 다리를 건너자 좌회전했다. 미사리, 송산리 방향으로 들어가 너른 농가를 지나 고개를 넘어 평지에 닿으니, 여기가 등산로 입구일거라며 미사리 등산안내판 앞에 내려주었다. 안내도를 보니 제법 근사하게 그린 안내판이다. 왕터산에서 출발해서 기다란 능선을 그리고 정상 표시는 없지만, 등산로를 빨간색으로 그어놓았다. 길을 잃을 염려 없이 일자로 길게 능선을 오른쪽으로 타면 널미재고개로 하산하면 된다. 이 코스가 7시간은 적어도 걸리는데, 그림에는 3시간 반이라고 표시되어 있어서 이상하지만 아무도 가 본 일행이 없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


11시경 마을회관창고 건물을 끼고 오른편 길로 들어섰다. 비포장도로 넓은 길을 부지런히 오른다. 10여분 가다가 임도가 끝나고 밭길이 이어졌다. 갈대 숲이 우거지고, 찔레나무가 엉킨 묵밭을 넘어가니 여기서부터는 낙엽이 쌓이고 사람의 흔적이 없다. 주등산로를 벗어난 것을 알지만, 이제는 앞으로 전진하는 길 밖에 없다. 김사장님은 ' 이런 데 더덕이 많아...'하며 이 겨울에 더덕을 캔다고 꼬챙이를 안가지고 와서 걱정한다. 참---대단하다싶다. 이런 산 속에서 무슨 나물을 찾는가! 말이다. 앞으로 올라갈 길이 안보이니, 일행은 둘로 갈라져 좌측능선에 붙었다. 한참 후에 급경사인 갈잎 숲을 나무를 붙잡고 올라서고, 능선 길에서 만나 다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오른다.


휴--- 쉬어서 갑시다--- 고함을 쳐서 두어번 쉰 후에 절벽이 가로 막아 그대로 바위를 타기로 결정했다. 시간은 12시가 지난다. 몸이 빠져나오기 힘든 바위협곡을 올라서니 그제야 전망대같은 520m봉이다. 한 분은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며 소나무 밑에서 흥얼 흥얼하며 노래를 부른다. 발 아래로 홍천강이 흐르고 한적한 농가 지붕이 보였다. 이제 정상적인 등산로로 들어선 것이다. 좌측으로는 왕터산 가는 길, 우측이 오늘의 목적지 장락산 정상 가는 길이다. 일행은 잠시 낙엽 위에 자리를 잡고 아침대신 쇠주와 오징어로 한잔씩 하고 곧 출발했다.


사방으로 농가주택이고, 능선 상에는 길게 뻗은 산봉우리뿐, 이따금 까마귀소리만 들리고 적막강산이었다. 우리 일행만이 이 산에 들어온 것 같다. 경기도에 이런 오지의 왕따산이 있나 싶다. 명산악회 회원들---정상을 탈환해야 직성이 풀리는 산꾼들의 도전이 남아있을 뿐 싫은 기색 없이 잘도 달린다. 참나무가 우거진 등로를 힘겹게 돌고 돌아 오르니, 여기가 559봉, 제 2봉이다. 등산객이 지나가며 하나씩 올려 놓은 돌탑이 보이고 삼각점이 박혀있다.


 진짜 정상은 어디 숨어 있는지 보이지 않고 다시 내려갔다. 제3봉 554m봉이다. 입석바위가 점점 많이 보이고 300년 묵은 소나무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나는 소나무 적송이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껴 앉듯이 자라는 원앙나무를 사진에 담았다. 참나무에 깊은 오지산에서만 보이는 동그란 혹(겨우살이)을 달고 있다. 사진을 담을 시간도 없이 제4봉,5봉을 달려 2시간만에 554m봉에 닿았다. 날씨가 쾌청하고 봄날씨 같아 땀도 많이 흘려 웃통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말렸다.


오후 2시 이제야 지친 모양이다. 중식을 한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1주일간 준비한 옻닭을 2마리나 고아서 가져온 것이다. 우리는 배고픈 김에 뜨거운 국물에 담아 한 그릇씩 먹고 다시 출발했다. 오후 3시가 가까워온다. 겨울이라 하산시간이 늦으면 큰일이다. 다들 산행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적당히 중식을 한 후 도전한다. 이제부터는 칼바위능선이 이어진다. 길도 잘 안보이고 무조건 바위를 타고 넘고 내려 가고 오른다. 30여분 후에 가평군에서 만든 조그만 정상표지석이 꽂힌 620m봉에 도착했다. 한참을 쉬며 기념 사진을 찍고 출발, 여기는 표지기가 많아 많은 산악회에서 들린 흔적이 보인다. 바로 옆에는 계단식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나중에 알아보니 진짜 정상은 여기서 30여분 더 가야 한다)


 진짜 정상인 627m 봉까지는 위험표지판---'안전우선, 함께 안전. 위험! 추락주의' 라고 쓴 노란 표지판----을 밧줄에 매어 걸어놓았다. 정말 겨울에는 가기 힘든 코스다. 사방을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의 위험한 칼바위능선이다. 여기저기서 쿵쿵 지축을 울리는 공사판 굉음소리가 들렸다. 통일교 연수원 공사장이 보인다. 이 깊은 산골에 얼마나 큰 연수원을 짓는지 규모가 대단하다...


우리는 정북에서 출발, 정남향으로 일자형 산줄기를 타고 있다. 서쪽으로 나산과 봉미산이 나란히 보이고 바로 앞에 소리산이 다소곳이 숨어 있다. 멀리 중원산과 도일봉 그리고 용문산 정상도 보인다. 북서쪽으로 유명산과 어비산, 중미산, 통방산 줄기가 보이고, 춘천방향으로 수많은 강원도 산맥이 펼쳐 보였다. 30여분만에 도착한 627m봉 진짜 정상이 우리를 반긴다.


오후 4시, 빨리 하산해야 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 3,4개를 돌아서 부지런히 하산한다. 날은 저물어 해가 서산에 진다. 삼거리에서 리본을 보고 우회전 해 내려서는데 어찌나 경사가 급한지, 그냥 서 있어도 미끄러진다. 밧줄로 길게 연결한 마지막 하산 길을 서둘러 내려서니 이제 널미재 고개에서 차량소리가 쉴새없이 들렸다. 휴--- 오늘의 마지막 가뿐 숨소리가 터진다. 미리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어 방일해장국(본점) 주차장으로 호출했다.


 오후 5시 30분. 묘지 2기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내려서니, 벌써 호출한 콜택시가 도착했다. 청평 홍천간 86번 지방도로로 내려가 설악면 설곡리 마을을 지나 솔고개, 청평유원지, 신청평대교를 건너 저녁 6시 정각에 청량리행 버스에 올라탔다. 총 7시간의 길고 긴 산행, 그리고 처음 온 장락산맥의 바위와 절벽, 너덜지대, 급경사. 칼바위길을 회상하며 모두 지친 모습으로 잠에 들었다.


장락산은 개 짓는 소리가 요란한 산 개산인가!. 아니면 한창 공사판이 벌어진 개발산인가!


2003.12.3 밤 일죽




▣ 고석수 - 좋은산을 다녀오셨네요...잘 보았습니다
▣ 김정길 - ““산하가족 상견례 모임에 일죽 김양래 선배님을 초대합니다.”“ / 12월 17일 수요일 오후 6시. / 수도권전철 7호선 광명역 근처 00식당 (참석의사를 밝혀 답 글을 올리신 인원을 12일(금)까지 파악하여 식당을 정하면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 (식대 등 경비 참석자 균등분담) 김 정 길 올림. ( 011-319-0900 ) / (산행기 란 10397 참조)
▣ 김영도 - 김양래님! 오랫만에 산행기를 쓰셨군요. 근간에 궁금했던 마음으로는 무슨 사정이 있는지 망상도 들기도 하고 행여나 병이 들어 고통을 받고 있는지 별 생각이 들더군요.여러가지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산행기로 통하여 자주 만날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늘 평안하시고 만사형통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김양래 - 김영도님 ! 오랜남이죠! 늘 산행은 하지만,새로운 데로 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