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 23:05ㆍ카테고리 없음
<독후감>
나무야, 나무야 왜 슬프니?
우종영--1954년생 저자는 작년에 우리 동대문구 숲 전문교육에 강사로 나온 분이다. 그는
나무박사가 아니라 자칭, 타칭 나무 의사다. 나무를 고치는 사람이다. 세상에 많은 직업이 있지만 왜 하필이면 20년째 나무 의사냐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마도 그가 일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나무와 숲이 파괴되고 무시되고 소외되고 결국은
죽어가는 걸 목격한 결과다. 슬프다 못해 목 놓아 울기도 했다. 보통은 그까짓 나무가 뭔데
---하겠지만 그는 직업이 직업이라서 나무의 생명을 건지는 사명감에 하루도, 한 나무도
소홀이 할 수 없었다.
우수가 지나 지금 골리수 나무(보통은 고로쇠나무라고 한다.)약수 축제로 전남 백운산 기슭
에서 수액 채취가 한창이지만 나무이름은 멀리 통일 신라의 도선국사가 부러진 가지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마시고 무릎이 감쪽같이 펴졌다는 전설이 있다. 고로쇠 물을 받는다고 줄기에 손가락만한 구멍을 내서 링거 줄을 연결해 물통에 받는 것이다. 18L 한통에 6만원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런 행위를 목격하고 수액채취가 나무를 못 살게 하고 영양분을 빼앗아 고사하게 하는지 마음이 아파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아누웠다고 한다.
또 경기도 양평에 있는 나무고아원에 버려진 수만 그루의 나무들과 집근처 가로수 플라타너스의 수난과 상수리나무의 피해에 대하여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는 저자 자신이 나무가 되어 나무의 입장에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별의 이상한 생명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참나무의 하소연을 시작으로
나무가 본 인간세계---그들의 잘못된 이기심과 욕심과 전쟁과 약탈이 얼마나 심한지 도시와 농촌과 들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광경을 하나하나씩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러나 제2장 (그래도 그들이 있어 가끔 눈물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에서는 장님 할아버지와 수녀, 스님, 외국인 원장님의 모과나무와 살구나무와 배롱나무와 목련나무에 얽힌 기막힌 사랑이야기가 이어지고, 제3장에서는 인간과 나무들의 관계와 역사와 생리, 생각과 배려에 대한 재미나는 에피소드와 이야기로 마감한다.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고 감동적인 글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두 세장마다 글 내용과 관련된 겨울눈과 꽃망울, 단풍잎과 화사한 꽃과 나무줄기와 열매 등 예쁜 사진은 여유와 생각하는 시간을 주기에 충분하다.
나무고아원 치료에서 시작해서 나무의사가 보고 겪은 나무의 독백이 결론을 내린다. 나는
아직도 슬프다, 나는 아직도 살고 싶다 다. 나무를 한 생명체로, 한 인격체로 대접해줄 날은 없는가? 인간이 문명과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지구의 나무는 점점 갈 곳을 잃고 설 땅을 빼앗기다가 결국은 그 재앙을 인간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우주의 법칙을 일깨우는
한편의 드라마다. 인간이 내것-내것 하다가 지구별은 스스로 멸망하고 만다. 나무가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은 255 페이지에서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한마디 말로 압축된다.
역시 인디언의 생각은 우리를 전율케 한다. “ 땅은 우리의 어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