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봄날 분갈이를 하면서

2010. 2. 28. 17:47카테고리 없음

         

         봄날 분갈이를 하면서


 자연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 렛 잇 삐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그냥 놔두라는 데

인간은  자꾸만 자연을 귀찮게 하고 너무 괴롭힌다. 사랑한다고.

 자연도 생명이다. 자연도 쉬고 싶고, 놀고 싶고, 자고 싶고,

숨을 쉬고 싶고, 물을 먹고 싶다. 자연은 자연의 법칙과 환경에 의해

생긴 대로 주어진 대로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평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하나의 생명체인 자연은 제멋대로 자유를 누리며 산다.


 나는 숲 해설가를 하면서 자연과 숲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아직도 자연 지식이 부족하고 잘 이해하지 못하여 바보 같은 짓을 많이

 한다. 화초를 키우면서 화초의 생리를 몰라서 자주 화초를 시들게 하고 죽인다.

며칠 전에는 잘 보살피며 자라던 줄선인장이 하루아침에  잎이 하나 둘 뚝-뚝

떨어져서 자세히 보니까 뿌리는 하나도 없고 줄기만 남아 있었다.


 자연 사랑을 우리 인간 위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자연의 생리를 몰라서 한 겨울 영하의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모르고,

 말라죽을까봐 시간만 나면 물을 듬뿍 주고 잘 자라라고 했다.

 작년 겨울에도 아까운 화초 몇 개를 죽이고 말았다. 오늘 화초 분갈이를

 하면서 썩고 죽어서 속이 빈 뿌리를 수도 없이 골라내고 다시 옮겨 심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뿌리에서 새움이 트고 새잎을 내밀 것이다. 난을 키우며

 왜 꽃이 피지 못하는가를 아는데 까지 상당한 시간 공부해야 한다.

 난은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겨울동안은 너무 춥지 않게

 보온하고 적정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여름에는 1주일이상 물을 주지 말아야 겨우

몇 년에 한번 줄기 가운데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식물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식생에 필요한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따스한 봄날의 봄꽃이 온 천지를 덮을 것이다. 자연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다정한 친구다. 자기 몸과 같이 잘 보살피고 사랑하고 생명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인간의 몰지각으로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자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자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

1981년 부활절을 앞두고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견진성사 강론에서 역설하신 말씀을

오늘 다시 듣고 싶다.

 

“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새날--진리, 정의, 사랑, 생명과 빛으로

가득한 새날은 우리 모두가 마음의 눈을 뜨고 이웃을 내 형제와 같이

 바라볼 수 있을 때 찾아옵니다.

 

그만큼 형제적 사랑을 실천할 때 새날은 옵니다. 우리는 이렇게

나날이 다시 태어나는 사람이 됩시다.“

 

                        2010.02.2.28                        일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