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3. 23:56ㆍ카테고리 없음
흔적을 남기지 말자! (LNT)
오늘자 국민일보에 보니 <아웃도어 플래너>라는 직업이 있다. 이 말은 집밖에서 노는 일의 기획자란 뜻이다. 나는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서 너무 외래어가 범람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이라는 훌륭한 글을 가진 민족인데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기자나 앵커나 할 것 없이 모두 영어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잘못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아웃도어란 유식한 말에 익숙해 있을 테니 참으로 한심하다. 왜 그냥 야외라던가 교외, 아니면 집밖이라든가 들판이라든가 하는 순수 우리말로 썼으면 한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아웃도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란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것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무슨 프로인지 알쏭달쏭하다. 나아가서 리얼 버라이어티 ,야생 버러이어티 등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기 급급하다.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것이 박정희 대통령 때문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지만 우리가 밖으로 나가서 산과 계곡에서 발 담그고 주말 여가생활을 한지가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 그 때는 직장인이 1년에 공휴일이나 되어야 한번 나갈까 말까 하던 시절이었다. 서울의 직장인들은 가족과 친구끼리 북한산과 도봉산, 우이동, 구기동, 정릉계곡, 수락계곡으로 텐트나 돗자리를 들고 나가서 삼겹살 고기를 구워먹어 온통 산 속에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던 때다. 송추,장흥,구파발,양수리,팔당,남한강가에 투망을 치거나 어항을 놓고 고기를 잡는 모습도 많이 있었다. 주말에 야외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고 술이나 먹고 놀면 그게 최고의 건전한 여가생활이었던 시절이었다. 자연을 벗하거나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보호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가 도가 넘쳐 정부가 환경보호라는 이름 아래 1990년 전국의 국립공원을 비롯해서 모든 산과 계곡에서 취사와 야영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벌금을 물게 되었고 그 자리에는 모텔과 콘도, 호텔이 들어서고 노래방과 나이트클럽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10년이란 세월이 흘러갔고 지금은 등산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세계 최고의 등산국가가 되었다. 주말뿐 아니라 평소에도 어른이나 학생이나 가방이란 것은 없어지고 등산배낭을 메고 출퇴근하는 시민이 대부분이다. 전국의 자연휴양림은 물론 오토캠핑장마다 초만원이라 돈 내고 신청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토요일 일요일 2일간 쉬는 주말에는 캠핑장비를 마련하여 차에 싣고 가족이 멀리 강원도 오지로 떠나는 캠핑족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공해와 소음에 찌든 도시민들에게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많이 한꺼번에 몰리고 산지개발에 경제적인 논리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데만 혈안이 되지 말고 자연 그대로의 생명존중과 생태계의 순환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을 숨 쉬며 자연을 보존하는 노력도 병행하여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만드는 책무가 우리 세대에게 있다.
이번 주말에도 수천,수만 명이 몰리는 서울 근교의 들과 산에 들어가는 시민이 자신의 운동과 건강을 위해 갔다 오는 것도 좋지만 발자국 하나라도 남기지 않는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입산해주기를 기원한다.
자연을 즐기되 자신이 다녀온 흔적은 남기지 말기--Leave No Trace--를 몸으로 실천하기 바란다.
2010 01.22 일죽 산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