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생활

2009. 12. 23. 23:53카테고리 없음

  작은 정원 가꾸기

 

나는 아파트에 산다. 그래서 꽃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원예라고 하면 그럴 듯하게 꾸미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정성껏 식물울 키우는 것을 말한다. 나는 비좁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냥 아무 거나 심고 기르고 물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숲맹이에다가 꽃맹이다.....ㅋㅋㅋ.

 

이제껏 나는 꽃 가꾸기나 나무 키우기 같은  꿈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뒤늦게 아파트 한 채라도 갖게 되었지만,

 전원주택 같은 것을 가지면 가능하면 정원이 있는 주택을 갖고

싶었다. 그런데 도시생활이 그리 간단하지 않아 아파트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우리 집에 있는 것들

 

아파트 베란다 2평 남짓한 양지 쪽이 우리집 정원의 전부인데,

그 속에 풀, 화초, 나무, 수석,괴목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각양각색이어서 잡동사니를 방불케 한다.

좀 창피한 이야기지만 마치 골동품 백화점 같기도 하다. 악취미다.

이것 저것 주워다  놓은 것들이 전부다. 돈 주고 산 것은 거의 없다.

 

원예종 식물을 보면 아이비,사랑초,아마릴리스,리시마키아,나도샤프란,

우크샤,군자란.선인장,고무나무,벤자민 등 등---그밖에 이름도 모르고

키운 것도 많다.  벽면에 있는 장식장에는 수석과 괴목이 가득하다.

어른 주먹만한 수석들이 거실과 현관에도 전시중이다.

 

산에서 가져온 산돌(山石), 물에서 가져온 수석(水石), 강에서 주워온

강돌(江石),바다에서 가져온 해석(海石),화산에서 주워온 화산석(火山石)

그 외에 생물의 화석(化石), 부석(浮石). 석회석(石灰石) 까지  종류가 많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금강산, 백두산까지 탐석의 출처가 다양하고 지역도

중국,일본, 미국, 카나다 등 해외에서 직접 현지 채석(採石)한 것들이다.

 

거기다가 주로 오지 산행을 하면서 만났던 기이하게 생긴 괴목들, 고사목,

운지버섯류와 나무 지팡이들이 있다. 남들이 보면 다 쓸데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게 무슨 큰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잘 보관한다.

어쩌다 틈이 나면 좌대(坐臺)를 만들어서 세워 놓고 요리 보고 저리 보며 즐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손질하거나, 칠을 하거나,

자르거나, 갈지 않고 원형을 보존하려고 애쓴다.

 

 

     지팡이들의 사연

 

오늘 이글을 쓰기 위해서 가지런히 보관 중인 지팡이의 출처를 보니,

지리산,응봉산,박지산,주금산, 소요산, 호명산, 불곡산,백운봉,백석산 등

정상에서 가져온 기념 스틱이었다. 그 지팡이에 얽힌 사연이 여러가지지만,

어떤 것은 그 지팡이가 없었으면 다리가 아파서 돌아오지 못할 산행에서

고마움을 준 소중했던 생명의 소품(小品)들이 아닌가 한다.

 

 평생동안 전국을 돌면서 산과 강과 바다와 섬에서 나의 육신을 구한 나의 분신

(分身)같은 존재들이다. 요즘은 그것이 하도 많으니까 언제 어디서 가지고 온 건지

잊어버려서  하나 둘씩 산지(産地)와 탐석 연도, 돌 이름을 기록하여 나중에

 내 단독 서재가 생기면 그리로 옮겨서 전시할 예정이다.

 

 

     나의 꿈과 소망

 

앞으로 계속 아파트에 살게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지만,  훗날 작은

텃밭과 정원이 있는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장만하면 내 서재에다가

정리해놓고  멋지게 살고 싶다.

 

 여유를 갖고  글이나 쓰고 그림도 그리고 서예도 하며  난도 치고

목공예도 하고 화초도 키우고 지나간 인생을 돌아보며 관조하면서

조용하게 노후를 맞는 것이 나의 작은 희망이고 미래에 대한 꿈의 설계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떠나갈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그 많은 책과 사진도 정리해야 한다. 돌도 나무도 화초 키우기도 다 그런 의미에서

정리할 때가 머지않았음을 인지하고 또 한 해를 넘기며 더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고

잠시 나를 채찍질해본다.

이 소망이  모두 꿈이 아니기를 바라며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나의 모든 운명을 맡긴다.

 아멘.

 

 

                              2009.12.23 밤에              일죽 서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