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열리기--손은진

2009. 12. 2. 15:48카테고리 없음

2002.03.05 ( 화요일 )

 

 [시인의 편지] 문경화 드림




스스로 열리기




손진은



불어오는 바람에 이파리가 흔들릴 때

우리는 나무가 웃는다고 말한다

가령 비 뿌리기 전 재빠른 나뭇잎의 흔들림은

불안해 하는 나무의 표정이다

그 순수한 기쁨에게로 혹은 상처에게로 열려 있는 나무들


어깨만 갖다 대어도 재빨리 알아차리고

온몸 자체가 기쁨으로 설레이는

내릴까 라는 음성이 그의 귓바퀴를 흐르기 무섭게

찌푸리는 어린것들 육체의 언어


종이새처럼 풀풀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 말고

햇빛에 혹은 비에도 섞여 나란히 떠돌기도 하다가

때가 되면 하나씩 뿌릴 내려

풀이 되고 나무가 되는 언어

그리하여

사물들이 내게 손짓할 때

내 마음의 은사시나무

잎파랑을 흔들어 대는 설레임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 민음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