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뱀산 산행기

2009. 7. 2. 20:49카테고리 없음

2003년 뱀산 3개 산행기

뱀과의 조우를 꿈꾸다가 실제상황이 된 여름산행


1 매

며칠 전에도 지구탐험대에선가,동물농장에선가 텔레비에 나온 적도 있고,
징그러운 뱀----을 키우고, 집에서 같이 자고 사는 조련사들도 있지만, 일반인들,
특히 여성들이 가장 징그러워 하고 무서워하는 게 뱀이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울면, 호랑이가 왔다고 거짓말하다가 그래도 안 그치면,
2 매
저 뱀 봐라!
하면서 뱀처럼 구부러진 생긴 긴 나무를 흔들기도 했지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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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

금년에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와서 국지적으로 홍수피해가 많은 해이다.
그런 만큼 뱀들에게는 아주 좋은 환경이 된 것 같다. 뱀세상----이 된 것이다.
나는 20여년을 수도권 산행을 했지만 산과 계곡을 다니면서 1년
에 한번 정도 뱀과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금년은 예년과 다른 것 같다..
4 매
워낙 축축한 비가 매일--- 안개비, 이슬비가--- 계속되어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5 매
8월 초 남대봉 뱀골에서 첫 인연을 맺은 살모사


산행일지를 뒤적여보니,나는 지난 8월10일 치악산 (금년 41회) 산행시부터-----
내리 3회 연속 산행에서 뱀과 조우하게 되었다. 나만 그런가??? 사실 뱀과 마주치면 그날
6 매
산행기분은 공연히 별로 안좋은 하루가 되는
것 같다. 어제 주금산(비단산)에서는 "제기랄!!!" 하면서 코스를 바꾸어 버린 일도 생겼으
니까,,,, 해마다 여름이면 뱀과 벌에 물려서 병원을 찾고, 그 중에 수십명이 생명을 잃는다
는 통계 숫자를 기억하면서 머리 끝이 섬찍해지는 것이다.

7 매
금년 여름 첫번째 조우---강원도 영월 .정선지역이 60년만의 집중호수로 물에 잠긴지
며칠후의 일이었다. 이름이 뱀골이다.
치악산 남대봉 동쪽계곡, 영월군 수주면 두산리 뱀골에서의 일이다. 우리 대소집안이
모여서 모처럼 화수회 야유회를 간 별장에 도착, 막 짐을 풀고 기분이 좋아서 마당을
청소하고 있는 중에 사촌이 갑자기 "악! 악!'소리를 벌컥 지른다.
8 매

깜짝 놀라서 달려가보니,마당 가운데 작은 바위에 올라가 꼼짝도 못하고 눈만 크게
뜨고, 벌 벌 벌--- 사시나무 떨 뜻 떨고 있었다. 관상수를 심어놓고 지지대를 해 놓았는데
, 독사( 빨간무늬에 검은 점백이)가 붙어서 칭 칭 감고 있었다.
"어이구---"하며 소리만 지를 뿐 한참 시간이 흘러갔다.
9 매
남자...거기다가 산전수전 다 겪은 지천명의 50대 나이인데도, 뱀 앞에서는 어린애나
다름없었다. 어찌 할바를 모르고, 움직이질 못해서,,,
난 큰소리를 질러 먼저 정신을 차리게 하고 난 다음 그 바위로 올라가보았다.


10 매
살모사는 덩치와 굵기가 아주 오래된 뱀 같았다. 길이가 1m 정도, 굵기는 어른
엄지 손가락정도 크기였다
잡아먹으면, 보약으로 쓸만한 놈이었다. 서서히 뱀이 우리를 알아보고는 땅 아래로
기어 숨 기 시작했다. 영물은 건드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촌을 먼저 내려보내고,
그놈이 멀리 달아날 때까지 기다려 모두들 "휴----'하고 한숨을 쉬며 안심을 하고
11 매
돌아섰다. 이게 공포의 시작인 것이다.

그놈의 뱀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거려---그 사촌은--- 화장실(어둑컴컴한 숲속에
있다)에도 출입을 못하고, 밥도 제대로 안 먹더니,,,, 하룻밤도 제대로 못 자고,
이튿날 서울로 새벽녁에 줄행랑을 쳤다.
12 매

뭐만 보면 뭐만 생각난다더니, 나는 그날 이후 독사에 물리면 죽는다---는 공포감에
숲과 그 물좋은 계곡에 내려갈 엄두가 안났다. 결국은 남들이 모두 내려가서 첨벙첨벙
---하고 놀은 후에야 세수한다고 찔끔 내려갔다가 올라오곤 했다. 그 사촌이나 나나-
--겉보기에는 다른 것 같아도, 겁먹기는 피차일반이다.
13 매
이번 여름은 공포의 치악산계곡이 된 것이다. 작년에는 무엇도 모르고, 산나물도
캐고, 능선산행도 하고, 계곡물에 목욕도 했던 내가 말이다.....ㅊㅊㅊ



14 매
철마산 양지리에서 만난 손가락 굵기 독사의 비상


두번째 공포의 뱀은 서울에서 가까운 ---철마산 기슭---성관사 절뒤 에서 발견했다.
치악산을 다녀온지 사흘만이었다. 8.15 광복절날,오전 일을 보고 늦으감치 출발해
15 매
오남리,양지리행 202번 버스에 올랐다. 계속되는 부산, 김해,경남지역의 폭우피해
소식이 전해지던 날,기분이 좋을 리 없는 산행을 억지로 감행한 것이다.
서울은 오늘도 흐리다가 오후에 잠깐 구름이 걷히더니 해가 비쳐 출발했다.

몇일 전의 경험이 생각나고---이런 7, 8월에 독사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을 듣고---
16 매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급하게 등산복을 입다보니,짧은 바지차림에 런닝만 걸치고
간 것이다..... 버스에서 덩컹덜컹 달리는 중에 은근히 옷차림이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일이. 마침 절이 두개가 나란히 있어서 다 둘러보고, 시간이 늦
어서 오후 3시-- 물가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고 일어나---4시경이었다.

17 매
점심을 먹고 힘이 나서 주변에 긴 막대기를 들고 한 두발을 떼어 가는 데, 언덕배기에서
'휙--'하고 뭔가가 시커먼 물체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눈을 의심하는 사이에 독사
(회색바탕에 검붉은 점백이)가 지팡이에 먼저 놀라 달아난 것이다.
만일 그 지팡이를 안 가지고 갔더라면,,,, 난 영락없이 뱀에 물렸을 것이다.
천번--만번---다행이 이런 말이구나! 한참동안을 멍하니, 제자리에서 머물러 있다가
18 매
뱀이 저 아래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후에 겨우 한 발을 뗄수 있었다.
(길이가 1.5m 굵기가 어른 가운데 손가락 크기다)

사실 물뱀이나 실뱀은 가늘기도 하지만, 독이 없으므로 별로 무서울 게 없다.
바로 저런 속력이 쏜살같이 빠른 놈이 무서운 독사인 것이다. 한참 꼬나보더니 슬그머니
19 매
사라지는 것이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쏱뚜겅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이내 머릿
속에는 뱀의 영상이 나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이후 난, 산에 가면 반드시 긴바지에다 긴 셔츠를 입고가야 한다고 마음 먹었지만,
또 한번 실수를 한 것이다.아무리 가까운 산이라도 남한테는 제대로 하고 산행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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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고 입버릇처럼 하면서도 말이다. 그걸 보면 내가 가증스럽다못해 불쌍한 생각도 든다

어제도 주금산에 홀로 가면서 예의 바지와 반팔만 입고 오후에 출발(오전에 비) 했다가
또 다시 한방 먹은 것이다. 뱀에 놀라서 자빠지긴 처음이었다.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산길을 올라가니, 비금계곡 물소리가 요란하다. 입구 몽골촌 근처에는 아이들 방학
21 매
마지막 주라 그런지 행락객,소풍객이 바글거렸다.

헌데 한발만 더 올라 청정한 주금산 동남계곡을 오르니 한사람도 없었다.
공연히 무서운 기분도 들었다. 한 대학생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야생화를 카메라렌즈에
담으며 내려왔다. 물안개가 자욱하다. 1시간여를 계곡을 타고 올라가,첫 삼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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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평소에 다니던 제1코스로 접어들었다.



다시 주금산에서 밟을 뻔한 또아리 튼 독사
23 매



여기 저기 산사태가 나서 공사중인 곳이다. 햇빛이 반짝 나면서 후덥지근한게
영--산행하기에 안좋은---살이 끈적 끈적거린 날씨였다. 그러나 저러나 나선 산행,
24 매
정상까지 가자---고 서두른 1코스의 산행은 가는 곳마다 나무가 쓰러지고 길이 패이고,
난리통이었다. 한참을 계단식 산판길을 오르다가 쉬고, 몇번을 땀을 식히고,
물에 발을씻고 했다. 태극기를 가슴에 새긴 한마음산악회원들이 2명씩 짝을 지어
하산한다.

25 매
"혼자서 올라가세요?" 하고 묻는다.

그냥 눈인사를 하고 그냥 s자 오르막길을 올라붙었다. 헤어져서 10여분만에 능선 안부에
도착해서--- 산판길 마지막 골에 도착했다. 누가 작은 소나무 묘목을 심어놓았지만 헛일이다.
해마다 말라 죽고, 홍수에 쓸리고, 또 등산객들의 발에 치여 죽어나가는 것이다.
26 매

자, 오늘은 새로운 길로 개척을 하리라, 맘을 먹고 왼편으로 숲속을 뒤지는 순간, 아차! 안내
리본이 하나 걸려있어서 길이구나싶어 지팡이로 한번 휘--- 저어보는데,,,, 뭔
가가 움직이는 희미한 물체가 보인다.----또 만났구나! 싶다. 하필이면 내가 선택한
길모퉁이에 뱀이 탁 버티고, 또아리를 틀고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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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70cm정도, 크기 중지 정도 )

허겁을 하고 뒤로 물러나 다시 쳐다보았다. 이런 때 눈을 감으면 바로 간다.... 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자칫하면 오른쪽 발로 그 뱀의 가운데 몸통을 밟고 지나갈 뻔? 아찔했다. 생각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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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에 갑자기 닭살이 돋고 오싹 추워진다. 등줄기에서 식은 땀방울이 주르륵---흘렀다.
한참을 곰곰 생각을 정리한 후---이 길은 오늘 가지 말라고 하는 신호다--
그냥 평상시 대로 큰길로 가기로 했다. 휴---- 또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안았다.


29 매
사실 뱀도 영물이라, 자기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혹시 실수한다고 느끼면 함부로
덤벼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그 맘을 어찌 미리 알겠는가??? 지금까지 여러번 뱀과 조우했지만,
꼿꼿하게 서서 코브라처럼 뱀 대가리를 쳐들고 덤빈 경우는 재작년에 양수리 매곡산에서
딱 한번밖에 경험이 없다. 30여분을 움직이지 않고 서로 눈싸움하다가 겨우 꼬리를 감추어
30 매
살아난 적도 있다.

나의 금년 뱀공포에 질린 산행이야기지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는 지 알려주십시요!
여러분도 주의, 경계하시고, 옷을 긴옷을 입으시기 바랍니다.
아멘,,,,8월 장마야.... 빨리 사라져라! 제발 ....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