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2. 17:00ㆍ카테고리 없음
카나다에 보낸 편지
엄마는 어려서 부르던 이름이지요...
>엄마...엄마...
>물론 다 장성해서 시집가고 장가가고 난 후에도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지만요...
>
>저희 엄마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진 세월이 흘러서 생각도 잘 안 하고 삽니다.
>이런 불효자식이 어디 있나 했지만, 살다보면 기억하는
>것보다 잊는 게 많다고 하더니...ㅋㅋㅋ
>
>참으로 안타까운 만남을 무엇으로 표현하겠습니까?
>요양원에서 뒤로 돌아가시는 엄마를 배웅하지 못하는 심경
>누가 이 광경을 눈물없이 지켜보겠습니까?
>더우기 곁에서 위로와 부축을 해줄 사람도 없을 때...
>
>저의 어머니는 음력 정월 보름 저녁을 지으시다가 쓰러져서
>영영 일어나시지 못하고 일찌기 저 세상으로 떠나셨고,
>그래서 지금도 보름이 되면 잊지 못하는 날이 되었으며,
>형제자매가 보름 전날 모여서 제사를 올립니다.
>
>요즘 제가 자원봉사나가는 아름다운 가게(안국점)의 책방에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고객들이 '어머니' 아니면 '아버지'란
>책을 많이 찾습니다만--- 이런 책은 헌책으로 버리지 않는지---
>기증하는 책으로 들어오지 않아 팔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
>오늘부터 LA거주 한국동포의 이산가족이 만나는 아침프로
>(KBS 1 '아침마당' 4000회 특집, LA 굿모닝)를 시작해서
>한과 눈물의 상봉장면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만나고 헤어짐이 정한 이치라고 하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만남은 영원한 피의 인연이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
>아무쪼록 이번이 마지막 상면이라고 생각하고 돌아선 순간이
>될지도 모르는 멀고 먼 조국의 슬픔을 의지로 이겨내고,
더욱 힘내서 새로 시작하는 일에 하느님의 은혜와 영광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면서...이만 줄입니다. 아멘.
>
> 2003
5/25 서울 답십리 성요셉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