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열매 4계절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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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의 씨알여행 49-벚나무
2008년 09월 07일 (일) 15:02:10 유기열박사 yukiyull@hanmail.net
열매가 보내는 빛깔잔치 초대장

   
 
   
 

벚나무는 감상하기에 따라 여러 번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첫째 꽃의 아름다움이다. 봄날 활짝 핀 벚꽃이 바람에 날리는 걸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으리라. 나비가 춤을 추는 듯하고, 눈꽃 비가 흩어지는 냥 하며, 선녀들이 옷을 찢어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 짧지만 환상적이다. 며칠 못가서 꽃이 진 주위에 신록의 잎이 입을 삐죽삐죽 내밀기 시작하면 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이듬 해 봄이 어서 오길 기다리게 된다.

둘째는 가을 단풍의 빛깔이다. 단풍 진 벚나무 길을 걸어보라. 형형색색의 단풍이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다. 갈색 잎은 수수한 시골 아줌마 얼굴 같고, 노란 잎은 놀다가 한 바탕 땅에 뒹군 병아리마냥 귀엽다. 빨강 단풍은 어떤가? 가을 햇살이라도 내려앉으면 불이 타는 듯 정열적이다. 그뿐인가? 불타다 생에 무슨 미련이 있는지 다 타지 못한 검붉은 잎을 보고 있노라면 힘들어도 사는 게 죽느니 보다 나음을 온 몸으로 말해주는 엄숙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걷다 바람에 색 종이처럼 흔들거리는 단풍잎이 머리 위에 떨어져 꽂히기라도 하면 그 어떤 명품 악세 사리가 부럽지 않다. 이런 낙엽을 연인과 함께 밟으며 걸어보라. 공주와 왕자 된 기분에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셋째는 다 벗어던지고 다시 올 봄을 위하여 겨울을 준비하는 나목(裸木)의 숭고함이다. 벚나무는 병해충을 막고 겨울동안 모질고 지독한 추위를 견뎌내기 위하여 유액(油液)을 껍질로 내보낸다. 수피(樹皮)가 기름기를 머금으면 은색과 흑색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묵화(墨畵)같다.

 

그런가 하면 안으로 힘을 모으며 뿌리로 힘을 내리고 어떠한 도전에도 맞설 기세로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연히 기대고 싶어진다. 옆에 서 있기만 해도 포근하고 안정이 되며 희망을 얻을 것 같기도 하다. 다 벗어던지고 빈 몸으로, 찾아오는 이에게 희망을 주는 벚나무 길, 나는 그 길을 걷는 걸 좋아한다.

넷째는 오색 열매가 벌이는 빛깔의 잔치다. 열매가 익기 시작하는 5월 하순에서 6월 상순에 벚나무에는 빨강, 초록, 노랑, 주홍, 검정 등의 다양한 색을 띤 열매가 향연(饗宴)을 벌인다. 열매는 익을수록 초록(녹색) → 연두색 → 노랑 → 주황, 주홍 → 빨강 →적갈색 → 검정으로 변한다. 유난히 열매 수가 많고 맺는 시기가 다르다 보니 한 나무에 이런 오색의 열매가 동시에 달리게 된다. 이때 가지가지 색깔들의 열매는 저마다 자기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면서도 상대를 드러내며 조화를 이루어내는 데, 이런 멋진 아름다움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다. 이런 빛깔 잔치에 초대를 받고도 가슴 설레지 않으면 살아있음이 무의미하다.

   
 
   
 
열매는 둥글다. 크기는 지름이 6~10㎜이다. 겉은 매끄럽고 윤기가 약간 있다. 맛은 새콤하기도 하고 약간 씁쓸하기도 하다. 익은 열매는 열매살이 조금 있으며 껍질이 얇고 연해서 조금만 눌러도 터져 암홍색의 즙이 나온다. 오래 두면 말라 쭈글쭈글하게 되고 1년 정도 오래 지나면 씨와 한 살이 된 듯 열매와 구분이 어렵다.
1개의 열매에는 1개의 씨가 들어 있다. 양 끝이 다소 좁은 둥근꼴의 타원형이다. 흰색에 가깝지만 오래두면 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씨 표면에는 갈비뼈 모양의 능선이 여러 개 나 있다. 크기는 길이 5~8㎜, 너비 4~7㎜, 두께 3.5~6.0㎜정도다.
벚나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때에 맞게 꽃, 단풍, 열매, 나목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멋을 부려보자. 일상 보는 가까이 있는 사물도 관심을 가지면 다르고 새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