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5. 15:52ㆍ카테고리 없음
안녕? 저는 일죽입니다. 금년초에 시작한 글.
한달에 3개의 산을 올린지 벌써 9개월 째입니다.
3X9=27 .벌써 27개의 산행기를 소개했군요.
제가 생각해도 대견합니다.
애독자와 약속은 했지만,사실상 직장 다니랴,
매주 주말이면 산에 다니랴 ,그리 쉬운 게 아니더군요.
(주말 단풍, 낙엽산행기)
제목: 소구니산과 유명산(864m) 종주길의 대조적인 풍광
나는 오늘 늦가을의 정취를 흠뻑 즐기는 종주산행을 했다.
아침에는 날씨도 퍽 좋지 않아서 별 기대는 안하고 갔지만,
아주 잘 선택한 주말산행코스였다.
원래 새벽에 서울에서 떠날 때는 양평에서 제일 높은 산,
용문산의 한자락인 함왕봉(947m)와 백운봉(940m)을
종주하기로 마음 먹고 떠났으나, 우리는 옥천에서 차를 돌려
서너치고개로 향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일행이 백운봉을 쳐다보더니
기가 차는 모양, "김형,그러지 말고 오늘은 좀 부드러운 데로 갑시다."
해서 간 것이다. 백운봉은 다음 기회에 가면 되니까....
그는 개인 사업을 정리하고 나와 금년에 10여회 토요등산을 같이 한
산친구,30년 죽마고우다.서로 취미가 비슷하다 보니 전국에 안 가본
데가 없이 길에 대해 훤한 편이라, '그래' 하면 '알았어' 할 정도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런 게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아주 가까운 곳인데도 못 가본 경우 말이다.
그 친구는 설악이다.지리산이다 금년에도 1박 2일,3박4일 등 장거리
코스를 다녀온 악발이(?)지만, 유명한 유명산을 못 가본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유명산은 주말이면 인파로 뒤덮는 제2의 북한산이다.
나는 작년 겨울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 혼자 오른 적 말고는
입구 주차장서 부터 언제나 '만원사례'였던 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역으로 소구니산을 경유하는유명산 하산코스로 잡았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서너치고개 위에 주차하고 (포장마차가 여럿 있다)
길을 건너 언덕길을 바라보니, 출입금지 표지판에 철조망까지 쳐져 있었다.
어이쿠! 또 실패구나 싶다. 지나는 등산객도 없고,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자세히 표지판을 읽어보니 산불예방을 위해 표시한 것이었다.
기간 봄;3월---4월, 가을 11월---12월, 오늘은 다행히 11월말이다.히히~
철조망을 넘어 된비알을 낑낑매고 힘차게 오르니 제1봉,뒤로 중미산(833m)
정상이 지척에 다가온다.여기서 부터 제2봉,제3봉,제4봉 능선길이
스산한 날씨인데도 땀을 서너번 흘리게 한다. 좌우로 참나무가 울창하고,
까시덩쿨,싸리나무가 길을 안내한다. 앞 뒤로 한사람도 안 보인다.
드디어 제 5봉에 오르니 소구니산(799.9m) 정상 표지석이 나온다,
누가 이 돌을 발로 차서 부러뜨린 흔적이 보인다. 에끼!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중요한 표지물을 훼손하는 사람이 있을까.
씁슬하다. 주요지형지물 파괴 현장.황당~
여기서 부터 다시 내리막 급경사다. 같이 간 산친구는 맥이 빠지는지
'저 밑에 까지 다시 내려가야 하는 거야?" 하고 겁부터 먹는다.
" 아니야. 조금만 내려 섰다가 다시 유명산으로 올라가면 돼."
안심을 시키고 내려가지만, 워낙 가파른 하산길이라 미끄럽다.휴우~
드디어 삼형제 바위에 닿았다. 바위가 3개, 병풍처럼 서서 바람을 막아주는
다정한 형제바위가 안부에 서 있다. 내가 작년 겨울에 호호 손을 비벼가면서
중식을 들던 곳이다. 억새밭이 시작되면서 다시 올라붙는 유명산자락.
20여분만에 큰 신작로가 나오고, 넓은 벌판, 시야가 확 트이는 대평원.
고랭지 채소밭이다. 10여분 왼쪽으로 올라가니 정상,소나무 1그루가 일행을 반긴다.
아니나 다를까, 유명산 정상 표지석은 반대편 에서 올라온 등산객으로 초만원,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야단법석이다. 한편에는 긴의자와 탁자 까지 갖다
놓고 커피,막걸리 장사를 한다. 유명세다. 잠시 있으니 깃발을 들고
올라온 회사 단합대회겸 산행 행렬이 무리 지어 올라온다.(400명, 세계일보)
우리는 더 지체 않고 우측, 유명계곡(일명 입구지계곡)으로 하산코스를 잡았다.
아직 11시도 안 되어,물 좋은 계곡에 내려가서 중식을 하기로 했다.
30여분 급경사길, 밧줄이 매달린 계단을 뛰다시피 달려 첫번째 만나는
계곡에서 명당자리을 발견,폭포소리를 들으면서 쇠주 한잔, 쭉 들이키고
따끈한 커피도 마셨다.아하 ~
후줄근하게 땀을 흘려 웃통을 벗어 나무가지에 걸어서 말렸다.
" 이 맛에 산에 온다니깐.돈은 없어도 우리보다 재미 있게 사는 사람 있나!"
지나는 등산객을 멀리서 쳐다보면서 껄껄 웃으며 박장대소했다.
이제는 늦가을이다. 머지 않아 겨울이 오면 산에는 개미새끼 한마리 이 산에
안 온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유명산도 이제 마지막 피크다 싶었다.
여기서 내려서는 단풍길, 너덜지대의 10리길은 경치가 아름답기로
가평 명지계곡 못지 않은 비경이다. 노란 단풍, 주홍색 단풍, 분홍 단풍,
갈색 단풍,내려갈수록 진홍빛 단풍이 이어진다. 거울 같은 물속에 보니
빨간 단풍잎이 떨어져 수놓은 듯 아름답다. 한참을 쉬어가면서 우리는
기념사진도 몇방 눌렀다.
유명계곡은 1시간의 긴 터널같은 바위길이 유명산을 더 유명하게
하는 요인이다.온통 돌산이다. 바위 투성이의 미끄러운 하산길에는
남자, 여자, 노인, 아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줄을 잇는다.
나는 생각한다.' 이런 악산은 무릎, 관절이 안좋은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칼바위 길은 무릎, 허리에 치명적이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에 접한 마유산(예전에 정상
억새풀밭에서 말을 기르던 곳.일명 유명산)은 이렇게 전국의 산악인을
부른다.유명산 입구주차장이 관광버스로 꽉 차 발 디딜 틈도 없다.
용문산 자락의 북쪽에 어비산과 나란히 선 유명산과 소구니산, 대부산,
중미산,삼태봉,통방산이 둘러쳐져 있다.광주 산맥의 한 지맥이다.
주변에는 통나무집, 자연휴양림 산림욕장이 들어서고,매점, 음식점,모텔이
많고,각종 산나물 장사도 많다. 산행시간 4시간만에 끝난 10월의 주말산행은
다시 봉고차를 얻어 타고 서너치고개를 올라 마감되었다.
언제 또 찾을지 모르지만,내년 봄에는 야생화를 보러 가면 어떨까 한다.
하루에 2개의 800m 급 정상을 밟았지만, 오늘 산행은 간단한 식사를 마친 것 같다.
아직 오후 2시다. 또 1개의 산을 올라도 될 시간이다.
아디오스....
2000.10.29 밤 ㅇ시 일죽 산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