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을시
2008. 11. 15. 17:46ㆍ카테고리 없음
열매
일죽 김양래
비바람 모진 세월 속에서도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꾸준히 투쟁해온
나무들.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거두기까지
봄,여름의 치열한 성장과 가을의 갈무리를
잘 했다는 증거다.
종래는 열매를 맺어야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다는
우주의 섭리(攝理)를 깨닫기까지
얼마나 숱한 고통과 역경을
겪었는가.
그 열매가
동백나무의 삭과가 되었든,
밤나무 견과가 되었든,
으아리 수과가 되었든,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충실히 이행해야만 했다.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암수가 수정되어 씨방이 자라고
아름다운 열매를 만들기 위해,
맛좋은 영양 과일을 달기 위해,
수많은 해와 달이 지고 떴다.
종족보존의 생존경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위대한 유산(遺産)을
마주할 때마다
내 가슴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숨가쁜
생명의 박동(薄動)소리를 듣는다.
2008.11.15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