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13. 21:53ㆍ카테고리 없음
제목: 암릉미 빼어난 강촌의 명물 삼악산 (빗속의 5월 산행기) 청량리 역에서 8:30분 출발하는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리는 데도 입석자리가 없을 정도로 젊은이들로 초만원이다. 경춘선 열차는 주말이면 이미 좌석표가 매진된 상태다 .(적어도 1주일 전에 예매해야 함) 시내를 빠져 나간 열차는 도농을 지나 금곡,마석,대성리를 지나 북한강을 끼고 달린다. 1시간 50분만에 강촌역에서 내려 곧바로 다리를 건너갔다. 학생들은 모두 강촌 구곡폭포쪽으로 사라진다.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찬바람이 귓전을 스친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라서 상쾌 하기 그지없다. 건널목에서 기다렸다가 사다리 계단을 오르는 데, 누가 부른다. 뒤를 보니 매표소 직원... 잘못하면 미끄러지기 십상, 조심 조심 한걸음 씩 올라 가는데, 앞 뒤의 간격이 자꾸만 벌어진다. 1시간여를 오르니 그제서야 제1봉(408m),파란색 천막이 하나 쳐진 언덕을 지나니 바위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땀이 비오듯 하고, 힘이 배가 든다. 모두들 비를 맞아 초췌한 모습들이다. 어디 마땅한 곳에 쉴 자리도 없으니 계속 갈 수 밖에.... 여기서 시작되는 암릉은 겨우 발 한짝 디딜 틈 밖에 없는 천길 단애다. " 김형 이 길로 갈 수 있을 까? 쉬었다가 갑시다" 연신 뒤에서 따라오면서 모두들 힘들어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악천후 극기훈련(?)없이 어찌 전국의 100섬을 종주할 수 있는가, 생각하면서 "할 수 있다.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주려고 밀어붙였다. 그만큼 험한 바위 능선에다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기어가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칼바위 능선이 이어진다. 제2봉(450M)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고, 중도에 쉬기도 많이 했다. 이 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강촌디리의 풍치가 그만인데....오늘은 허연 농무가 끼어 바로 앞봉우리도 안 보였다. 그저 앞 사람의 소리와 감으로 따라가고 있던 일행은 지쳤는지, 배가 고프단다. 정상도 못가서 570m봉 근처 넓은 휴식터에 자리를 잡고,중식을 하고 나니 이제는 추워서 벌벌 떨게 된다. 뜨거운 커피를 돌려가면서 먹고, 가급적 우회도로를 타고 드디어 정상(632m)에 도착했다. " 야...정말 힘들다 .이런 험한 산은 처음이야. 겨울의 운악산 등산때보다 더 어렵다."고 이구 동성이다. 참 멋있는 산인데 조망이 가려서 더 힘이 든 것이다. 여기서 끝난 줄 로 안 능선이 계속 이어지자 이제는 말이 없다. 빗속의 산행이란 항상 그런 곡절이 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100년니 넘은 노송이 우거지고,맥국의 산성이 이어진다. 그 옛날 싸움터였던 군 요새지다. 사실 이 능선의 뒷편이 경치가 빼어난 데, 그 멋있는 경치를 감상할 수가 없어서 좀 서운하기도 했다. 이 때 바위에 핀 철쭉꽃이 우리를 반긴다. 깨끗한 분홍빛 꽃잎이 하도 신비해 기념으로 한컷 찍고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렸다. 일행중 1명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흥국사가 보이자 "아. 이제 살 았구나!"하고 먼저 뛰어 내려간 것이었다. 매점(흥국사 휴게실:전화 0361-261-9985, 전범남씨)에서 출출한 김에 동동주를 한 주전자 시켜서 먹었다. 춥기도 하고 옷도 말릴 겸해서... 돌아오는 길에 강촌막국수촌에서 먹은 춘천 명물 막국수는 양도 많고 푸짐하여 지금도 생각이 난다. 오랜 만에 산다운 산을 탄 것 같고, 기분이 좋다. 저녁이 다 되어 열차를 타고 나니, 모두 노곤한 모양, 그냥 맨바닥에 앉더니 금새 잠에 들어 꿈나라로 가고 있다. 비에 젖은 등산복하며,신발,모자가 엉망인데도 헤어지면서 "오늘 코스는 대장 덕분에 아주 잘 선택한 것 같다."고 인사를 한다. 삼악산 중에 이런 좋은 바위산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것에 고맙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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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