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산---산행기

2008. 10. 12. 02:10카테고리 없음

유명산---저는 1년에 가을과 겨울에 한두번은 꼭 가는 코스지만,
이번에는 동네 모모 산악회에서 간다고 해서 따라갔습니다.
기상예보가 빗님이 오신다고 해서 한번 가보기나 할까 하고
별 신경도 안 쓰고 아침 9시에 출발지에 도착해보니,버스가 대만원,
어이쿠---잔뜩 흐린 날인데도 만원사례라---기가 막혔지요.
보통 지역,동별로 생긴 자연발생적 산악회만도 6-7개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은 차가 없어서 기사 한분이 봉고차를 갖고 와서야 뒤늦게
참석할 수 있었고,화도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9시 30분경에
출발했습니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어지더니, 빗방울이 우두둑 차창을
때립니다.
비는 서서히 그쳤다가 해가 비치다가 여우비가 내렸습니다.
화도에서 간단히 국수를 말아먹고 출발,대성리를 지나, 청평대교를
건너 유원지를 빙글빙글 돌아 솔고개(곡달산입구)를 넘어갑니다.

아직은 날이 훤하고 해도 비치니, 우리는 이런 날 잘 선택했다고
좋아했습니다.설악면 읍내에서 우회전해 차는 다시 서남쪽으로 꺾어
신나게 질주, 마침내 경기도 양평군 설악면 가일리---어비계곡 입구
,목적지인 유명산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가보니,버스가 안 보여서 어찌 된건가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제2주차장에 있다는 겁니다.

다시 차를 몰아 계곡안에 깊숙히 박힌 제2주차장에 도착, 화장실
입구 쪽에 주차시키고 쳐다보니 와---이게 아니구나--싶었습니다.
50인승 관광버스가 20여대가 온 것입니다.
대충 계산해보니,,,,
무려 1000명은 거뜬한 숫자였습니다.벌써 도착한 사람들은 이곳
저곳에서 숲속에 자리를 잡고,자기 소속 찾느라고 우왕좌왕.
시끌벅적 고함소리가 요란했습니다.

평소에 단독산행을 하다가---이런 인파 속에 들어오니 좀 기분이
그랬습니다. 원래 산악회 산행은 이런 것이지 하면서도--- 좀 생소한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허나 저나 왔으니,나는 정상까지 꼭 갔다 와야지 마음 먹고있는데,
정기총회 순서가 끝나고,12시도 안 되는 시간인데 점심부터 돌리는
것입니다. 단체생활이니 규칙에 따라야지 하며 한 귀퉁이에 앉아
불고기에,김치백반을 먹고 나서야 겨우 산행을 시작,통제본부에서
낮 12시부터 4시간 산행자유시간을 준다는 겁니다.

오후 4시까지 정상까지 다녀 오라고 합니다.주변에는 밤나무 단지라
쭉정이뿐인 밤톨을 찾아 헤매는 사람도 보였고,한편에선 확성기까지
동원한 노래소리가 들리고,라이브 음악소리도 들리며 너무나 소음이
많았습니다.(제가 산속에서 제일 싫어하는 풍경)
같이 간 일행이 복잡한 인파를 헤치고 숲속의 길로 들어서서 한
모퉁이를 돌아가니 이제야 좀 조용한 곳이 나왔습니다.

12시 30분경에 등산로 입구에 도착,돌로 만든 계단을 출발해 모두
6명이 모여서 가파른 길로 접어듭니다. 유명산은 여러번 와 보지만,
너덜지대가 많고 뾰죽한 돌산이라서 아주 위험하기도 한 악산입니다.
가파른 계단길을 돌고 돌아 30여분 오르니,머리에서 땀이 솟아
바지에 떨어집니다.후덥지근한게 곧 소나기가 올 모양입니다.
오늘 기상예보가 맞는 것 같았습니다.중부지방에 10~30mm정도 오고
바람도 강하게 분다는 예보였습니다.

후두득---소리가 나면서 드디어 먹구름이 몰려와 나뭇가지를
흔들더니 세차게 퍼붇기 시작합니다. 이제 3분의1 정도 온 거리에서
만난 장대비에 놀라서 모두들 나무 밑으로 숨어들고 ,갑자기 산속은
움직임이 정지된 듯합니다.고요-적막감까지 들었습니다.
먼저 올라갔던 다른 팀들도 삼삼오오 줄지어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어떻게 할까?---한참을 기다렸으나,
비는 계속되고 바람이 불어 추워지기까지 합니다.

1시30분경,내려오는 분들에게 물으니 이제 반 정도 온 것이라는
말에 포기할까도 생각,결국은 여기서 우리는 두패로 갈리게 됩니다.
제가 앞장서서 (우산,우비 등 만반의 준비가 됨)강행하기로 하고
전진,전진햇습니다.일부가 보이지 않게 떨어져 버려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갈라지자고 제안,큰소리로 후미에게 먼저 내려
가라고 외쳐댔습니다.

저와 마누라만 열심히 쉬지 않고,미끄러운 경사길을 오릅니다.코에서
입에서 김이 날 정도로 헉헉---거리며 강행하였습니다.
중도에 잠시 평상바위에 앉아 가져온 배와 사과를 깍아 먹고
다시 출발,
이놈의 비는 그칠 줄 모릅니다. 우비를 입고 우산도 받쳐들고
한발, 한발, 미끄러운 너덜길을 30여분 오르니,그제서야 안부가
보입니다....이거 오늘 너무 과욕은 아닐까??? 후회해봅니다.

그러나 '산악인이 이런 상황에서 포기란 말이 안 돼지...'
하며 이를 악물고,도전합니다. 마누라는 너무 힘에 부치는지
말이 없이 줄곧 따라오기만 하고,,,,아직은 날이 덥습니다.
잠시 후에 후미의 남자 한분이 우리를 따라 올라
옵니다. 그분의 어부인은 중도에 산행을 포기한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3명이 1조가 된 것입니다.

칼바위처럼 생긴 능선을 왼쪽에 두고 오솔길로 접어드니,나뭇가지가
걸려서 우산을 접고 전보다 경사가 덜한 길로 우회합니다.다시
내려오는 분께 물으니,앞으로 적어도 20분 더 올라가야 한다고---
마누라는 이 말을 듣더니,드디어 중도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ㅊㅊㅊ.휴---- 여기까지 왔는데---그냥 돌아서다니,,,
진퇴양난입니다. 전 완강하게,그러나 부드럽게 설득하여 한발짝씩
같이 손을 잡고 올라갔습니다.
(제 2편에 계속)

10/2 일죽 산사람

<1편에 이어서 계속>
정상을 지척에 두고,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기며
비가 그치기만 바랐습니다.
오랜만에 간 우리 부부산행에 대한 추억(지난 10년동안
지리산,설악산,덕유산,태백산,명지산,석룡산,용문산 등
100여회 등반함)과 최근 단독산행에서 오는 차이와 자연히
가정사에 대한 소홀함 등 평소에 잘 해주지 못한 것 등이
뇌리를 스치면서 부부의 정에 대한 전율 같은 걸 느껴습니다.

그러나 저러나---도저히 못 가겠다는---하소연을 뒤로 한 채
앞장서서 오르니,미안하기도 하고,,,하지만,떨어진 체력을
하루 아침에 원기회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800m의 높이의 산이면 훨훨 나르던 집사람인데,,,ㅊㅊㅊ
나도 사실은 여름동안 산엘 못 가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
으니까...피차 일반 아닌가?????

이렇게 어렵사리 도착한 정상에는 우리 외엔 아무도 없는
공터가 보였습니다. 많던 등산객은 한사람도 남지 않고 내려간
모양이다.돌로 새로 세운 두개의 표지석만이 우리를 반깁니다.
이걸 보려고 '죽을 힘을 다해서' 올라온 것이다.
우리 조는 1시간 30분만에 정상에 도착하였지만, 중도에 남겨
놓은 3명의 일행소식이 궁금했습니다.
휴대전화로 확인하니,아직도 그 자리에서 기다린단다.---
빨리 하산하라는 독촉이 심하다---남들은 다 내려
왔는데 뭘 꾸물거리느냐는 것이다.아이쿠!!!!죽겠네...

이 코스는 40분~1시간거리인데,너무 오래 시간이 걸린 것이다.
가져온 과일과 쵸코렛을 나눠 먹고 쉼 없이 바로 하산했습니다.
오던 길로 내려서니, 어찌나 미끄러운지,찍--찍 소리가 난다.
우중산행은 이게 못할 노릇이다. 마구 뛰어내려갈 수도 없고,
조심조심, 한발 한발 확인해가며 내려갑니다.
예의 칼바위 능선까지는 그런대로 엉덩방아는 안 찧고 잘 갔습니다.

하지만 안부에서 다시 급경사내리막을 걸을 때는 각자 흩어져서
주의를 기울여 내려갔게 되었습니다.자연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다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지만,저는 이제는 죽어도 내려가야 산다고
대오를 맞추어 길을 안내하지만, 역부족---지팡이를 주며
짚고 가도록 했지만, 비가 온 후에 등산객이 만든 미끄러운
나무와 돌이 같이 구릅니다.

비는 그치고 찬 바람만 불어왔다.
30여분 후에 중도에 헤어진 일행과 등산로에서 조우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마치 남북으로 헤어진 가족이 50년만에 해후하는 장면이
연상된다.서로 껴안지는 않아도 말로,눈빛으로 보면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숨을 고르고 보니, 일행은 그냥 앉아서 기다린 게 아니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산나물 주머니를 옆구리에 차고 도토리, 상수리를 주워서
메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엄청 많이 줏엇구나 싶다.
하기는 우리가 헤어진 시간이 1시간 반이나 지났으니까....

오늘은 그동안 함께 산에 못 간 죄값을 톡톡히 치르는 날이 된 날이다.
등산대장으로 잘 받들어 모시던 내가 대원들에게 큰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그동안 배운 짓이니까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활용한
게 아닌가--한편으론 흐뭇하기도 하고,,, 다시 하산길로
접어들어 앞서거니 뒷서거니 떼지어 내려섯습니다.
30분만에 집결지에 도착해보니, 그 많던 사람들이 그림자도 없었다.
관광버스는 모두 출발해버렸고 우리가 맨 꼴찌로 도착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같이 초가을을 맞아 모처럼 빗속에 강행군한 산행은 먼 후일에는 분명히
영원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같다.
우리가 타고온 봉고차에 들어가니, 추웠던 몸도 풀리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차안에서 다들 기분이 상승하여 못 먹은 쇠주와 안주(닭다리
무침)을 놓고 주거니 받거니 석잔씩 돌리니,이 얼마나 즐거운가!!!

이번에는 중미산 서너치고개를 넘어 농다치고개, 자연휴양림에서
우회전해 문호리 방향으로 질주했습니다. 창문을 열고 빨간 단풍과 노란
은행나무를 감상하며 합창을 해가며, 오후 5시에 양수리 시내를 거쳐
양평산업도로로 들어섰습니다.차가 밀려도 좋았고,우리는 시내에 들어가
오늘의 산행 마감을 '수원성'이라는 중량교의 갈비탕집에서 한바탕
떠들고 난 후 웃으며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날 저녁 때 마누라가 잘 걷지도 못하게 다리통이
부어서 아프다고 울쌍이 되어 나는 지은 죄에 대한 업보라고 믿고,
'안티프라민'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고역을 치른 산행이었다.
그날 같이 정상까지 간 한 분은 어찌 출근은 잘 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10/2 밤 일죽 산사람

홈으로 | 가나다순 | 지역별 | 게시판 | 산행기 게시판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