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일죽

2008. 10. 2. 21:39카테고리 없음

제목: 변화 무쌍한 12봉의 조망과 수만평 억새꽃 축제

나는 지난 일요일 때늦은 억새산행이지만,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에 우뚝 솟은 명산,명성산(923m)을 다녀왔다.
가을의 여인처럼 바람에 하늘거리며 나부끼는 억새꽃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가까운 38선 전방으로 향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산행준비를 마치고 형님댁에 갔더니,
아이고...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아
허겁지겁 서둘러서 8시가 다 되어 집에서 출발하게 되었고.
또 다른 일행 4명을 의정부 축석령 검문소에서 만나기로 해
고개에서 한참을 기다려 시간이 늦어졌다.

날씨는 어제보다 따스하게 좋아져서 파란 가을 하늘이다.
승용차 2대에 나누어 탄 부부산악인 일행은 덕정을 거쳐
소흘면,송우리,포천신도시,만세교 다리,
양문,성동삼거리, 38휴게소에 9시가 지나 도착했다.

모두들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출출한 모양이다.
추위도 녹일 겸해서 휴게소 매점에서 가락국수를 시켜,
준비해 간 김밥과 같이 후딱 먹었다. 따끈한 국물을 마시니
몸이 다소 풀리는 것 같다.

오랜만의 원정산행에 대한 기대로 모두 상기된 표정들,
산정호수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1인당 1000원.주차비
대당 1500원)를 내고 통과했다. 김일성별장이 있었던 산정
호수를 끼고 명성산의 위용이 당당한 기세로 다가온다.

11월 초,낙엽이 뒹구는 산입구에는 벌써부터 가을 나들이로
수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들로 초만원이다. 우리는 서울에서
일찍 온다고 했는데 한화콘도와 주차장에는 들어갈 자리가 없다.
도로에는 승용차가 줄지어 주차해 있었다.

오늘 코스는 자인사를 기점으로 너덜지대, 협곡 을 거쳐서
깔딱고개를 넘고 좌회전, 대평원억새꽃밭,삼각봉,명성산 정상.
다시 원점회귀하기로 했다.절입구에서 10시 정각에 출발,자인사
대웅전(예전 서울 종로구에 있던 절에서 옮긴 절)을 돌아
뒤로 난 직등 등산로에 붙었다.

바위가 깔린 너덜지대의 연속이다. 돌이 켜켜이 깔린 급경사.
초입부터 힘이 빠지는 길이다, 많은 등산객이 올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1시간 만에 깔딱고개에 닿았다.
일행 중 한분은 허리가 안 좋아 힘이 더 들어 한다.

어린 아이들도 올라 오는데 어른들이 쳐지니 좀 부끄럽다고
할까.다시 일어나 왼편으로 깍아지른 언덕길을 밧줄을 잡고
오른다. 30여분만에 드디어 억새평원에 도착했다. 지난 10월
억새꽃 축제 때 포천군 새마을 협의회에서 세운 하얀 새마을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왼편으로는 깍아지른 절벽, 오른편은 대평원 억새밭이다.
서쪽으로 직립한 바위군이 3km이상 이어져 산정호수에서
올려다 보면 경치가 수려하게 보인다. 능선 위에서 내려다 보니
멀리 포천읍내가 한눈에 보이고,발 아래로는 푸른 호숫가에
오리배들이 한가롭게 떠다닌다.

오른편 화전민터가 있는 능선에는 산악회에서 온 등산객들이
울긋 불긋 모여 있다.여기 저기서 억새밭 속에 들어가 사진을 찍기
바쁘다. 우리는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밭길을 지나 다시 경사진
등산로에 붙었다.

1시간만에 삼각봉(903m) 정상이다. 다들 지쳐서 쉬자고 한다.
길가에 자리를 잡고,휴게소에서 먹다 남은 김밥과 과일,음료수,
커피를 먹으니 기운이 다시 살아난다.
모두들 이젠 지쳤는지 얼굴을 보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12시 30분,정오가 지났다.군데 군데 봉우리가 하도 많아 어느 게
진짜 삼각봉인지 헷갈린다. 거의 일직선의 능선 위에 봉우리가
12개나 된다. 우리는 여기서 회의를 해, 일부는 앉아서 기다리고
일부는 정상을 정복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이산가족이 되고 4명만 자원해서 또 다시 뛰기 시작,
30여분만에 홈통바위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여기서 우측으로 우회하여 봉을 넘고 다시 내려가고 하면서 드디어
923m 정상표지판이 있는 헬기장에 닿았다. 출발 3시간 반만이었다.
아, 감개가 무량하다. 야호!!!! 성취감에 도취했지만, 가져온 물이
다 떨어져 옆에 온 분에게 조금 얻어서 목을 축였다.

기다리는 일행을 생각해서 기념사진을 급히 누르고 다시 하산,
쉬지 않고 달렸다. 홈통바위로 내려오려니 가슴이 콩알만해진다.
반쯤 내려오니 반대편에서 야호! 소리가 들린다. 기다리던 일행이
기다리다가 따라왔던 것이다. 부부 이산가족의 만남이 금방 기쁨으로
바뀌고 함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오후의 가을 햇살을 받으며 억새꽃을 바라보니 황홀하다. 그
어딘가에서 가을의 여인이 둥근 모자를 쓰고 금방 튀어나올 것만 같다.
노을과 억새와 여인을 상상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제서 올라오는 등산객도 많다.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은 데
걱정이 되어 몇몇 분에게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깔딱고개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3시가 넘었다.
산속이라 그런지 찬바람이 불어온다. 땀이 젖어 한기가 느껴진다.
여기서 우리는 우측 너덜길로 그냥 내려 갈 것이냐, 아니면 직진해서
우회할 것이냐를 놓고 상의를 해, 좀 돌더라도 직진길을 택하기로 해
다시 바위 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 갔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소나무가 바위에
걸린 칼바위의 연속이다. 산정호수가 지척에 보이고 경치가 아름답다.
일행은 혹 길을 잘못 들어섰는가 의구심이 났다.
여기서부터 사람 흔적이 안 보였다. 안내표지판도 없다.
이제 돌아갈 시간도 없고, 갑갑하다. 무조건 앞으로 전진,전진.

여기가 책바위 능선길. 명성산의 많은 등산코스 중에 가장 스릴
넘치고 조망이 빼어난 곳임을 우리는 다 내려와서 알았지만,갈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고, 길이 안 보여서 아주 혼이 났다.
중도에 가파른 절벽에 세운 직각 철사다리가 있고, 쇠줄, 밧줄이
이어지는 난코스였다.

이날 우리는 점심도 굶고,무려 6시간 이상을 산행을 한 셈이다.
자인사 입구에 닿으니 오후4시 반이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어떻게 저 깍아지른 악산을 갔다 왔는지 스스로 놀랐다.

명성산,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울면서 지났다는 곳.
그 험한 너덜지대, 그 길기도 긴 12봉 능선,더우기 하산길의
그 무시무시한 낭떠러지, 책바위 길은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오후 5시, 어스름한 자인사 산사의 그늘을 벗어나 우리는
38휴게소를 거쳐 성동 삼거리,양문, 만세교를 거쳐 곧바로
서울로 향했다. 지난 8월에 갔던 경북 봉화, 청량산의 산세와
견줄만한 돌 투성이의 악산임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휴우~

(참가자: 김은하부부, 김열문부부, 김동식부부, 김양래부부)

2000. 11.7 일죽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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