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15. 01:41ㆍ카테고리 없음
(나의 일기장)
양구,인제권 DMZ 생태 탐방기
드디어 최전방 디엠지--- 민통선에 들어갔다. 40년만의 일이다.
나는 군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서 감회가 남다르다. 2박 3일 이번 탐방은
진한 감격과 아울러 과거로의 추억과 전쟁의 쓰라린 상처와 가난하고 헐벗었던 50-60년대
시절 민족의 아픔이 교차했다.
정전협정상으로 비무장지대가 중무장지대가 된 현실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본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평화지대라고 부를 정도니 세월이 많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적군과의 대치상태---숨막히는 전방 GOP근무는 매서운 추위와 잠복근무, 사계청소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매일 매일 죽기 아니면 살기로 군 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3년 복무기간 동안 전방에 배치되어 디엠지와 철책선을 오가며 산 속에서 이발도 못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채 서울로 가는 휴가는 꿈도 못 꾼 시절이었다.
이번에 들어가 보니 전방을 지키는 군인은 달라졌지만 산천은 그대로 보존된 것 같았다.
너무나 적막한 산천---고요함와 평화--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때의 폭포와 시냇물과 풀과 흙과 나무와 야생동물 발자국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25년을 4반세기라고 하는데, 거의 반세기만에 찾은 전방은 아직도 살벌한 대치상태다. 사병들은 얼굴을 검은 칠로 위장하고 훈련을 받고 있었다. 군 작전도로는 도로보수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때 124군부대 김신조 공비 일당이 청와대를 폭파하러 내려왔던 군대시절 추억이 한편의 다큐멘터리 장면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
보통 남자들은 저마다 평생동안 군대생활의 사연을 밤새 얘기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다. 나도 그때 만났던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의 이름이 입에서 술 술 나왔다.
쪼들리는 사회생활하면서 다 잊었던 과거였는데 참으로 이상하다.
이번에 간 양구, 화천지역이 내가 근무했던 중동부전선 ‘철의 삼각지’는 아니었지만 펀치볼의 디엠지 상황은 내가 근무했던 곳과 대동소이한 느낌이었다.
이번 30여명의 전방 탐방은 평화공원으로 조성될 민통선 지역의 새로운 역사의 지평을 열 것을 기대하면서 다음 주 파주--연천--철원 서부권역 탐방도 자연생태계의 보존과 이용의 탐색 기회가 될 것을 희망한다.
2007.11.27 김양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