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명지산

2008. 8. 7. 06:48카테고리 없음

제목: 상판리 장재울 계곡과 아재비고개의 아름다운 추억

모든 산천이 다 아름답지만 성하의 계절에 나무그늘 속을 거닐면 무슨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다. 나는 그런 숨은 오지을 찾아 토요일 오후 4시,
태릉역에서 일행을 태우고 퇴계원---진접---광릉내---내촌을 지나
오.비. 베어스 타운---서파 사거리---현리---운악산 입구---상판리에
2시간만에 도착했다.

오후의 뜨거운 햇살이 조금 식어간 6시경. 하늘은 높고 파랗게 물들어
나그네의 심사를 설레게 하였다. 먼저 소나무골로 들어가 귀목산장
주인에게 인사를 한 다음, 적당한 비박 장소를 소개 받고 나왔다.
작년 여름에 다녀간 집이다. 그 집 마당 평상에서 40여명이 앉아서
술판을 벌인 적이 있었다. 같이 사진도 찍고....

장재울 계곡은 가평군에서도 청정하기로 유명한 계곡이다. 오늘은 그 속에서
자는 것이다. 모처럼 1박으로 비박을 하기로 한 우리는 산판길이 난 등산로
(귀목봉 코스)로 들어섰다.잣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울울창창한 숲 속으로
갔다. 다리를 건너 10여분을 가니 개울 물소리가 난다. 여기다 싶어 내려가보니
무릉도원이 여기가 아닌가?

시간이 늦으면 산속에서 고생을 하니까 먼저 텐트부터 치고 저녁준비를 한다.
당일치기만 하다가 장거리 오지산행을 하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출발한 것이다.
준비해온 반찬을 꺼내고 맛잇게 먹었다.
물론 잠을 자기 위해서 소주도 한잔 곁들이고...거나하게 취한 다음
각자 침낭과 텐트로 들어갔다.
밤 10시, 이제서야 산 속이구나 하고 하늘을 보니 별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본 지 오래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 6시. 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서 오늘의 산행 일정을 잡는다.
일찍 준비해서 7시에 출발하여 12시에는 하산을 하는 것이다. 날은 덥고 서울 갈
길은 멀고.... 무거운 텐트와 짐은 다 차에다 싣고
가능하면 빈 몸으로 가자는 것. 그래야 피로도 덜하고, 안전하며, 돌아갈 때 짜증이
덜하기 때문이다.

장재울에서 모두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충분히 잤다고 한다.
나는 그 순간, 이런 엉뚱한 생각을 했다.
잠재울... 잠 재울 ... 잠을 잘 재우는 계곡이구나!
발음을 잘 못해서 내가 잠재울... 이라고 했더니... 모두들 한 목소리로
장---재울이라고 떠든다.
잠 재울이나 장 재울이나 그게 그거지. 하면서 우리를 잘 재워준 것에 다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났다. 다음에 다시 보자고 약속하고....

7시 출발,소나무골을 지나 귀목고개 코스로 든다. 입구에 하필이면 까만 뽕나무
열매(오디)가 주렁주렁 열려 그 걸 따 먹느라고 야단이다. 나는 그런 건
지천이니까 그냥 가자고 해도 막무가내... 이러면 안 되는데.
1시간여를 낑낑 매며 오르니 795M 귀목고개 안부에 도착했다.
휴--- 힘들다. 여름등산, 얼마나 힘이 빠지는지 모두 앉아서 말이 없었다.
여기서 충분히 쉬고 가자고 의논하고 웃통까지 아예 벗어서 말리고
가져온 과자와 사탕을 먹고 과일도 깎아 먹었다.

30여분을 쉰 다음 다시 오른편 명지산 제1봉으로 기어오른다. 가다 가다 쉬고
산길은 자꾸만 좁아져서 앞 사람이 안 보인다.가끔 소리를 질러서 확인을 하면서
전망대가 나오길 기대하면서,1시간을 올라갔다. 일행 중 젊은 산친구가
배가 아프다면서 연신 화장실에 간다고 해 걱정이 된다.
여름이라 식중독이 아닌가? 소화제도 없고 가는 길 밖에는 없었다.

큰 바위 지대가 나오기 시작, 우리는 제1봉이 가깝게 온 것을 직감했다.
바위 전망대에 오르니 저 발 밑에 백둔리가 내려다 보였다. 너덜지대가 아래로 깔린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쉬고 출발한다.
이제야 갈림길에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직진하면 1199m 제1봉이고 정상까지는 3K,
아래로는 아재비고개 4K다. 시간은 벌써 10시.

언제 올라왔는지 부부팀이 우리 뒤를 따라붙는다.
물어보니 마석에서 일찍 6시에 출발했단다.
우리는 '어젯 밤 미리 와서 자고 올라왔다."며 길을 비켜주었다.
일행은 아침을 시원치 않게 먹었는지 벌써 배가 고프단다. 나는 원래 산에서는 뭘
잘 안 먹는다. 물만 계속 먹으라고 할 수도 없고 자리를 잡고 중식을 했다.
어제 만든 주먹밥을 한사람씩 돌리고, 지난 주일에 따서 만든 취나물과 오이지와
김치를 놓고 게눈 감추듯 해치운다. 난 반도 안 먹었는데....

한사람은 정상까지 갔다가 오자고 하고,한사람은 그냥 하산해야지 갔다 오면
서울에 올라갈 때 교통이 막힌다고 한다.나는 가고 싶으면 얼마든지 가자고 했다.
이젠 배가 부르니까 힘이 난 다는 얘기다. 그러나 날은 덥고(30도 이상) 갈길은 멀고
다시 상의를 해서 아재비고개로 하산하기로 했다. 결국은 제1봉 위 안테나를 뒤로 하고 내려섰다. 이 길은 겨울이면 악산으로 변하는 급경사길이다. 워낙 내리 꽂히는
험한 너덜 바위길, 계곡길이 이너진다. 아재비고개 까지 1시간은 소요된다.

아재비고개 그늘에서 저 아래 연인산과 매봉줄기를 건너다 보면서 일행은
오수를 즐겼다.
나는 그 사이에 주변에서 취나물을 뜯어 먹어보라고 했다. 이제는 너무 쉬어서
때가 지난 것이다. 냄새나 맡고 다시 하산한다.
안부에서 우측으로 꺾어 다시 급경사의 연속이었다.
이 길은 올라올 때도 힘들고, 내려설 때도 그 놈의 다래덩굴 때문에 애를 먹었다.
자꾸만 목이 걸리고, 고목나무가 앞을 가로 막는다. 1시간을 넘고 뛰고 미끄러지면서 산판도로까지 나오니 이제서야 하늘이 훤하게 보였다.
대단한 오지 원시림을 빠져 나온 것이다.

아재비고개의 사연을 들으니 기가 막히다. 왜 아재비냐? 옛날 옛적에 못 먹고
못 사는 화전민 부인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게 된 처지에 애기를 배어
친정으로 산통을 하면서도 먹을 것을 구하러 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그만 애기를 낳고 실신해 정신을 잃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무의식 중에 옆에 싱싱한 물고기가 보여서 그 걸 순식간에 먹었다는 것.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난 애기가 없더라는 얘기다. 그래서 그 애를 고기로 알고
먹었다는 죄책감에 그만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을 했다고 한다.
무시무시하고 등골이 오싹하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우리는 무서운 아재비고개라고 생각하면서 땀을 바가지로 흘린 후
오후 1시 정각에 묘지 1기가 있는 상판리 수퍼 앞에 도착했다.
명지식당(버스종점 주차장)에서 세수를 하고 기념 사진을 박고 출발했다.
산행시간 5시간만이다.
돌아오면서 모두들 잠에 골아 떨어진다. 1박 2일의 비박산행.비용을 계산해보니
4인이 48000원이 들었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 경제적인
산행이 되어 모두들 기뻐했다. 대만족이란다. 다음 주는 어디로 갈까?
나는 벌써부터 1주일후의 산행지 후보를 걱정한다.

이 부근의 국망봉(1168)? 강씨봉(830)? 청계산(849)? 석룡산(1155)?,수덕산(796)
중에서 계곡을 타고 오를까 한다고 미리 일러주었다.
명지산-----, 한북정맥의 가지를 뻗은 경기 최고봉을 다녀온 소감은
한마디로 덩치 크고, 장대하고, 웅장하며,반면에 큰 골짜기와 긴 능선이 지리산이나
오대산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는 소낙비나 한줄기 쏟아졌으면 시원하련만...
올봄 90년만의 가뭄을 원망을 하면서....
워커힐 광나루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빠이 빠이 작별인사를 했다.

1년 6/21 새벽 일죽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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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솟아오른 저산정에, 구름도 못다 오른 저 산정에,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저 산은 우리 마음, 산사람 넓고 깊은 큰 뜻을, 저 산은 우리고향, 메아리 소리되어 흐르네
사랑하던 정 미워하던 정, 속세에 묻어두고 오르세 [아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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