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위천(食爲天)’. 청나라 마지막 황제 애신각라 부의(愛新覺羅 溥儀)의 족손(族孫)으로 중국에서 유명한 서화가인 애신각라 항산(愛新覺羅 恒山)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본지를 위해 써준 휘호다.
 |
‘식위천(食爲天)’은 ‘음식은 하늘보다 높다’는 뜻이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그 음식의 소중함을 하늘보다 높게 생각해야 하고, 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지극 정성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휘호를 써준 항산(恒山) 선생의 말이다.
풍만의 시대, 먹을 것이 남아돌아 골라먹고, 버리기를 일삼는 이 순간에도 지구의 어느 한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인구가 수없이 많은 요즘, 새삼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값진 교훈이다.
옛 조상들은 ‘밥을 남겨 버리면 죄를 받는다’고까지 했다. 그래서 한 톨의 밥알도 소중히 여기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그 가르침은 먹을 것이 풍부해졌다고 하더라도 변질될 수 없는 진리다. 한 톨의 밥알이 입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들여진 수많은 노고를 생각하면 늘 감사하며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에는 그 어느 때보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나와 내 가족만 배불리 먹으면 그만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끼니를 걱정하는 수많은 지구촌 이웃을 생각하며 아끼고, 나눠줌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베품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
뿐만 아니다. 음식을 만들어 돈을 벌고 있는 식품외식사업자들도 ‘식위천(食爲天)’의 가르침을 되새겨 주길 바란다.
혹자들은 말한다. 음식업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안 된다고.
그런데 작금의 식품외식사업자들은 어떨까. 입으로는 ‘고객을 가족처럼 생각해 어머님의 정성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하면서 장삿속에 눈이 멀어 함부로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툭 하면 터져 나오는 부정ㆍ불량식품 소동,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식중독 사건, 이 모두가 ‘식위천’의 정신이 결여된 탓이다. 음식을 잘못 만들어 고객들의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은 음식을 남겨 버리는 일보다 더 큰 잘못이다.
음식을 남겨 버리는 것도 죄를 받는 일이라고 했거늘 잘못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는 것은 더 큰 벌을 받게 마련이다. 음력 무자년 원단에 식품외식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식위천’의 뜻을 받들어 도덕적 양심과 기업적 윤리로 재무장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사진설명>▶항산 선생이 본지 독자에게 보내는 무자년 새해 덕담 ‘복수강녕(福壽康寧)’ 휘호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