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안도현
2008. 6. 2. 09:45ㆍ카테고리 없음
안도현: 고교시절에 쓴 징글맞은 시
제목: 개 화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면
넌
하나씩 육신(肉身)의 향기를 벗는다.
온갖 색깔을
고이 간직한 뒤란으로
물빛 숨소리 한 자락 떨어져 내릴 때
물관부에서 차오르는 긴 몸살의 숨결
저리도 견딜 수 없이 안타까운 떨림이여
허덕이는 목숨의 한끝에서
이웃의 웃음을 불러일으켜
줄지어 우리의 사랑이 흐르는
오선(五線)의 개울.
그곳을 건너는 화음(和音)을 뿜으며
꽃잎 빗장이 하나 둘
풀리는 소리들.
꽃술을 밝게 흔들고
별 무늬 같이 어지러운 꽃이여.
꽃 대궁 앓는 목숨의 꽃이여.
이웃들의 더운 영혼 위에
목청을 가꾸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