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귀농인,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글: 최성현 그림: 이우만
도솔출판사 간.
노란색 표지에 <산>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쓴 이 책은 나에게 그<산>에
금방이라도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는 자다가도 <산...>하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그 <산>에 매료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나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귀농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준 아주 드문 인물이었다. 먼저 그의 약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일찍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근무하던 중 일본인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 란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하루 만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1988년
전화, 전기도 없는 강원도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서 5년간을 원시생활로
살았고, 38살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2년간 신문배달을 한 후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로 건너가서 3년 동안 버려진 땅에 야채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는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아직도 산 속에 산다.
농사를 손수 지어서 자급자족하며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숲 지킴이로써
프랑스의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를 닮은 한국 생명농업의 대부이기도 하다.
그의 오두막집(바보 이반 농장) 입구에는 이런 <알림> 문구가 붙어있다.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농장의 주인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풀, 나무, 벌레, 새, 동물, 흙, 돌, 물, 물고기가 다 형제자매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문구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인가!
대자연은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가장 좋다는 자연농법을 실천하는 참생명
지킴이 “바보 이반”이다.
그는 첫 장 <산으로 가는 길>에서 “사람의 길과 산의 길. 산에는 풀, 나무, 곤충,
새, 야생동물, 민물 생물들이 열쇠와 돈과 책과 무기를 만들지 않고 살고 있다.
그것을 가진 인간과 그들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이 바보일까? “ 하고 묻는다.
그는 철학 전공자답게 글도 잘 쓰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한다. 그러나 전혀 배운
티를 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다. 숲이 인간에게 주는 가르침을 깨우친 모습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그는 말한다. 산에서 정지한 채 누워서 하늘을 보라, 그리고 엎드려서 땅을 보라.
그러면 서서, 걸어가면서 보는 세계와 전혀 다른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델라웨어 족 인디언의 <상처 입은 가슴>처럼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것을 권장한다.
(제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