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3. 19:30ㆍ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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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
남효창 지음/계명사·2만6000원
‘숲 박사’가 알려주는 나무와 숲 이야기
지난 3일, 경칩을 이틀 앞두고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꽃’이 피었다. 건물 외벽에 하트 모양 꽃잎을 그려 봄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곁에 선 이순신 장군 동상마저 고개를 돌릴 듯 화사하다. 그러나 고층빌딩이 키다리 교목처럼 늘어선 빌딩숲은 숲이 아니다. 광합성을 못 하므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마천루를 전부 초록빛으로 칠해도 엽록소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지도와 땅이 다르고, 꽃과 꽃 그림이 명백히 다른 이유다. 숲은 그림이 아니라 ‘저기’ 있다. 가기 전에 손에 쥐면 좋을 책이 한 권 나왔다. 〈나무와 숲〉.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청림출판·2004), 〈얘들아, 숲에서 놀자〉(추수밭·2006)를 펴낸 바 있는 ‘숲 박사’ 남효창씨의 세 번째 책이다. 머리말부터 죽비 소리.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3억5천만년 전부터 지구의 식탁과 허파 노릇을 해 온 숲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까닭이다. 숲 따로 인간 따로가 아니라 숲을 살리는 게 곧 인간을 살리는 길이라고 지은이는 애써 동어반복을 한다. 이유는 이렇다. “썩은 나무둥치도 소중한 숲의 식구입니다. 그 속에 장수하늘소의 애벌레가 깃들고 우산이끼와 솔이끼도 활짝 피어납니다. 숲은 먹고 먹히는 ‘사슬의 숲’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피워 주는 ‘관계의 숲’입니다.” 이른바 ‘생태적 지혜’(ecosophia). 경쟁과 속도가 지배하는 먹이사슬에 얽매인 ‘동물로서의 인간’에겐 숲은 없고 정글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알면 사랑하게 되는 법, 숲의 ‘살길’을 찾아 주기 위해선 먼저 공부가 필요하다.
2부 ‘우리 나무 식별하기’가 책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우리 땅에서 볼 수 있는 나무 600여 종을 알아볼 수 있도록 꾸몄다. 나무와 나무 이름을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기초 원칙은 ‘아니냐, 맞냐’로 식별하는 것인바, 소나무와 잣나무를 바늘잎(침엽)의 묶음이 각각 둘과 다섯이라는 점에서 찾는 식이다. 난이도를 하나 올려 생각해 보자. ‘뽕나무 가족’이 넷(뽕나무·산뽕나무·돌뽕나무·몽고뽕나무)이라 할 때, 이것들을 어떻게 구분할까.
지은이가 제시한 검색표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잎의 톱니가 날카롭다면(표면까지 거칠면 더 좋다) 그건 몽고뽕나무다. 잎의 톺니가 날카롭지는 않지만 표면에 털이 있다면 돌뽕나무가 분명하다. 잎의 톺니가 날카롭지도, 표면에 털도 없다면 잎끝을 보고 판단하면 된다. 잎끝이 꼬리처럼 길다면 산뽕나무요, 그렇지 않으면 뽕나무다.
‘심화 학습’을 원한다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숲연구소’(02-722-4527~8)를 찾으면 된다. 지은이가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생태학당 안에 입문·전문가 과정 등을 두고 있다. 잡념을 솎아 내고 더께를 털어 내도 좋을, 바야흐로 봄 아닌가.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계명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