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1. 10:13ㆍ카테고리 없음
풀꽃 이름)---숲에세이1 봄소식을 알리는 꿩바람꽃 꽃의 계절, 춘절이 돌아온다....스프링 풀라워의 좋은 계절이 다가온다. 화사한 봄 아지랑이 피는 봄 화창한 봄 날씨 따스한 봄의 입김이 멀리서 보인다. 우수가 며칠 안 남은 겨울의 막바지에 오늘은 영하 11도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아마도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아닌가 한다. 작년 한해 동안 나는 여기저기서 숲해설 강의를 들으며 풀꽃과 약초 이름이 1200개나 있고 희한한 이름들이 하도 많아서 외우기 듣기 말하기 공부를 하느라 노심초사했던 생각이 난다. 그 많은 풀이름은 들을 때는 알 것 같기도 하고 기억하기 쉽다고 생각했다가도 같은 한국말인데도 나중에 물으면 생각이 안 나곤 했다. 생김새는 비슷비슷한데 다른 꽃이름이 너무나 많다.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세상은 한결 밝아 보이고 멋져 보이고 생기발랄하게 온 생명이 움트는 광경을 볼 것이다. 우리나라에 춘--하--추--동 4계절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감사하게 생각하며 해마다 새삼 자연의 신비를 체험으로 느끼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꿩의 바람 꽃>인가--이름도 참 멋지게 지었다 싶다. 꿩이 바람나서 꽃이 되었다는 건가? 누가 언제 이렇게 멋지고 기발한 이름을 지었는지 몰라도 그 시대의 언어와 그 시대의 감성과 그 시대의 생활문화까지 담은 순수하고 고운 우리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꿩은 우리나라 산에 많은 야생 조류다. 요즘은 오지 산에서도 보기 힘든 게 사실이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꿩고기로 육수를 내서 냉면국물로 쓰며 만두의 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단다. 꽃 이름의 꿩은 무엇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가 궁금하다. 꿩이 잘 먹는 풀꽃도 아니고 꿩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데 앞에 <꿩 자>가 들어있다. <꿩 자>가 들어간 꽃은 꿩의다리(미나리아제비과), 바이칼꿩의다리, 꿩의밥(골풀과), 산꿩의밥, 꿩의비름(돌나물과), 둥근잎꿩의비름, 큰꿩의비름 등 가짓수가 많기도 많다. 게다가 바람꽃(미나리아제비과: 꽃말 속절 없는 사랑)이란 이름은 더 많다. 홀아비바람꽃, 숲바람꽃, 세바람꽃,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국화바람꽃, 그늘바람꽃, 쌍둥이바람꽃, 회리바람꽃, 외대바람꽃, 들바람꽃 등 10개가 넘는다. 너무나 이름도 많고 종류가 다양하다.
꿩과 바람이 무슨 관계인가? 꿩이 눈이 녹는 이른 봄에 바람이 잘 타는 양지를 좋아한다는 것인가? 바람꽃은 주로 높은 지대에 자생하는 초본으로서 양지바른 물가나 습지의 그늘에 지천으로 핀다. 어떤 이는 바람에 잘 흔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도 한다. <꿩 자>는 꿩의 다리처럼 생겨서 가늘고 긴 줄기가 연약해 보이지만 큰 꽃이 피어서 그렇다고도 한다.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 꽃 이름에는 꽃과 줄기, 잎의 모양이나 크기 색깔 특징 번식지역 한자이름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자를 붙인 게 많다. 생물학적인 근거나 학명 분류기준에 의한 명명이 아니다. 가시가 돛인 것은 가시000, 갯가에 피거나 진짜가 아니라고 개000, 갯000 라고 붙이고 노란 색은 노랑000, 동그란 것은 둥근000, 땅바닥을 기는 것은 땅000, 주로 물가에 있는 것은 물000, 붉은 색은 분홍 또는 붉은 000, 산에 나는 것은 산000, 작고 예쁜 것은 애기000, 아주 작은 것은 좀 또는 좁은000, 진짜 최고라는 뜻으로 참000, 허우대가 큰 것은 큰000, 털이 많이 난 것은 털000, 하얀 색이면 흰000 로 부르기 쉽고 알기 쉽게 만든 게 많다. 그런데 꿩의 바람꽃은 조금 이상하다. 그냥 꿩바람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동물, 자연, 식물 3가지 이름이 다 들어간 이름이기 때문이다. < --의>는 소유격이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인데 일본말 식으로 표현한 것이 틀림없다. <닭의 장풀>이나 <닭의 난초>,<닭의 덩굴> 처럼 <--의>자가 들어간 것은 한글 표기법에 따라 고쳐야 할 이름이다. 노랫말에 <내가 살던 고향>을 <나의 살던 고향>으로 잘못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커피 한잔>을 영어식으로 <한잔의 커피>로 잘못 표기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국어학자도 아니면서 제목에 <꿩바람꽃>으로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8.02.13 일죽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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