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14. 00:35ㆍ카테고리 없음
"풍악산--개골산 구경 한번 잘 했네...."
우리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만,
나는 지난 10월 금강산 산행(2박3일)을 하고 난 후부터
'금강산은 식전경'이라고 고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천하 제일의 명산을 두고 밥을 먼저 먹다니---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역시, 금강산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절경,
비경의 극치였다.
만추의 계절,전국의 산이 단풍축제로 떠들썩하게
행락객들로 붐비던 때,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문제삼아 긴장을 고조시키던
시기에 북녘땅을 밟게
되어 체류하는 동안 기대 반, 걱정 반---
잡혀갈까봐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했지만,
강원도 고성군 장전항의 모습은 고즈넉하고
평화롭기만 했다.
1만톤급의 설봉호를 타고 간 꿈에 그리던 금강산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주었고,천하 제일의 절경---
왕복 12km의 구룡령(상팔담) 코스와 4km의 삼일포 코스---.
가을의 풍악산과 겨울의 개골산을 한꺼번에 드러내
보여준 감동적인 여행이었다.
3일동안 금강산 일만 이천봉의 100분의 1도 못 보고 돌아와
아쉬움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이 첨예한 대치상황에서 가능했던 제한된
관광코스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첫날 상팔담까지 총 4시간 산행에서 처음 느낀 것은 금강산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글로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천하
제일의 명산 '이었다.
나는 입을 벌린 채 넋을 잃고 헤매다가 이제서야 꿈속서
깨어난 것 같다.
수많은 문필가 선현들의 산행기와 정철의 '관동별곡'을 읽어서
익히 아는 터이지만, 육당 최남선의 '금강예찬'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금강산은 보고 느끼거나 할 것이요, 형언하거나 본떠낼 것이 못 된다"
둘째로 자연경관과 길거리에서 보고 느낀 것은 오염이 안된 자연 그대로 잘 보전,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과 계곡,숲과 강을 훼손하거나,
망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따금 바위에 글자를 새긴 암각( 이런 행위는 북한 문화라고 함)
만은 예외였지만 다리와 난간, 등산로계단,
매점 등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만든 것이
우리의 개발 문화과 다른 점이었다.
길가의 풀 한포기, 소나무 한그루, 돌 하나 자연 그대로 보전시키고
인공적으로 형질 변경하거나, 조림하거나, 파헤치지 않은 채 되도록
있는 그대로 놓아둔 것이다.
종이 한장,쓰레기나 오물이 없는 계곡은 얼마나 깨끗하게 정리를 잘해
놓았는지 길가 좌우가 갈퀴나 빗자루로 청소한 흔적이 역력했다.
셋째로 북한 사람의 생활수준과 거주환경이 너무 낙후된 것
같다는 점이다.
고성군은 1960년대 남한의 농촌마을을 연상케 했다.
시골길은 비포장도로에다 온통 벌겋게 헐벗은 산과 구릉,
아직도 나무를 이용해 땔감을 마련하여 밥을 짓는 시골의 굴뚝,
가끔 지나가는 달구지와 통통거리는 트럭,
인민학교에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의 복장,
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출근시간의 풍경 등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모델)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침 추수기가 되어 들녘에서 일하는 부부 농부들을
멀리서 보았는데,
수해로 쓰러진 시커먼 벼를 수확하고 있었고,
태풍 '루사'의 피해를 입은 무너진 다리 보수공사장에서는
중고(?)트럭과 삽자루 만으로 수십명이 집단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는
자본주의국가인 남한에서도 상존하는 것이지만,
분단 50여년 동안의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이리도 크게
벌어졌는가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북한의 수백만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는 보도에 접하면서
우리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과 최소한의
인도주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일깨워준
'아주 특별한' 여행이었다.
제1일: 구룡폭포 등산코스(외금강) 총 4시간소요
온정각---주차장---신계사터---배소---신계다리---목란관---화상대
---삼록수---금강문---옥류동폭포---연주담---비봉폭포---무봉폭포
---은사류---상팔담---은사류---주룡폭포---관폭정---구룡담
---구룡폭포(원점회귀)
제2일: 삼일포 관광코스(해금강) 총 3시간 소요
온정각---조포마을---주차장---장군대---봉래대---단풍관--삼일포호수
---연화대---금강산여관---온정각---금강산 온천
11/5
***자세한 등산코스에 대한 산행기는 시리즈로 다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