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29. 12:23ㆍ카테고리 없음
예전에 한국의 산하에 쓴 저의 넋두리인데요....여러분의 참고가 된다면
다행입니다요......숲맹이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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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등산철학---소고
나는 금년 산행 계획을 100산으로 잡고 첫날을 단독으로 운길산, 수종사에서 일출을 보았다. 동쪽 하늘에서 새벽 7시 25분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서기가 충만한 새해맞이 산행를 제대로 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 대충 월별로 보면 1월에 8산, 2월에 8산, 3월에 6산, 4월에 10산, 5월에 10산, 6월 현재 5산을 탔다. 6월 말이면 50산이 된다.
해마다 100산을 목표로 했지만 매번 70---80산 정도에서 그친 적이 많다.
이 말은 산행 횟수가 아니고, 각기 다른 산을 말한다.
매주 산을 다니면서도 산행의 횟수에 크게 신경을 안쓰고 가고 싶으면 떠나는 편이다. 입산을 많이, 길게, 어렵게, 힘들게 탄다고 좋은 것이 아니란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끄는 작은 산악회지만, 동료가 있고 얼마든지 처녀산행을 할 곳이 많으니까 남 부러울 게 하나도 없다. 답사거리 상으로 보면 백두대간을 1년에 두 번 이상 타는 2000K의 산행거리에 해당된다.
그러나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점봉산, 개인산, 방태산, 태백산,가야산,덕유산,가리왕산,계방산 등 1500M 이상의 고산은 안 다니는 편이다.너무 힘에 부친다.
시간도 허락치 않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장거리 산행은 피하며 특히 무박산행은 절대 거부한다. 충분히 잠을 자고 쉬고 여유 있게 유유자적하면서, 쉬엄 쉬엄 사방을 구경하면서, 사색하면서, 명상하면서,스트레스를 풀면서, 놀아가면서 가는 유람산행이 나에게는 가장 맞는 취미다.
요즘 유행처럼 무슨 철인경기대회다,MTB 산악자전거다 하면서 속도
경주하는 건 딱 질색이다.
누구처럼 기록을 위한 도전--- 그것은 내 건강과 내 성격에 안 맞는다.나도 피곤하고 일행도 피곤하다.
나는 계절과 일기, 날씨에 어울리는 최적지를 골라 그때그때
산행 목적지를 정한다.
굳이 어디를 꼭 가야 한다든지,
언제까지 하산해야 한다든지,
누구와 같이 가야 한다든지,
아니면 종주코스를 가야 한다든지,
정상을 꼭 밟아야 한다든지 그런 제약을 싫어한다.
산행의 자유분방함를 갈망한다.
그래서 주로 서울과 경기도 근교의 500---800M 정도의 육산을 주로 타게 되는 것이다. 그 속에 얼마든지 피톤치드가 많은 청결한 숲길이 있고, 새소리, 물소리와 청설모, 다람쥐가 놀고 여치, 메뚜기가 뛰고 각종 들꽃이 4계절 따라 피어 있는 숨어 있는 오지가 있으니까....
산행에서 목표나 욕심은 금물이다. 너그럽고, 느긋하게, 깊이 있고,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대자연과 호흡을 같이 하면 되는 것이다. 인간이 생명을 나누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함께 더불어 공존하고 싶다.
앞으로 남은 인생의 활력소를 등산취미로 일관하기로 했다. 한국의 산하를 경배하고, 경원하고, 존경하는 마음...
일생일산(一生一山)--
모토를 갖고 여생을 즐기려는 생각 뿐이다.
등산을 거창하게 생각지 않는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기록을 내세우려고 하지 않는다. 힘이 닿는 데까지 걸어가고, 쉬고, 물 마시고, 심호흡하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 나의 산행방법이다.
땀을 흘리면 되는 것이다.
내가 본 순간의 느낌, 자연과의 대화, 아름다운 교감을 되새기면서
산행후기로 남기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자연과의 동화, 자연과의 입맞춤, 자연과의 동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어제도 오늘도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걸을 것이다.
2004.12.12 일죽 김양래.